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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ghtme Mar 10. 2022

불행한 하루

 오늘 하루는    중에 유독 불행한 하루로 기억에 남을  같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니 응원하던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어제 밤부터 목이 칼칼했는데, 아침에 기침을 심하게 하며 일어났다. 언니네 가족이 며칠 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서 옮았을 가능성이 컸다. 출근하기 전에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려 했는데, 원래 가던 병원은 오전에 사람이 많아서 다른 병원에 처음 가봤다. 그런데 의사가 직접 검사를 해주지도 않았고, 면봉을  입구에만 넣고 바로 빼서 당황스러웠다. 병원에 와서 검사받은 의미가 없었다. 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고, 의사는   상태를 체크해보지도 않고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PCR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소견서는 추가로 만원을 냈다.


 PCR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 진료소로 가는데, 버스를   선택해서 빙빙 돌아갔다. 그리고 입을 검사할  목을 쑤시지도 않고  점막만 슥슥하고 말았다. 목에 안넣어도 되나요? 라고 여쭤보자 약식으로 하는 거에요~라고 대답했다. 코도 입구에만 살짝 넣고 끝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어서 이렇게 얕게 넣어도 되나요? 라고 여쭤보니  약식으로  거에요~ 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약식으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과가 음성이 나와도 신뢰할  없을  같았다. 내일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가까운 보건소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병원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바꾼 선택들이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줘서  화가 났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서 검사를 해봤는데, 결과는 아주 선명한 양성이었다. 그냥 병원에 가지 말고 키트로 검사하고 바로  가까운, 평소에 가던 보건소로   후회했다.


 나는 언니, 형부, 조카 가족과 걸어서 10 거리에 살고, 언니네 가족에게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조카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언니네 방문했었다. 오늘 언니와 페이스 타임을 하며 장난스레 웃으며 나도 언니네 가서 자가격리 하면 안되냐고 묻자 형부가 정색하며 거절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고, 조카가  아파질까봐 걱정이라며 오지 말라고 했다. 물론 장난으로  말이 실제로 일어나면 규칙을 어기는 거고, 조카를 걱정하는 형부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형부네 선물주러 갔다가 옮은 거고, 언니네 가족이 확진받은 후에 약국에서 대신 약도 받아주고 심부름도 해줬는데 정색하며 거절하니 정말 너무 많이 서운했다.


 응원하던 후보가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처음 간 병원은 집에서 자가진단키트 하는 것 보다도 못했고, 소견서 받고 키트는 또 다시 사느라 돈만 더 쓰고, 나름 머리 굴린다고 조금 더 멀리 간 보건소에서는 멋대로 약식 검사를 해서 내일 또 보건소에 가야할지도 모르고, 형부는 내가 사다준 약도 먹었으면서 내 장난에 정색하며 거절하고 이 모든 일이 겹쳐서 울적하고 머리 아픈 하루가 됐다. 그치만 정말 화나는 건 내 자신에 대해서다. 검사를 이렇게 하시면 병원에 온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 할 걸, 왜 약식으로 검사하냐고 제대로 해달라고 끝까지 얘기할 걸. 그리고 형부는 가족들 걱정이 돼서 그런건데 마음 상하는 내 자신이 쪼잔하다. 결국 어떤 상황이 발생하던지 내가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기분이 덜 나쁜 하루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오늘은 유독 대응하기 어려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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