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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Mar 20. 2017

20대처럼 달리면... 한방에 훅 간다

팀장의 착각 (2)


Question


30대 중반 팀장입니다. '지옥의 케이스'로 불렸던 프로젝트가 오늘 끝났는데 마침 다음 주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공고가 떴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프로젝트여서 구미는 당기는데 그러면 다음 주 휴가를 취소해야 합니다. 그동안 소진됐던 체력도 보충하고 마음의 여유도 좀 찾고 그래야 되는데요. 휴가를 포기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게 맞을까요?





Answer


아, 이거 고민 많이 되시겠는데요? 일 욕심 많은 분이라면 더욱 그렇겠는데요? '프로젝트'가 우선이냐, '휴가'가 우선이냐?


하지만 30대 중반부터는 이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이 보셔야죠.


'프로젝트'가 우선이냐, '내 건강'이 우선이냐?


혈기왕성한 20대라면 몰라도 30대 중반이라면 건강을 슬슬 챙겨야 할 나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자신이 젊은 줄 착각하고 20대처럼 달리려고 하는데 그러다가 큰 코 다칩니다. 30대의 신체는 20대 때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특히 결혼하신 분이라면 배우자에, 자녀에, 부모님에, 챙겨야 할 일이 많아져서 더 주의해야 합니다.



실패담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20대 때에는 저 역시 팽팽했습니다. 당시 저희 회사에서는 매주 야근을 했습니다. 낮 12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8시에 퇴근하는 경우를 야근이라고 했습니다. 타회사에서 근무하던 제 친구들은 밤 10시에 퇴근하면서 야근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회사에서 10시 퇴근은 그냥 '퇴근'이었습니다. 새벽 1시에 퇴근하면 '반야'했다고 했고요.


어쨌든 저는 야근하는 날은 진짜 좋았습니다. 다음날은 근무일이 아니니까요. 집에서 낮잠 푹 잔 뒤 오후에 슬렁슬렁 나와서 친구들과 놀았죠.


그런데 30대 중반 선배들은 야근하면 그 여파가 최소한 이틀은 간다고 힘들어하셨습니다. 저는 선배들이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어느덧 저도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고... 선배들의 '엄살'이 엄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대 후반 저는 다른 회사로 이직했습니다만 여기도 빡시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30대 중반 당시 저는 일주일에 80~90시간씩 일하는 소위 '죽음의 프로젝트'에서 3개월 동안 혹사당했습니다. 첫 한 달은 버틸만했는데 두 달째 접어드니 몸이 맛이 갔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명은 십이지장 궤양으로 고생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손이 덜덜덜 떨리는 증상이 생겼죠. 저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습니다만, 저도 택시 타고 가다가 갑자기 오바이트가 나와서 차를 멈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3개월은 지나갔고, 프로젝트를 마친 저희들은 달디단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때의 기쁨이란...


그런데 휴가 첫날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A 프로젝트에 들어가지 않겠냐?"라고.


A 프로젝트는 평소 제가 그리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제가 원했던 산업에, 원했던 상사에, 원했던 팀원들에. 저는 팀장.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승낙했죠. 그런데 그게 패착이 될 줄이야...


이 프로젝트는 매우 빡셨는데 그러다 보니 매일 퇴근 시간은 다음날 새벽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견딜만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는 거죠.


당시 저는 제가 30대 중반이라는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혈기왕성한 20대 때에는 야근한 다음날 친구들과 놀아도 바로 다음날이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30대 중반이 되면 회복기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는 걸 간과했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 보니 건강은 더욱 악화됐고, 스트레스가 가중되자 저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소화불량에 불면증이 생겼죠.


불면증을 겪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은 오지 않죠. 누우면 갑자기 회사 일이 생각나서 정신이 말똥말똥 해지죠. 그렇게 몇 시간 뒤척이다가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모르는 비몽사몽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몸은 개운치 않고, 가슴은 답답하고... 회사는 가기 싫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저는 정지됐습니다.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죠. 저는 그냥 바보가 됐습니다. 더 이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고, 더 이상 논리적인 판단도 할 수 없게 됐죠. 평소 같으면 자신 있게 내릴 수 있는 결정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우왕좌왕하게 되고, 제 판단력에 대한 믿음도 없어지게 되고, 결국 어떠한 결단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시를 해야 하는 팀장이었습니다. 제가 그러한 상태가 되니 팀 상태는 어땠겠어요. 결국 저는 회사에 부탁해 그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고 휴직을 신청했습니다.


그로부터 건강을 회복하는 데까지는 3개월이 걸렸습니다. 악몽 같은 시간이었죠.

 

당시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저는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1. 몸은 한 방에 훅 간다


건강은 미끄럼틀 식으로 서서히 나빠지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어느 한순간에 급속히 나빠집니다.


건강은 미끄럼틀 식으로 서서히 나빠지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어느 한순간에 훅 간다


문제는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몸이 나빠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본인은 계속 무리를 하게 되는 거죠. 일 욕심에. 아직 20대처럼 팽팽할 것이라는 착각에.


30대 중반에 20대처럼 달리면 몸이 한방에 훅 갑니다. (알리 vs. 프레이저 1차전 당시 알리가 '한방'에 다운 당하는 장면)



2.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병든다


옛날 옛적에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뽀뽀뽀' 노래가 있었는데요. '몸이 튼튼하면 마음도 튼튼해진다'는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몸은 튼튼한데 마음은 개차반인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몸이 튼튼해야 마음이 튼튼해진다'는 말은 100% 맞는 것 같습니다. 바꿔 말하면,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병듭니다.


당시 몸이 많이 망가져 브레인마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저는, 세상에 대해서 조금 비관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무슨 일이라도 나버려라'라는 심정?



3. 한 번 망가진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휴직 후 3개월 간의 회복 기간을 거친 뒤 저는 다시 복직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저는 퇴사를 신청했죠.


복직 후 또다시 빡신 프로젝트에 투입되게 되었고 저는 이 회사에서 다시는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또 한 번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면 견딜 자신이 없었던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제안


만약 본인 나이가 30대라면 건강을 꼭 챙기십시오. 직장인에게 건강은 최고의 자산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건강을 양보하지는 마십시오. 회사의 어떤 것도 건강과는 맞바꿀 수 없습니다. 연봉 인상도, 승진도.


특히 체력이 꺾이기 시작한 30대 중반의 팀장이라면 건강을 먼저 챙기십시오. 건강관리 소홀로 팀장이 무너진다면... 그 팀도 함께 무너집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빛을 발할 기회는 앞으로 많습니다.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건강은 미끄럼틀 식으로 서서히 나빠지는 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어느 한순간에 급속히 나빠진다.

2. 건강을 상하면 마음도 병들게 되고 이처럼 한 번 망가진 경험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3. 따라서 체력이 꺾이기 시작한 30대 중반의 팀장이라면, 건강을 먼저 챙겨라. 팀장이 무너지면 팀도 함께 무너진다.


 


           

추신


얼마 전 지인 한 분을 만났는데 이 분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원래 회사에서 인정받던 분이었는데 건강이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하게 된 거죠.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요즘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건강이 조금씩 나빠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문제는 건강은 어느 한순간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20대라면 금방 회복할 수 있지만 저처럼 40대라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한 가지 알고 계셔야 할 점은 30대 중반이 넘었다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몸 관리 충실하게 하세요. 가급적 무리하시지 마시고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나요. 건강이 나빠지는 걸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성과 압박은 계속 들어오고. 사내 정치하느라 매일 술 마셔야 하고. 그냥 견뎌야죠... 그러면서 건강은 더욱 악화되고.


서글프지만 이게 직장인의 현주소가 아닐까 합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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