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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10.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평탄한 길은 재미가 없다

(D+37, 빠이) 스쿠터와 논두렁을 달려

2018.12.7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38.





[그의 시선] 평탄한 길은 재미가 없다

스쿠터 무사고 2일차. 스쿠터에 맛들인 우리는 한적한 시골 논뷰를 바라보며 달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늘도 구글이 길을 안내하는 대로 Sunset Playground란 카페를 찾아가는데 이게 왠걸, 가면 갈수록 느낌이 어째 쌔하다. 멀쩡한 국도를 옆에 두고 논과 논 사이 길을 안내한 구글. 안내한 것도 신기하지만 이런 길을 알고 있는 게 더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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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는 굉장히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마을 답게 중심가의 워킹스트리트는 크지는 않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으로 가득찬 지 오래다. 빠이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보고 싶은 풍경은 아닐터. 우리가 원하는 빠이의 모습은 스쿠터를 타고 5~10분정도 밖으로 빠져나가야만 볼 수 있다. 길 중에서도 잘 정비된 국도가 아닌 시골길, 논길을 달려야 빠이의 민낯을 볼 수 있다.

잘 정비된 국도는 우리를 원하는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가는 길에 잠시 쉬며 시골의 정취를 느끼거나 한없이 펼쳐진 들판을 바라 볼 수 없다. 반대로 논길은 울퉁불퉁하고, 웅덩이도 있고, 목적지까지 돌아서 가야하지만, 우리의 기억에 오래남는 건 '나를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해준 국도가 아니라,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논길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목적지가 어딘지 조차 불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가려는 '효율성' 좋은 국도보다는, 중간중간 엉덩방아도 찌고, 때로는 이 길이 맞나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조금의 두려움'과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천천히 즐기며 갈 수 있는 '시골길'을 갔으면 좋겠다. 우리의 인생이 '효율성' 보다는 '과정'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기를.



[그녀의 시선] 스쿠터와 논두렁을 달려

익숙해진 스쿠터를 타고 요가-시내-카페를 누볐다. 금요일 낮에 각자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아니라 논두렁을 달리고 있다는 게 아직도 생경하다. 빠이 주민들이 논 일을 하고 있는 삶의 현장 사이를 지나 달려간 힙한 농가 카페에서 낮잠을 청했다.

하고싶은 것만 해도 이렇게 하루가 짧다니. 일과를 마치고 해먹에 누워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우리 인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례 텔레비전을 보거나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불금이 아닌 일상들, 여행을 와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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