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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r 16. 2017

조직원 vs. 전문가 -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팀장의 포지셔닝 (2)


Question


상무님께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술 번개를 때리십니다. 저도 술자리를 피하는 편은 아니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거든요. 상무님 술자리 다 참석하다 보면 자기계발을 할 시간은 아예 없을 것 같고요. 그렇다고 술자리에 빠지자니 마음에 걸리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Answer


팀장이 되면 반드시 고민해봐야 하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사실 팀장이 아니라 신입사원 때부터 고민해봐야 하는 질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미루죠. 하지만 팀장이 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합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에 앞서 먼저 여러분의 직업관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을 몇 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답변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 내가 원하는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A)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고 싶다

(B) 일을 잘해 인정을 받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 상사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업무를 지시했다. 팀이 업무시간 중에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이다. 게다가 업무 중 상당 부분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 단지 상사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어떻게 할 것인가?

(A) 상사의 지시를 모두 수행할 것을 팀에 지시한다. 필요하다면 팀장인 나도 함께 주말에 나오고 밤을 새운다.

(B) 상사에게 팀원들이 감당하기에는 업무량이 너무 많다며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조금 줄여줄 것을 부탁한다.


3. 화요일 오전에 상사가 부친상을 당했다. 발인은 목요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A) 화수 이틀간 근무시간 중에도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받는다. 회사 업무는 당장 급한 게 아니면 미룬다.

(B) 근무시간 중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시간 이후 장례식장을 찾는다. 업무는 평소처럼 한다.


4.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오후 6시쯤 상무님이 몇몇 팀장들 대상으로 술 번개를 때린다. 갈 것인가?

(A) 임원과의 술자리에는 절대 빠질 수 없다. 만사 제치고 술 번개에 참석한다.

(B) 오늘은 업무가 많아서 힘들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업무에 매진한다.


5. 회사에서 공정거래법 또는 노동법에 위배되는 업무를 지시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A) 법질서도 중요하지만 내가 속한 회사가 먼저 잘 돼야 한다.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기꺼이 수행한다.

(B) 회사도 중요하지만 법질서를 어기면서까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중히 거부하겠다.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2학년이 되면 문과 이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팀장이 되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직장생활을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조직원'의 길을 갈 것인가,
'전문가'의 길을 갈 것인가?


조직원: 조직으로부터 로열티를 인정받는 사람. 한 마디로 상사로부터 신뢰를 얻은 사람
전문가: 업무 관련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는 사람. 한 마디로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

직업관에 따른 구분이지 부서에 따른 구분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같은 부서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 중에도 '조직원'과 '전문가'가 모두 있을 수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와도 다른 구분입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모두 '조직원'도 될 수 있고 '전문가'도 될 수 있습니다.


앞의 5가지 질문에서 (A)라고 많이 답하신 분은 조직원에 가깝게 생각을 하시는 분입니다. 반면 (B)라고 많이 답하신 분은 전문가에 더 가까운 생각을 하시는 분입니다. 여러분은 (A) 조직원과 (B) 전문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우십니까?


지금부터 조직원과 전문가의 특징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51% 정답이냐?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100% 정답이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오늘의 정답이 10년 후에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51%만 정답이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제 주장을 100%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직원 vs. 전문가 - 재직 기간 중


대부분의 회사에서 전문가보다는 조직원이 승진에 더 유리합니다. 특히 임원일수록 업무역량보다는 로열티가 더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래도 승진할 가능성이 더 높죠.


임원 승진에서는 조직원이 더 유리하다


게다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가는 대체 가능합니다. 돈만 많이 주면 외부에서 전문가는 얼마든지 모셔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믿을 만한 조직원은 외부에서 수입할 수 없습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고 수년간의 끈끈한 경험과 긴밀한 관계를 통해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죠. 때로는 술자리에서 함께 공범이 되면서 쌍방에 대한 로열티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전문가는 경력직으로 대체 가능하다


또한 많은 경우 조직원은 '갑'으로서, 전문가는 '을'로서 일을 합니다. 조직원은 보통 상사를 등에 업고 상사를 대신해 업무를 지시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쪼는 역할을 하죠. 반면 전문가는 해당 업무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 업무는 자신이 직접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을'이라서 무시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진정한 전문가는 '갑'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을'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조직원은 '갑'으로서, 전문가는 '을'로서 일을 한다


조직원이 상사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네가 양보해. 다음번에는 꼭 챙겨줄게."


전문가가 상사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일 못하는 우리는 술 먹으러 갈게. 마무리 좀 잘 부탁해."


둘 다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왠지 조직원보다는 전문가가 더 많이 섭섭할 것 같습니다.


결론,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전문가보다는 조직원이 더 유리하다.



조직원 vs. 전문가 - 퇴사 후


하지만 조직을 떠나는 순간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조직원은 조직을 떠나는 순간 날개가 꺾입니다. 조직원의 힘은 상사와 조직의 라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죠. 조직을 떠난 조직원은 심한 표현으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문가는 조직을 떠나도 전문가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자기의 업무가 산업에서 통용되는 업무라면 경쟁사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도 있고 외부 강연을 뛸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백세 시대'에는 퇴사 후 30년 이상 소일거리를 해야 합니다. 조직원의 경우 다시 산업전선에 뛰어들려면 처음부터 일을 다시 배워서 시작해야 하지만, 전문가는 그동안의 업무를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

회사를 떠나는 순간부터는 조직원보다는 전문가가 더 유리하다.


조직원은 조직에 있을 때에 행복하고 조직을 떠나는 순간 힘들어진다 [사진 출처: 영화 '나쁜놈들 전성시대']



조직원 vs. 전문가 - 회사를 대하는 태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직원과 전문가는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릅니다.


조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순간 자신의 가치가 급전직하할 것을 알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회사를 떠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반면 전문가는 이 회사를 떠나도 다른 직장을 구하는 데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회사에 목을 매지 않죠.


가령 회사를 위해  '그레이 에어리어(회색 지대)'에 속하는 업무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한번 가정해보죠. 이때 상사는 먼저 믿을 수 있는 조직원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조직원은 회사를 위해서 기꺼이 그 일을 합니다. 아니, 안 할 수 없죠. 조직원은 그 일을 거부하는 순간 더 이상 '조직원'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회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경우 조직원의 앞길은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비록 그레이 에어리어에 속하는 업무라고 할 지라도 조직원은 '회사를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몸 바쳐 일할 것이고 그 결과 조직원으로서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조직원은 자부심이 매우 강합니다. '나는 회사를 위해 이 한 몸 바쳐 살신성인했노라'고.


조직원의 자부심 - '나는 회사를 위해 이 한 몸 바쳐 살신성인했노라'


반면 그레이 에어리어 일을 처리할 사람이 필요할 때 상사는 웬만하면 전문가는 찾지도 않을 것입니다. 전문가가 없으면 현재 그가 맡은 업무가 잘 안 돌아갈 텐데 굳이 신뢰도 잘 안 가는 전문가를 빼내어서 다른 일을 맡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주 가끔씩 전문가를 찾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일처리 하나는 꼼꼼하게 하겠지'라는 생각에서요.  이때 전문가는 고민합니다. '내가 굳이 이런 일까지 하면서 회사생활을 해야 하는가?' 심할 경우 이직까지고 고려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경우 전문가들은 업무를 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찾아서 이직도 합니다. 전문가도 자부심은 갖고 있습니다. '나는 떳떳하게 회사생활 했노라'고.


전문가의 자부심 - '나는 떳떳하게 회사생활 했노라'


결국 조직원은 회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는 순간 '노원'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봐왔으니까요. 한편 회사에서도 조직원은 항상 챙겨줍니다. 믿을 수 있는 내 사람이니까 승진에서 항상 1순위로 고려합니다.


전문가는 회사를 떠날 수는 있지만 다른 회사에서도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력직을 뽑을 때 '조직원'을 기대하면서 뽑는 회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전문가'를 기대하고 뽑으니까요. 물론 2세께서 회사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선대회장님 사람을 믿지 못해 새로 내 사람을 만들 목적으로 경력직 '조직원 후보'를 뽑는 경우는 있지만,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결론,

조직원은 회사와 조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를 위해 기꺼이 살신성인하는 반면, 

전문가는 업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며 회사와 조직도 사회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원 vs. 전문가 - 직장상사를 대하는 태도


조직원과 전문가는 직장상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많이 다릅니다.


조직원은 직장상사에 대한 로열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낮춰 상사에게 맞춥니다. 상사가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언제든지 기꺼이 따라가고, 술자리에 못 끼면 상사의 신임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사와 직장 선후배 이상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가져가려고 노력하죠.


반면 전문가는 직장상사에 대한 예의는 지키지만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사와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를 희생하면서까지 관계를 확장하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상사가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선택을 합니다. 술자리에 불려 가지 않았다고 의기소침해하지도 않고요. '어차피 인사평가는 인간관계가 아닌 업무와 성과로 판가름 나니까'라고 생각하니까요. 


직장상사와 직장 선후배 이상의 관계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조직원은 '인간미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전문가는 '언프로페셔널 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상사와 끈끈한 관계를 가지는 것에 대해
조직원 '인간미가 있다' vs. 전문가 '언프로페셔널 하다'


결론,

조직원은 직장상사를 먼저 챙기고 전문가는 업무를 먼저 챙긴다. 



'조직원 vs. 전문가' vs. '파워 부서' vs. '능력 부서'


앞서 '파워 부서' vs. '능력 부서'라는 글에서 '회사에는 보통 '회사에서 힘 좀 쓰는 부서'와 '업계에서 인정받는 부서'가 있는데 이 중 어디로 갈지는 여러분 직업관에 달렸다'라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조직원 vs. 전문가'와 '파워 부서 vs. 능력 부서'는 어찌 보면 비슷한 분류 같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많이 다릅니다. '조직원 vs. 전문가'는 사람의 성향 또는 직업관 입장에서 본 것이고 '파워 부서 vs. 능력 부서'는 부서의 특성 측면에서 구분한 것입니다.


보통 파워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조직원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고, 능력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조직원 vs. 전문가'와 '파워 부서 vs. 능력 부서'는 별개의 얘기다




이상으로 조직원과 전문가의 특징 및 장단점, 회사 및 직장상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조직원과 전문가의 길 중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조직원'은 조직으로부터 로열티를 인정받는 사람, 즉 상사로부터 신뢰를 얻은 사람을 의미하고, '전문가'는 업무 관련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는 사람, 즉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2. 회사에 몸담고 있을 때에는 조직원이, 회사를 떠나면서부터는 전문가가 더 유리하다.

3. 결국 '조직원'과 '전문가'의 길 중에서 어디로 갈지는 여러분 직업관에 달렸다. 신중하게 선택해라!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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