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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Jan 20. 2023

감자에게 미안한 한숨

유산한 엄마에게_두 번째

'아... 망... 이제 좀 편해졌는데. 이제 내 일 좀 시작하려고 하는데.'

처음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보였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이기주의적이었어요. 경상도 말로 시근 없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아마 계류 유산으로 인한 수술이 아니었다면 그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 후회할까요? 


요즘 출생률이 낮다고 하는데 대구에 살았던 그 아파트는 아파트 이름답게 아이가 많았어요. 오죽하면 강세를 '아이'에 둬야 합니다. '아이' 파크라고요. 하나 있는 집보다는 둘, 셋이 있는 가정이 더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여섯, 일곱 살 차이가 나는 막둥이를 보는 집도 있어요. 임신 사실을 들으면 축하도 하지만 힘들겠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힘들더라도 키울 때 연달아 키우면, 어차피 힘든 거 집중해서 끝내면, 아이가 커 여섯 살만 되어도 사실 좀 편해지니까요. 나이차이가 안 나면 체험과 여행 다니기에도 수월한데 늦게 막둥이를 보게 되면 위의 아이들과 뭘 하기에 맞지가 않는 점에서도 고민하게 되요.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제 셋째는 없다'라고도 생각했었죠. 

  

작년, 여덟 살과 여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었어요. 이제 제법 제 손이 많이 가지도 않고요. 기어 다니고 말 못 할 때에 비하면 엄마인 저는 많이 편해졌습니다. 생명의 소중함 보다 제가 먼저였나봅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못 산 제 인생 좀 갖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확인하고 하루 동안은 계속 크게 숨을 쉬고 마음이 답답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하늘이 맺어주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또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하루 뒤,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그래! 아이 셋 키우는 엄마도 키우면서 일하더라. 나도 할 수 있어. 이번에는 아이 키우면서 글을 써봐야겠다. 주제를 뭘로 잡을까?' 


첫 아이를 키울 때는 남편이 말도 못 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에 반대했어요. 요즘은 몇 시간 집에서 아이를 돌봐 주시기도 하니까 저도 그렇게 하며 제 시간을 보내기로 했죠. 마음이 좀 더 나아졌어요. 우울하지도 않았고요. 뱃속의 아이만 잘 키우면 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대충 세 가지로는 추려졌어요. 하나는 노산이다. 하나는 둘 다 몸 관리를 하지 않았다. 하나는 코로나 확진이다. 테스트기 확인하고 이틀 뒤에 딸아이는 코로나 확진을 받았고, 그 다음날 남편과 아들도 양성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도 목이 따갑고 기침을 했지만 코를 세 번 찌른 후에야 타이레놀을 처방받았답니다. 안 먹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도 이 약은 먹어도 된다고 하더군요. 혹시 모르니 산부인과에는 확인해 보라고 했고요. 체온 올라가는 걸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임신 초기라서 그런 건지,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며칠을 계속 잠만 잤어요.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잤고요. 이불을 꼭 덮고요. 기침 시작하면서는 잠을 못 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격리 기간 끝나고 병원에 갔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그럴 생각도 못했답니다. 두 아이 모두 너무나 건강하게 태어나서 수술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요. 


막상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뱃속의 태아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내가 그때 왜 한숨을 쉬었을까 후회가 엄청 되더라고요. 이 귀한 생명에게 나만 생각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괴롭더군요. 너를 건강하게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물론 있는데요 그것보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나라는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웠어요. '괜찮아,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라고는 못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니까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그때의 나는 올바른 사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미안하지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임신했다고 하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냥 자동으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온 마음으로요. 덕분에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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