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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a Mar 13. 2022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_상

노산, 초산 임신과 출산이야기

 우선 아가는 예정일을 한시간 넘긴 지난 7일 세상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 아 이런 진심… 너무 이뻐요… 우여곡절 출산기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상, 하편 직후 올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

 그럼 분위기를 바꿔서 시작해보겠습니다...... 







 단언컨대 임신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진귀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이렇게까지 하는거라고??


 

 임신사실을 알고부터 안정기라 부르는 16주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고생은 차치하고서라도, 임신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남편이 공식적으로 부부가 된 이후에, 우리 주변인들은 '왜 아기 빨리 안가져?', '가지면 또 다 하게 되어 있어.'라며 임신을 종용, 제안, 강추(?) 하곤 했었다.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는 지인은 이 세상에 없다. 나는 임신을 경험하며, '아, 너도 당해봐라하는 심보였나.' 하는 생각을 가끔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임신은 사람마다 아기마다 다르고 저마다의 애로사항과 힘듦이 있다. 그걸 일반화시켜 겁을 주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예비 엄마들이 자신이 처하게 될 상황에 대해서 최소한의 정보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 시점에서 예비 아빠들에게 미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 글은 전적으로 아기를 품고 열달을 지낸 엄마의 입장에서 쓰였다. 그대들에 대한 위로는 거의 없으며, 때때로 당신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우스갯소리로 많은 둘째 엄마들이 '첫째를 출산하며 '뇌'를 같이 낳아버려, 얼마나 힘들었는지 까맣게 잊고 둘째를 또 가졌다.'는 말을 한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온몸에 문신을 새겨서라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

 아, 나는 두번은 못하겠다.


 첫째는 육체적인 고통이 이유다.

 나는 초기에 출혈로 심적인 고생을 하긴 했지만, 지옥이라고 불리는 입덧은 없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지만, 딱히 못먹겠는 음식도 없어서 요리를 하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단, 임신 전 매우 좋아하던 드라이한 와인 향을 맡으면 살짝 역한 정도였다.--아마도 먹고 싶은데 못먹으니 속이 안좋은게 아니라 속이 상해서 그랬을 것...

 16주 경까지 움직임을 너무 최소화한 탓이었을까, 어느날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거북목에 라운드숄더, 굽은 등은 모든 한국인의 친구라지만, 증상이 무척 심해 거의 진화가 안 된 크로마뇽인처럼 보였다. 움직일때마다 내 몸의 230개가량의 관절 중 어딘가에서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노동하는 자는 운동할 필요가 없다던 아빠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수를 쓰지 않으면, 출산 후 아기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겠구나 싶었다. 요가를 가장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내가 따라할 수 있는 자세는 많지 않았다.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나의 유연성은 0으로 수렴되어 있었고, 두 달가량을 쓰지 않은 근육은 아무 기능도 하지 못했다. 수년간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조차 에어컨이 빵빵한 쇼핑센터의 대리석 바닥에서만 하던 나에게 공원 길과 해변 모래사장은 인스타그램용 사진 한두장을 찍고나면 흥이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육안으로 표가 나지는 않았지만, 미묘하게 한 사이즈 커진 발 때문에 맞는 신발이 하나도 없어서 편하게 신을 신발부터 두어개 장만했다.--20   신발은 39주인 지금 또다시  작아졌지만, 출산 후에는 다시 부기가 가라앉겠거니 하며  사지는 않는다. 아닌가?  모르겠다.-- 쿨하고 멋진 임산부가, 애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산모들이 왜 추례하게 외출을 할 수밖에 없는지 깨달았다. 화장은 엄두도 못냈다. 어차피 꽃단장하고 나가봐야 몸이 무거워 한시간도 채 다니지 못하고 집에 와야 한다. 화장 지우는 시간이 더 오래걸릴 판이었다. 앙상한 팔다리에 뽈록 나온 배, 중심을 잡으려고 한껏 뒤로 뺀 엉덩이에 앞으로 쏠린 어깨와 머리까지. 쿨하고 멋지거나 아름다운 D라인은 연예인들 SNS에나 있는 이야기였다. 어느날은 뽈록 나온 배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배에 힘을 주고 걷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기간이라며 한 껏 더 내밀어보기도 했지만, 배가 불러오면서 나의 바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만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목, 겨드랑이, 무릎 뒤, 사타구니 등 주름이 있는 곳이라면 착색이 진행됐다. 꾀죄죄해 보이는 건 덤이다. 여기에 얼굴에는 듣도 보도 못한 트러블이 올라와 못생김이 더해졌지만, 대부분의 여드름 치료제는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다고 해서 쓰지는 못했다. 유일하게 좋았던 건 단백질 활성화로 머리숱이  많아진다는 거였다. 하지만 방심하지 말라하더라, 출산 후 호르몬이 변화하는 순간 열달치가 한번에 빠지게 될거란다.

 임신 초기의 극심한 두통도 마찬가지였다. FDA A등급으로 산모에게도 안전하다고 검증된 약도 괜한 걱정에 먹지 못했다. 대신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몇번이고 바꿔가며 고통을 온전히 견뎠다.--FDA에서 A등급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에서 태아에 위험성이 없다고 입증된 약물을 의미합니다. 이를 입증하는 데에 평균 15년이 걸리며,  1조원어치 가량의 약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증명이 되어 있으므로 저처럼 미련하게 참지 마시고 드세요.--  그리고 이러한 임신으로 인한 통증이나 고통은 신기하게도 달이 지남에 따라 다른 양상의 통증으로 치환되었다. 어떤 달에는 무릎이, 어떤 달에는 허리가 끊어지듯이 아파 각 주수의 증상을 찾아보면 기가막히게 일치했다. 태아를 비롯한 태반, 산모의 몸무게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막달인 지금은 서혜부라 불리는 속옷라인이 억소리 날 정도로 아픈 순간이 있고, 아기가 나올 준비를 하는지 이따금씩 온 무게가 방광을 눌러 찌릿찌릿하기도 한다. 출산이 가까워 올 수록 양수는 조금씩 줄어듦으로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아진 아기의 움직임은 배 밖에서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이고, 기특하고 신비로우면서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쾌하지 못한 감각이기도 하다.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요의가 있어 화장실에 가는데도 수확이 전혀, 한 방울도 없는 경우도 있다.

 변비에 대해서는 아마도 따로 글 한바닥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될지 모른다. 정말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될 것 같은데, 나와야할 친구들이 바로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더 힘을 주면 아기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변기와 씨름하는 것도 금세 그만두게 된다. 치질이나 치핵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은 성공을 하던 못하던 5분 내외로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큰일을 보고 나올 때마다 나는 요도를 포함해서 아래쪽에 있는 세갈레의 통로가 미세하게 밀려나와 있음을 느낀다. 정말이지 불쾌하기 짝이없다.

 9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급속도로 배가 나오고 무게도 만만찮아지기 시작하자, 침대에 누워 돌아눕는 행위 자체가 몹시 어려워졌다. 아예 일어났다가 자세를 다시 잡는 편이 편한데, 이 경우에도 바로누우면 위에서 신물이 올라와 모로 누워있는 것이 편하다. 임신 기간동안 나는 네다섯개의 바디필로우를 구매하거나 선물 받았는데, V자 형태의 필로우를 제외하고는 잠을 자는데 모두 필요하다. U자 형태는 옆으로 누웠을 때 다리 사이에 끼우는 용도로, 비스듬한 각이 있는 것은 무거워진 배를 받쳐주는 용도로 쓰인다. 말인즉슨, 돌아 누울때마다 이녀석들의 자리도 다시 잡아줘야 하고, 그 사이에 잠이 깨버리기도 하는 불상사가 생겨나는 것이다. 많은 출산 선배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많이 잘 수 있는거라고 말하지만, 아직 육아 전쟁에 돌입하지 않은 나로서는 수면의 질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겠다.--물론 아기가 나온 후에 얼마든지 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네 저는 한입으로도 두말하는 편입니다. 라며 실드를 쳐 놓읍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육체적인 고통은 설명으로 상대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안타까워해주기 수월하다. 반면, 보이지 않는 심적인 스트레스는 나에게 더 다루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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