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의 중요성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을 읽고

by Lightme

나는 누군가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그 사람의 가치관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 대화를 피하고, 무슨 말을 하든 무시한다. 한마디 정도 반대 의견을 말할 때도 있는데, 그 사람이 반박하면 대꾸를 안 하고 내 할 일을 한다. 나처럼 잘 무시하는 사람도 없을 거라며 어깨가 으쓱한 적도 있다. 반면 나의 전 회사 동기 언니는 집요할 정도로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 가끔은 언쟁까지 해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창 미투 이슈가 있었을 때,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피해자들은 왜 그때 얘기 안 하고 지금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라는 얘기를 했을 때, 나는 '그 당시에는 말을 못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거죠. 지금이라도 말 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다행이에요'라고 대답하고, 그 후의 말은 무시한 뒤 집에 와서 그 남자를 차단했다.

반면 비슷한 얘기를 들은 언니는 소개팅 자리에서 그 남자와 언쟁을 벌이고, 집에서 카톡으로까지 계속 그 문제로 싸웠다고 했다.

그런 사람의 말은 적당히 무시하면 되지, 아무리 얘기해도 변하지 않을 사람인데 왜 본인의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 보이는 사람인데, 왜 이상한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는지 신기했다.


그런데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을 읽으니, 그 언니의 행동은 높은 자존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높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주장을 한다. 우리가 적절하게 자기주장을 할 수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강해질 것이다. 둘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이고 상호 협력적이다.” - 자존감이 바닥일 때 보는 책 | 너새니얼 브랜든 저


이상한 사람의 얘기를 무시하는 것에는 큰 단점이 있다. 대응을 안 하다 보면 선을 넘는 얘기를 들었을 때조차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내 주장을 얘기하는 연습을 안했으니, 정작 표현을 해야 할 상황이 와도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자괴감을 느낀다. 집에 가는 길에 아까 그렇게 말할걸 되뇌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아마 상처를 준 당사자는 본인이 정상인 줄 알고 여러 사람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고 다닐 것이다.


내 의견을 말하고 나서 상처받은 적도 있다. 회사 직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남자 과장, 차장이 요즘 여자들은 왜 굳이 아이 성을 자기 성으로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왜 굳이 분란을 만드는 거냐고 얘기했고, 나는 남자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왜 여자가 똑같은 걸 원하면 분란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분란 만들지 않고 여자 성을 따르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그때, 상사에게 싫은 소리는 못 하지만 평소에 나와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던 여자 동료가, 남자 입장에서는 괜히 갈등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며 나를 말렸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 동료 입장에서는 빨리 대화를 끝내려고 그랬겠지만,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 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 사건 이후로는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 의견을 얘기하는 게 망설여졌다. 그때 감정은 배신감과 비슷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을 때도 부조리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현실을 쉽게 바꿀 수는 없어도, 이건 불공평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여자 동료가 옆에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자존감을 높이기까지 한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

그 여자 동료처럼 나랑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옹호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얘기하면 내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냐고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거니까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든지 상관이 없다.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어서 내 편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도 컸는데, 사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내가 한 말과 상관이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뿐이다. 괜히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겁먹고 내 자존감을 낮추는 일은 그만하는게 좋겠다. 먹고 싶은 메뉴를 당당하게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견을 조금씩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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