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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09.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쫄지 말자.

(D+36, 빠이) 빠이가 좋아 나는.

2018.12.6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37




[그녀의 시선] 빠이가 좋아 나는.

걱정만 되었던 스쿠터여행, 둘 다 처음 타보는 스쿠터일뿐만 아니라 나는 자전거라도 누군가의 뒤에 타는 걸 무서워한다. 4살이 어렸던 20대 중반때는 무려 스쿠터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하겠다고 제주행 비행기표도 끊었던 나인데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진다. (태풍이 일본을 강타한 덕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행선지를 바꾼 회사 회장단의 방문으로 연휴에도 출근을 하게 되어 제주행 표는 결국 무산되었다.)

딱히 대중교통이랄 게 없는 시골마을인 빠이에서는 스쿠터가 필수이기에 우리 부부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초반에는 스쿠터 시동도 꺼지고, 뒤에서 나는 지도도 못 보고, 게다가 단속 중인 경찰까지 보여 급하게 도망가기까지 하며 좌충우돌했다. 하지만 금방 적응된 오빠의 스쿠터 실력 덕에 좋은 카페, 리조트, 캐년에서 일몰까지 볼 수 있었다.

스쿠터를 타며 ‘오늘이 우리에게 가장 젊은 날’임을 계속 자각하고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내 젊은 날이 빠이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그의 시선] 쫄지 말자

빠이여행은 스쿠터를 빌린 자와 빌리지 않은 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집단의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극과 극이다. 일몰이 환상적인 빠이캐년, 한적한 논뷰를 볼 수 있는 카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윤라이전망대까지 스쿠터없이는 이동하기 어렵다. 우리는 둘이서 한 대를 같이 타기로 했다. 블로그에서 너무 싼 스쿠터 빌렸다가 오르막을 오르지 못해 스쿠터를 질질 끌면서 올라갔다는 글을 읽고 나서, 우리는 빌릴 수 있는 스쿠터 중에 가장 비싼 놈으로 골랐다. 가장 비싸지만 하루에 만원이 안되는 혜자스러운 가격.

아침 10시 반, 우리의 스쿠터가 왔다. "스쿠터 타본 적 잆니?" , "아니, 이번이 처음이야". 그렇게 시작된 아저씨의 3분 특강. 시동 켜는 법, 방향등, 헤드라이트 사용법을 배우고 나니 끝. 처음 타는 스쿠터인데다 둘이서 같이 타야 하니 약간 긴장이 됐다. 와이프를 태우기 전에 혼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봤다. 와이프가 찍어준 연습 영상을 보니 쫄병도 이런 쫄병이 없다. 그래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감이 왔다. 커브길에 모터사이클 선수들을 흉내내지만 않는다면 겁 먹을 필요 없었다.

그렇게 스쿠터에 적응하며 저녁 일몰을 보기 위해 빠이 캐년으로 향했다. 빠이 캐년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굉장히 좁을 길을 통과해야 했는데 그 옆은 낭떠러지. 초반에 길이 무서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초입에서만 빠이 캐년을 즐겼다는 글을 보았던 터라, 나도 등에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나보다 더 용감한 와이프의 거침 없는 직진에 우리는 더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좁은 길만 잘 통과하면 그 뒤에 길들을 오히려 넓어서 그리 무섭지 않았다. 만약 초반에 좁은 길만 보고 포기했더라면 우리가 봤던 환상적인 일몰을 보지 못했을 거다.

무엇이든 처음 도전하게 될 때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동반한다. 중요한 건 쫄지 않는 거다. 쫄지 않고 도전해보면 막상 별 것 아니없던 일이 많다. 그러니 쫄지 말자!

(스쿠터 무사고 1일차 이등병 김파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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