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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r 19. 2017

팀장 의견이 항상 채택되면... 그 팀은 불통이다

팀장의 착각 (1)

[사진 출처: 영화 '넘버3']





Question


대기업 팀장입니다. 회의 때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팀장의 의견은 웬만하면 받아들이는 게 팀원의 도리 아닌가요?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죠?





Answer


말씀 들어보니 고민이 좀 되시겠어요. 가오도 좀 상할 것 같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팀장님의 상황이 절대로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팀은 '열린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팀장님들 중에는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상입니다. 팀장님의 의견이 항상 채택되는 팀이 오히려 문제죠.


팀장의 의견이 항상 채택되는 팀은 문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의견'과 '지시사항'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의견은 "내 생각에는 이게 좋을 것 같은데" 또는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와 같은 제안 또는 권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팀장의 의견은 '팀장 생각에 이게 좋을 것 같다'는 의사 표현에 불과하므로 팀원들은 '이를 100%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반면 지시사항은 "이렇게 하세요"라고 명확하게 업무를 시키는 것입니다. 팀장의 지시는 팀원들이 따르는 게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팀원들이 그 지시가 왜 필요한 지, 또 얼마나 중요한 지 납득되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지시를 따르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죠. 팀원들은 그 지시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면 팀장에게 질문해서 그 의문점을 해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팀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처럼 지시사항도 항상 따르지 않는데 하물며 고작 의견에 불과한 사항이 항상 채택된다면 그 팀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죠. 아마 다음 3가지 경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팀장님의 의견이 항상 최선이다.

2. 팀원들이 아무 생각이 없다.

3. 팀원들이 생각은 있으나 이를 잘 표출하지 않는다.


1번의 경우는 현실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팀장님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팀장님이 신이 아닌 이상은. 2번의 경우도 그 가능성이 매우 낮죠.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어디서 빵꼴라 같은 직원들만 뽑았을 리도 없고. 아마 3번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겁니다. 팀원들이 생각은 많으나 팀장에게 속내를 얘기하지 않는 거죠. 얘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말로 '불통'이라고 합니다.


팀장의 의견이 항상 채택되는 이유는
팀원들이 속내를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얘기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제 경험상 팀장의 의견이 한 50% 정도 채택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채택률이 50%보다 현저하게 낮으면 팀장이 좀 더 분발해야 하고. 50%보다 많이 높으면 팀원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더 나아가 100%에 가까우면 '불통'이고.


그 외에도 팀장이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팀은 불통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불통인 팀의 특징


'팀원 전체를 다 합친 것보다 내가 더 똑똑하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이죠. 팀장님이 스티브 잡스가 아닌 이상 그런 상황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팀원들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다 알아 들었다"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팀원들이 일에 대한 열의가 없거나, 아니면 (2) 팀장에게 질문을 할 수 없을 만큼 팀 분위기가 강압적이거나. 아마 (2)번일 가능성이 더 높겠죠.


'아무도 내 말에 토를 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조폭들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조폭 사회에서는 보스의 말에 토를 달면 배신입니다.

송강호씨를 무명에서 단박에 주연급으로 만들어준 그의 전설적인 애드립. 당시 종로 거리에서는 그의 대사를 녹음한 테이프가 판매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영화 '넘버3']


'팀원들은 내가 까라면 그냥 깐다.'

이런 경우 팀원들은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내 말을 100% 신뢰하거나, 아니면 (2) '내 책임 아니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자'라고 생각하거나. 다시 한번, 팀장님은 스티브 잡스가 아닙니다. 그럼 (2)번이겠네요.


'팀원들이 불만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 불만이 없나 보다.'

아마 팀장님 말고 다른 사람한테 팀장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고 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팀장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 팀은 '열린 소통'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린 소통을 하는 팀의 특징


'팀원들 중에 나보다 더 똑똑한 팀원들이 많다.'

똑똑한 팀원들이 의견 개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죠.


'팀원들이 내 지시가 불명확하다며 질문을 많이 한다.'

팀장님이 질문을 받아줄 만큼 여유가 있고, 팀원들도 팀장님을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내 말에 정중하게 딴지를 거는 팀원들이 가끔 있다.'

팀원들은 딴지를 걸면 자기한테 좋을 게 별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팀을 위해서, 즉 팀장을 위해서 쓴소리를 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팀원들에게 까라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하는 팀원들이 있다.'

팀원들이 팀장님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다른 말로 팀장님을 믿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팀원들 중에 가끔 이런저런 불만을 얘기하는 팀원이 있다.'

팀장님한테 불만을 토로하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하십시오. 팀장님에 대한 불만을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제안


'팀장님 말을 잘 듣는 팀'을 원하시면 '불통'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일을 잘 하는 팀'을 원하시면 '열린 소통'을 하십시오.


말 잘 듣는 팀을 원하면 '불통'을,
일 잘 하는 팀을 원하면 '열린 소통'을


팀장님들, 팀에 이렇게 한번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내가 낸 의견은 말 그대로 의견에 불과하다. 절대로 지시사항이 아니다. 내 의견은 우리 팀이 이번 이슈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주는 것에 불과하다. 내 의견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거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뒤집어도 좋다. 최종 결정은 우리가 여러 의견을 놓고 논의한 뒤 함께 결정할 것이다. 만약 팀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내가 최종 콜을 하겠지만, 그전까지는 모두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해라. 자, 그럼 우리 지금부터 함께 브레인스토밍 해볼까?


팀장님이 의견을 냄으로써 팀에 먼저 생각해볼 점을 제시했습니다. 이 경우 팀원들은 제로 베이스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팀장님은 의견을 먼저 던짐으로써 '앵커'를 만들었기 때문에 팀의 결정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팀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하면 팀장님의 최초 의견에 살이 붙어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모두 팀장님의 성과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또한 다 함께 결정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팀원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일에 대한 오너십을 가질 것입니다. 이 경우 궁극적으로 팀장의 부담이 줄어 팀장님의 일이 편해집니다.


어떤가요? 남는 장사 아닌가요?


물론 팀원들 앞에서 가오는 좀 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팀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팀장님도. 팀원들도 모두.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팀장의 '의견'은 '지시사항'과 다르기 때문에 보통 50% 정도 채택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100%에 가깝게 채택될 경우 그 팀은 '불통'이라고 볼 수 있다.  

2. 그 외에도 팀장이 항상 아이디어를 주도하거나, 팀원들이 팀장의 말에 토를 달지도 않고 질문도 안 하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고 불만도 얘기 안 하면, 그 팀은 '불통'이다.

3. 팀장은 자신의 의견에 대해 팀이 자유롭게 비판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대체하게 함으로써 더 좋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 결론을 팀이 함께 결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팀원들의 오너십도 증가한다.




           

추신


10년쯤 전인가요? 전 직장 선배님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선배님이 불현듯 무슨 억한 심정이 들었는지 자기 팀원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셨습니다. 


"이 회사 애들은 정말 일을 못 해. 최종 결과물을 보면 열에 아홉은 내가 제안한 내용이야. 그리고 그 나머지 하나도 팀원들이 낸 바보 같은 제안을 내가 간신히 살려낸 거야. 대부분의 일을 팀장인 내가 다 한다니까."


제 선배님은 자기가 정말 바보 같은 팀원들 만나서 개고생하고 있다는 식으로 마구 쏟아내셨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자기가 팀원들 다 합친 것만큼 일을 잘한다는 자랑을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러다가 어찌어찌하여 그 선배님과 다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이 선배님이 완전 '불통'이시더라고요. 이 분이 영화 '넘버3'의 송강호 선생님처럼 '내 말에 토다는 쉐이는 배신이야' 식으로 행동을 하시니까 정말 아무도 토를 안 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님의 제안이 100% 다 채택이 되고, 그 외 제안은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전체 제안의 100%가 선배님의 제안으로만 채워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그 팀은 망했습니다. 그 제안대로 했다가 폭망한 거죠. 제 선배님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었나 봅니다. 


이처럼 팀장 의견이 항상 채택되면 그 팀은 불통입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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