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아이는 왜 책을 고를까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맴돌고 있었다.
왜 이 아이는 스스로 책을 고를까.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독후활동이 있어서도 아니고,
보상을 주어서도 아닌데
왜 책을 집어 들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지나온 시간들을 하나씩 돌아보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무언가를 해주려고 애쓰던 부모였다.
주제를 엮어 확장 독서를 하고,
책육아 콘텐츠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의
‘잘된 책육아’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오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이의 독서는
부모의 계획보다
아이의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수십 권의 책을 빌려 오던 날들,
읽든 읽지 않든
그저 책이 집 안에 머물게 했던 시간들.
잠들기 전 늘 같은 자리에서
그림책 한 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밤들.
귀로 먼저 들었던 이야기들이
어느 날 책으로 이어지던 순간들.
서점에서
“이거 사도 돼?”라는 말에
“그래, 지금 사자”라고 말해주던 선택의 기억들.
이 모든 장면들은
그때는 그저 지나가는 일상 같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남은 작은 장면들이었다.
아이에게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 되었다.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있던 밤,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안고 나오던 날,
서점에서 고른 책을 품에 안고 돌아오던 길.
그 기억들이 쌓여
책은 점점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아이가 책을 고르는 이유는
책이 좋아서가 아니라,
책과 함께한 시간이 좋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옆에 있던 부모의 목소리,
함께 앉아 있던 공기,
기다려주던 시선,
선택을 존중받던 순간들이
아이를 다시 책 앞으로 데려온다.
나는 한때
정답 같은 책육아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아이의 독서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보다
얼마나 좋은 기억이 남았는가에
더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요즘의 나는
덜 가르치고,
조금 더 기다린다.
아이의 손이
어느 책으로 향하는지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이 아이가 책을 고르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