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팀장만은 되지 말자 (4)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저희 팀장님은 그냥 넘어가시는 법이 없습니다. 맨날 이 트집 저 트집. 자기 마음에 100% 들 때까지 계속 수정을 지시하십니다. 별 일 아닌 것 갖고도 침소봉대하시고. 그리고 팀원들에게 요구하시는 게 너무 많아요. 저희도 가정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저런, '완벽주의자'인가 보네요. 그런 분 만나면 정말 스트레스 받습니다. 저도 그런 분이랑 잠깐 일해봤는데 제 직장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먼저 완벽주의자에는 어떤 부류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논리'의 완벽주의자
"이 구조가 '미씨'(MECE)하다고 생각해?"
논리적인 허점을 절대로 못 참는 분들이죠. 컨설팅에서는 이들을 '미씨족'이라고 합니다. 맨날 미씨를 따져서요. 그놈의 미씨, 미씨. 왜 허구한 날 미씨 타령만 하시는지.
'미씨'(MECE) - Mutually Exclusive &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약자. 상호 배제와 전체 포괄.
항목들이 상호 배타적이면서 모였을 때는 완전히 전체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나눈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미씨'라고 읽는다. [출처: 위키백과]
물론 '미씨'하면 좋죠. 논리적으로 완벽하면 누가 뭐라 그래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항상 미씨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고요.
이런 분들은 논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불완전하면 매우 불편해합니다.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가끔 있고요. 심한 분은 논리적으로 부족한 자료를 만들어온 팀원들을 바보 취급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지는 않죠. 하지만 그런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너는 지적 능력이 부족하지만 내가 성격이 좋아서 참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 빠른 팀원이라면 금방 느낄 수 있죠.
(2) '범위'의 완벽주의자
"그런데 이것까지 함께 다뤄야 하지 않을까? 이왕 하는 거 여기까지 하자."
모든 걸 다 건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80 대 20 법칙'은 잊고 지내시는 분이죠. A를 하면 "B까지 해라"하고, B도 하면 "C까지 해라"하고, C까지 하면...
팀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업무 범위를 처음부터 딱 정해주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조금씩 야금야금 늘립니다. 팀원들은 분석 끝낸 뒤 손 털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이왕 하는 거 여기까지 하자"하는 식이죠. 이럼 정말 힘들죠.
(3) '문장과 형식'의 완벽주의자
"간략하게 줄여봐." + "좀 자세하게 해봐."
하지만 더 힘들게 하는 분이 있죠. 논리나 범위를 따질 만큼 내공은 없지만 뭐라도 하나를 지적하려고 하는 분. 바로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문장과 형식'의 완벽주의자입니다.
이런 식이죠. "문장이 좀 길다. 간략하게 줄여봐." 그래서 줄이면... "설명이 부실하잖아. 좀 자세하게 해봐." 그래서 자세하게 하면... "문장이 좀 길다. 간략하게 줄여봐." 그래서 줄이면... "설명이 부실하잖아. 좀 자세하게 해봐." 그래서 자세하게 하면... 이렇게 한 3시간 동안 무한 반복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건 3시간 무한 반복 수정 후의 결과는 맨 처음 문장이랑 똑같았다는 저죠.
그래도 이건 약과입니다. '거악'은 폰트 크기, 문단 간격, 라인 굵기 따지시는 분입니다. '여백의 미' 운운하면서. 이런 분들은 스스로 '빨간 펜 선생님'을 자처하십니다. 빨간 줄 쓱쓱 그으면서 마치 자기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 봤자 결론이 바뀌는 것은 하나 없는데...
(4) 'All of the Above'
'거악'을 넘어 '최고 악인'은 위 3가지를 모두 겸비한 분입니다. 이런 분 만나면...... 에~효~효~효~효~효~
완벽주의자는 왜 문제가 있을까요?
1.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습니다.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노력은 참 가상하다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하면 병납니다.
2. 그러다 보니 본인이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완벽을 추구하려다 보니 자신에 대해서 엄격해지고, 그러다 보니 항상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때로는 신경질적인 증상까지 보이죠. 심한 경우에는 본인의 성질을 참지 못해 물건을 집어던지시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하죠.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한데...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닌데...' 그러면 완벽주의자들은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고 결국에는 화를 내죠. '네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니까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라는 심정이겠죠.
3. 그러다 보니 팀원과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그런데 자신에 대해서만 엄격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팀원들한테도 완벽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팀원들한테 더 엄격하신 분도 있어요. 팀원들의 사소한 실수에도 화를 심하게 내시고. 또 타부서 사람들과도 자주 충돌하죠. 타 부서 분들이 완벽하게 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4. 그러다 보니 마감기한을 놓친다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일이 끝도 없어요. 그래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으려다' 마감기한을 넘기게 되죠. 그러면 그동안의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갑니다. 공들여 만든 보고서가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죠. 단 한 명의 완벽주의자 때문에.
5. 어떨 때에는 아예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이런 분들은 심할 경우 '완벽하게 못할 바에는 아예 안 하는 게 낫다'는 성향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팀원들은 그 순간에는 일이 줄어서 좋을지 모르나 팀장 위의 임원은 마음이 무겁죠.
부족하더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백만 배 낫습니다. 아예 안 하는 것은 최악입니다. 불확실성을 100%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불확실성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더라도 하는 게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기 때문
그렇다면 이러한 완벽주의라는 '나쁜 증상'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완벽주의 극복을 위한 첫 번째 스텝은 '완벽주의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완벽주의는 '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나쁜 증상'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의 해로움에 대해서 인정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대부분의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모범 직원'인 반면, 주변 사람들은 '농땡이를 피우는 나쁜 직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주의자의 생각
자신 = 최선을 다하는 모범 직원
주변 사람 = 농땡이 피우는 나쁜 직원
완벽주의가 모두를 힘들게 한다는 것만 인정해도 일단 반은 성공입니다.
완벽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자각했다면 다음 스텝은 '완벽한 목표' 대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입니다. 가령 '불확실성을 100% 없애는 것' 대신 '불확실성을 80% 이상 줄이는 것' 또는 '불확실성을 50% 이상 줄이는 것'과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이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의 실수는 인정하고 허용해야 합니다. 이것은 본인의 경우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한치의 오차와 실수도 없이 하려고 하면 모두가 힘들어지죠.
그리고 일을 할 때에는 항상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하십시오. 완벽주의자들은 마감기한 없이 일하면 일을 절대로 내려놓지 못합니다.
마감기한을 정해두면 좋은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업무를 끝마쳐야 하기 때문에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남들이 다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다 나처럼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십시오. '나는 이렇게 일을 잘 하는데 왜 얘네들은 나처럼 못할까'라는 생각은 지나친 자만이자 독선이자 오판입니다. 상대방이 나처럼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업무 완성도에 대한 관점이 나랑 달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즉, 상대방도 더 잘할 수 있지만 일부러 그 정도까지만 했을 수 있다는 거죠.
설사 팀원이 나보다 능력이 부족해 그 정도밖에 못했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나무라면 안 되죠. 팀원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독여주고 가르쳐주는 게 바로 팀장의 역할입니다. 일 못했다고 소리 지르고, 볼펜 집어던지고, 모욕을 주는 것은 본인의 인격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팀원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독여주고 가르쳐주는 게 바로 팀장의 역할
아직까지 완벽주의를 극복하지 못하셨다고요? 이 글을 읽으시고도 설득이 안된다고요? 그렇다면 이제는 극약처방을 써야 할 때입니다.
자, 여러분! 일어나셔서, 화장실로 가셔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세요.
완벽한가요?
그것 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다 살아요.
그런데 왜 유독 팀원들한테만 완벽을 요구하나요?
...
다시 한번 거울을 보세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완벽주의를 계속 추구하면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고, 팀원과 주변 사람들도 피곤해지고, 잘 못하면 업무 마감시간도 놓칠 수 있다.
2. 완벽주의 극복을 위해서는 먼저 완벽주의가 모두를 힘들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한 뒤, 어느 정도는 실수를 허용하되, 시간제한을 두고 일해라.
3. 끝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주의가 극복되지 않으면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라.
추신
제가 목격했던 최악의 팀장은 아마 7~8년 전쯤에 잠깐 같이 일했던 모 팀장님이었을 겁니다. 이 분은 항상 완벽한 결과물을 요구하셨죠. 한 마디로 '완벽주의자'였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 좀 아이러니컬하지만 '상대적으로 완벽한' 결과물은 있을 수 있습니다. 팀장님이 보기에 완벽한 것이 상대적으로 완벽한 것이지요.
문제는 사람마다 완벽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면 완벽한 것 같아서 팀장님께 보고 드렸는데 그게 팀장님의 눈에는 형편없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완벽에 대한 기준이 기분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날 팀장님의 기분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고. 그러면 정말 맞추기 힘들어집니다.
이 분은 완벽주의자였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못 되기까지 한 분이었습니다. 이 분은 모든 사람들을 '태만이', '농땡이쟁이', 그리고 '저능아' 취급하셨죠. "왜 너는 이 정도까지밖에 못 해?" "똑바로 안 할래?" "너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아니야?"라는 말씀을 아주 입에 달고 사셨죠.
이 분을 보면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스로도 자기의 결과물에 만족을 하지 못해서 거의 맨날 새벽까지 이렇게 바꿔보고 또 저렇게 바꿔보고 하시면서 맨날 너구리 눈을 하고 다니셨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대세에 크게 지장이 없는 사소한 일까지 이렇게 하다 보니 항상 스트레스를 만들어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문제는 팀원에 대해서는 더 엄격했다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팀원들도 덩달아 사소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죠. 또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힘을 다 빼서, 나중에 정작 중요한 일이 터져도 일할 시간이 없거나 진이 빠져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완벽주의자 팀장님들, 당신들은 정말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일에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 있고 굳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는 것도 팀장의 능력입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이런 팀장만은 되지 말자 시리즈
(2) 제안 vs. 결정 - 과연 누가 일을 한 건가? - 결정만 하고 일했다고 착각하는 팀장
(3) 회의만 하면 일이 늘어나는 팀장 - 업무 범위 관련 팀장의 역할은?
(4) 항상 불만스러운 '완벽주의자' -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