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독서 다음으로, 7년째 이어온 CD플레이어 이야기
지금까지도
가장 잘 쓰는 육아템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CD플레이어라고 말한다.
AI 시대에 무슨 CD플레이어냐고,
너무 구시대적인 선택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유아 전집이나 부교재로 딸려오는
CD와 DVD만큼은
나는 한 번도 흘려보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의 귀는 생각보다 훨씬 열려 있다.
그리고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부모가 매번 끝까지 읽어줄 수는 없다.
이 방법은
첫째가 말을 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말을 늘려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저 틀어두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되었다.
오디오북과 CD로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아이가 흥얼거리듯 따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듣기만 해도 이게 된다고?’
아이는 음원으로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책으로도 보면서
노래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을 외워갔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창작책과 잠시 멀어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동생을 위해 틀어두었던
창작동화 동요를
첫째가 따라 부르더니
음원에서 들은 제목을 떠올리며
책장에서 그 책을 직접 찾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의 놀라움 때문에
이 방식은 어느새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집에서는
한국사, 과학, 영어, 문학을 가리지 않고
책에 딸려 온 CD들이
하루를 돌아가며 흘러나온다.
어느 날,
“베베는 말을 안 들어, 왜 그러는 거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둘째가 있었다.
영어도 같은 방식으로 들려주고 있었는데,
영어 동화책으로 읽어주었던 장면과
오디오북의 문장이 겹쳐졌는지
아이는 CD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혼자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아이는 듣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었고,
자기 방식으로 이야기를 쌓고 있었다는 걸.
아이는 내가 틀어둔 CD에
집중해서 듣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놀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과일을 먹으며
그저 흘려듣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어느 날 문득
그 책을 다시 집어 든다.
나 역시 오디오북을
집중해서 듣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운전 중 우연히 들은
한 문장이 하루를 버티게 하기도 하고,
그 문장 하나 때문에
책을 다시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도 같은 맥락이라는 걸
나는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고르는 이유는
늘 ‘읽었던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귀로 먼저 친해졌던 이야기,
편안하게 흘려들었던 시간들이
아이를 다시 책 앞으로 데려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