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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ghtme Aug 18. 2019

왜 여자가 더 많이 고민하며 연애할까?

수동적인 연애는 고민을 낳는다.

 연애란 참 신기하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혼자서도 즐겁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나 당연하다. 수많은 이별을 했으면서, 지금 우리 관계에도 끝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마치 내 머릿속 이성을 담당하는 부분에 마취제를 놓아서 얼얼하게 마비되고 무뎌진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아까 그 말의 의미는 뭐였을까', '전화 말투가 왜 평소보다 차가운 것 같지', '왜 만나자마자 손을 잡아주지 않았지' 등 서운함과 사소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연애 관련 고민 글을 훨씬 많이 쓰는 이유는 남자는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여자는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주입되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굉장히 공감됐다.


 학창 시절 나는 못생긴 남자친구를 만나는 게 꿈이었다. 그래야 나의 소중함을 잘 알고, 더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많이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여자는 본인을 더 사랑해주는 남자를, 남자는 본인이 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야 행복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사랑주는 남자와 사랑받는 여자는 참 이상적인 커플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여자가 먼저 대시하고, 고백하는 것은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드물고 신기한 일이다.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 여자에게는 시간과 돈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도 아주 유명한데, 이 역시 남자가 사랑을 주는 쪽이라는 관점에서 나온 얘기이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 본인의 시간과 돈을 내어주지 않는 건 여자도 마찬가지다.


 개그 콘서트, 코미디 빅리그 등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여자가 화난 이유를 말하지 않거나, 사소한 이유로 화난 것을 희화화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런 모습은 주변 커플들에게도 많이 보이는데, 나는 이것이 연애에 있어서 여자에게 수동적인 모습을 주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주는 것은 능동적이고 사랑을 받는 것은 수동적이다. 사랑을 얼마나 줄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랑을 받는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본인이 통제할 수 없고, 상대방이 사랑을 주길 가만히 기다리거나 사랑을 달라고 조르는 수밖에 없다. 여자는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주입되었기 때문에, 사랑을 줘야 하는 남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고민하는 것, 변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자는 친구 관계에서 연락이 없으면 아무렇지 않게 먼저 연락을 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낸다. 그렇지만 남자친구에게는 연락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연락을 해주길, 화가 났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한창 싸운 뒤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해도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모두 의견을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수동적인 태도가 주입된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마인드를 바꾸기로 했다. 사랑을 받는 입장이 아닌, 주는 입장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사랑을 줄지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다. 사랑을 주고 싶은 만큼 주어서 모든 행동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서운한 점이 있을 때는 최대한 빨리,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과거의 연애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이렇게 연습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백래시로 보일까 걱정도 되지만,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 하고 속앓이하며 연애하는 여성들이 능동적인 자세로 본인의 연애를 스스로 다스리고,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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