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서점에서 멀어질까

사주지 않던 부모에서, 선택을 믿는 부모로

by 벨라콩


내가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켜온 세 가지 루틴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그 외에
간헐적이지만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아이가 “이 책 읽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합 쇼핑몰에 놀러 갈 때면
나는 꼭 서점에 들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은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책 코너가 아니라
필기구나 스티커 코너에서만 맴돌았다.

예전에는 곧잘 그림책을 들던 아이들이
나이가 올라가면서 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 장면이 내심 불안했다.
아니, 거슬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글밥이 적어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금방 읽는다.
하지만 다섯, 여섯, 일곱 살이 되면
책 한 권의 호흡이 길어진다.


등장인물 간의 감정 흐름이 생기고,
지식책에는 용어 설명이 따라붙는다.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나지 못하면
아이들은 점점 책에서 이탈하게 된다.


대형서점에는
나우드림, 바로 드림 같은 할인 제도가 있지만
독립서점이나 체인이 아닌 서점에서는
그 혜택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으로 사줄게.”

그리고 그 책은
장바구니에 담긴 채 잊히거나,
비슷한 책을 비교하다가 결국 사라졌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떠올랐다.

나는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서점에서 실물로 보고
그 자리에서 사 오는데,
아이들은 이미 그림까지 다 본 책을
‘안 된다’는 말로 내려놓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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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굳이 서점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에 서점에 갔을 때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골라도 괜찮아.
바로 사줄게.”


그랬더니 아이들이 천천히
어린이 코너를 보기 시작했다.
책을 고르고,
집에 올 때까지 꼭 안고 있었고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그 책을 들고 왔다.


신기한 건
몇 년 전에 함께 골라 샀던 책을
아직도
“엄마랑 같이 산 책”이라며
표지만 보고 기억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다.
자주 가는 서점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정말 읽고 싶어 하는 책이라면
그때그때 사주자고.


물론
모든 책을 사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순간만큼은
아이의 선택을
계산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서점에 가면
나와 함께 책을 고른다.


아이들이 책을 고른다는 건
책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그 선택이
존중받았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책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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