이런 팀장만은 되지 말자 (1) 제발 인격수양 좀 하세요
[사진 출처: 영화 'Horrible Bosses']
팀장님의 폭언에 하루하루 시달리고 있는 사원입니다. 이분은 성격이 정말 이상하세요. 그런데 저는 제가 가장 이상한 팀장님을 만난 줄 알았는데 동기들 얘기 들어보니까 성격이 더 안 좋은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겪은 팀장 중에서 성격이 가장 안 좋은 분은 어떤 분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성격이 가장 안 좋은 팀장이라... 딱히 한 명이 떠오르지는 않네요. 너무 많아서... (특이한 성격의 팀장님들로부터 당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또 한 번 울컥하네요.)
이럼 어떨까요? 그동안 제게 겪은 팀장 중에서 '가장 나쁜 성격의 팀장'을 몇 가지 유형 별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서는 순위와 관계없이 그냥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Disclaimer
이 글에서는 철저하게 '성격이 나쁜' 팀장님들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일을 못해 팀원들을 힘들게 한 팀장'이나 '비리 백화점 팀장', '성희롱을 밥먹듯이 하는 변태 팀장'들은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과거 아픈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다소 격한 표현을 쓰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치 스티브 잡스 인양 지나친 자만심에 빠져 있는 팀장
아주 가끔씩은 자기가 무슨 대단한 천재인 양 잘난 척하는 팀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말씀만 재수 없게 하시는 게 아니라, 행동 또한 '똘똘이 스머프' 못지않게 밥맛이죠.
오너나 재벌 2세 중에는 이렇게 행동하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너도 아닌 분들이, 재벌 2세는커녕 2세의 사돈에 팔촌도 아닌, 꼴랑 팀장에 불과한 분들이 마치 자기가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회장님 인양 행동하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재벌 2세는 이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잘난 체만 하면 그나마 참을만한데 문제는 이런 분들이 꼭 팀원들을 무시한다는 거죠. 그냥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주장에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는 팀원은 바보 천치 취급합니다.
왜? 자기 주장은 100% 정답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과 다른 의견을 내는 팀원은 '정답을 가르쳐줘도 이해 못하는 바보 멍충이'이기 때문에. 아니면 '팀을 산으로 몰고 가려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는 악한 넘'이기 때문에. 둘 중에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넘은 '나처럼 훌륭한 팀장을 모실 영광을 누릴 자격'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죠. "그냥 생각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랬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전략은 좋았는데 실행을 잘못했다"며 팀원들의 탓으로 돌리죠.
자기 주장대로 한 결과가 안 좋으면
"전략은 좋았는데 실행을 잘못했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시는 이런 분들은 자신이 대입 시험에서 수석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이런 분의 고견을 들어볼 기회가 술자리에서 한번 우연히 있었죠.
"전국 수석? 다 생각 없고 암기만 딸딸딸 잘 하는 놈들이 하는 거야. 교육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
부하 직원을 대놓고 무시하면서 면박을 주는 팀장
개중에는 또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하 직원을 대놓고 면박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말씀도 참 야멸차게 하시죠.
그러니까 넌 그것밖에 안 되는 거야!
나니까 참지 다른 팀장 같았으면 넌 이미 짤렸어!
아니, 팀장이 해고권 갖고 있는 회사가 대한민국에 있나요?
이런 분들이 혼낼 때 자주 하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팀원은 정말 때려죽일 만큼 잘못했는데 자기가 이해심이 많아서 이 정도에서 참는다'는 식이죠. 그러면서 '바보 같은 팀원들 때문에 고생하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다른 팀장들도 이해해줄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죠.
그런데 왜 하필 다른 사람들 다 듣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팀원들을 깰까요? 이런 분의 고견을 들어볼 기회가 역시 술자리에서 한 번 있었죠. (술이 좀 들어가야...)
"그건 일타쌍피 전략이야. 한 명만 깨지만 실제로는 여러 명을 동시에 깨는 효과가 있지."
머리 굴리는 거 하고는 참. 자기 성격 더럽다는 게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괜찮나 보죠?
경쟁심리가 지나치게 강한 팀장
지는 게 죽도록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게임에서 지면 이길 때까지 계속하자고 조르는 초딩처럼요.
한 번은 모 팀장님이랑 의견이 좀 달라서 가벼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주장이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논쟁거리가 뭐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별 것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약 한 달 뒤 그 팀장님께서 저를 부르셨죠. 말씀하시기를, "지금 보니 자네 말도 100% 맞는 건 아니야. 이런 점에서는 그 주장 역시 잘못된 것 같아. 그러니까 당시 우리 논쟁은 무승부로 하지."
네~네~ 그러시라고 했죠.
알고 보니 이 분은 자기가 누구한테 지면 그것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자기를 이긴 사람을 '마이 에너미'로 생각하고요.
이런 분과 논쟁은 벌이게 된다면? 무조건 지는 척하십시오. 지면 그때 욕 한번 듣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이기면? 이 분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팀을 그만둘 때까지 마음 쓰실 일이 많을 겁니다. 아니, 팀을 그만둔 뒤에도 안심을 할 수는 없겠죠. 이 분의 리스트에서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으니까요.
한 번은 술자리에서 이 분이 얼굴이 벌게진 채 이렇게 열변을 토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같지도 않은 넘들이 말이야. 무식한 넘들이 말이야. 언젠가는 모든 팀장들을 다 내 앞에서 무릎 꿇게 하겠어!"
나름대로는 '사자후'였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어쨌든 이 분은 이런 말씀하신 뒤 1년도 안 돼 다른 팀장들 사이에 왕따 되셔서 회사를 그만두셨습니다.
콤플렉스가 심하게 있거나 마음이 꼬인 팀장
제가 아는 분 중에는 마음이 삐뚤어진 분이 한 분 계십니다.
이 분은 나름대로 혜택을 받고 살아오셨습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수도권 좋은 학군의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해외 유학도 다녀오셨고, 군대도 불분명한 이유로 현역 아닌 방위로 다녀오셨고.
하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은 누구 못지않게 많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약간만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온 분들에 대해서는 매우 안 좋게 생각하시고.
이런 식이죠. 비록 나는 수도권 좋은 학군의 학교에서 교육받았지만 특목고 출신들은 대부분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 비록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해외 유학을 다녀왔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전액 학비를 지원받은 넘들은 대부분 금수저다. 비록 나는 불분명한 이유로 방위를 갔다 왔지만 공익요원 갔다 온 사람들은 대부분 비리다. (공익근무요원이 방위보다 더 편한 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현역 마치신 분들 열 받아요.)
그리고 자기보다 어느 한 측면에서 약간이라도 더 많은 특혜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시기심과 질투심이 장난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팀에 있다면? 그때부터는 대놓고 깐죽거리죠.
"이 대리는 군생활을 너무 편하게 해서 잘 모르나 본데... 그런데 빽이 좋은 가봐?"
"특혜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누려온 너 같은 기득권층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야."
내가 보기엔 이 분도 기득권층인데...
화를 주체 못 하는 팀장
욕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영어로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유학파 티 내려고. 'What the fxxk!'을 입에 달고 살죠. 툭하면 "What the fxxk!" 영어로 하면 입에 착착 붙는대나 뭐래나.
그런데 개중에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진짜 별 것도 아닌 일에 열 받으시고. 열 받으시면 막 욕하시고. 볼펜 집어던지시고. 부하 직원에게 모욕적인 발언 하시고.
이런 분과 함께 있으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습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화를 내실지 예측 불가능하니까요. 그리고 화를 한 번 내시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번지니까요.
때로는 이런 분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마음의 병이 든 분이니까요. 영어로는 'Sick person.' 줄여서 'Sicko.'
이상으로 제게 겪은 팀장 중에서 '가장 나쁜 성격의 팀장'을 몇 가지 유형 별로 정리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끝으로 이런 팀장님들을 위해 고언을 올리겠습니다.
팀장님들. 나이는 허투루 드셨나요? 초등학교 졸업하신 지 30년이 되었을 텐데 아직도 그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셨네요. 제발 인격수양 좀 하세요! 아니, 그 나이에 개과천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회사를 위해 조용히 사라져 주세요. 팀장님 한 분 때문에 팀원들이 줄 퇴사하고 있답니다. 혹시 본인이 '썩은 사과'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조직을 망치는 썩은 사과.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니 저도 참 심한 분들을 팀장으로 모셨던 것 같습니다.
예? 그 정도는 약과라고요?
헉! 여러분도 그동안 맘고생 많이 하셨네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성격이 나쁜 팀장들은 어디에나 참 많다. 그리고 유형도 참 가지각색이다.
2. 이런 분들은 나이를 헛 먹었다. 인격수양이 덜 됐다. 하지만 이제 와서 개과천선하기는 힘들다.
3. 이런 분들은 그냥 회사를 위해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게 답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팀장만은 절대 되지 말자!
저보다 더 험한 꼴을 당하신 분들이 계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경험하신 에피소드를 댓글에 남겨주시면 추후 본문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이런 팀장만은 되지 말자 시리즈
(2) 제안 vs. 결정 - 과연 누가 일을 한 건가? - 결정만 하고 일했다고 착각하는 팀장
(3) 회의만 하면 일이 늘어나는 팀장 - 업무 범위 관련 팀장의 역할은?
(4) 항상 불만스러운 '완벽주의자' -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5) 말로 팀원 가슴에 비수 꽂는 팀장 - 팀장이 팀원 앞에서 주의해야 할 말
(6)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난 팀장' - 팀장님 말고도 할 사람 많은데요
독자분께서 셰어 해주신 '내가 겪은 가장 나쁜 성격의 팀장' 에피소드
반주인생님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임원이었던 제 전임 팀장은 네 가지 유형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던 분이라... 보고자료의 초대라는 표현을 빨간펜으로 초청이라고 수정하시며 날리시던 '명문대 출신 맞냐?'는 주옥같은 비아냥은 제 가슴속에서 영원할 거 같습니다. 비명문대 출신이면서 노오력으로 5대 그룹 해당 업무 수장이 되기까지 받았을 서러움을 아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뿌리 깊은 자격지심이 수시로 폭발하니 견디기 힘들었어요. 꿈속에서도 재현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로 아직까지도 잠꼬대를 하는 걸 보니, 그 분과의 인연은 트라우마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브리엘라님
그분을 생각하면 배경화면이 잔뜩 찌푸린 먹구름이 되어버리는... 예전 팀장님이 생각나네요.
우울하고 비관적이라 일을 잘해도 칭찬 한마디 하는 적이 없고, 일을 못하면 시원하게 혼내시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들리지도 않게 궁시렁궁시렁. 아.. 생각하니까 또 우울해져요.ㅠㅠ
에너지 지수 제로인 팀장이 최악인 거 같아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드니까요.
Namie님
제 주위에 있던 팀장과 진짜 똑같은 유형들이 있네요!! 넘 놀람. 난 팀장 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그 자리 가면 사람이 저렇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