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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15.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홍콩은 사랑이야.

(D+41, 홍콩) 바다보며 요가하기


2018. 12.11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42.






[그녀의 시선] 홍콩은 사랑이야. (부제: 바다보며 요가!)

날이 갠 홍콩은 걸음을 내딜때마다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늦잠을 자고 어진이가 사주는 딤섬을 많이 먹고나서, 오빠 지인에게 커피도 얻어먹었다. 어진이 덕에 홍콩의 마천루를 보며 요가도 공짜로 할 수 있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참으로 감사한 멋진 사람들 덕에 윤택한 홍콩여행을 했다.

오늘은 동갑내기 여자친구들만 만나서인지 커리어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예쁜 옷과 가방을 매고 선망받는 회사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퇴직금을 까먹으며 소비하고만 있는 건 아닌가? 작년에 출장가는 남편을 따라 놀러왔던 홍콩에서는 커리어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았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대학공부를 했던 사람들이 멋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남편한테 얹혀 놀고있는 무능력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다. 내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커리어를 발전시켜야겠다고 다짐했던 지난 홍콩행이었다.

그렇게 돌아간 회사에서 퇴사하기까지 약 1년 반동안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 외국계기업임에도 한국 기업보다 제한된 출장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 능력과 열정이 부족해서였겠지만 연공서열로 부여되는 기회들에 적잖이 실망스러웠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로 나는 마모되었고 결국 내가 선망하던 기회들이 정말 좋은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퇴사를 한 많은 이유 중 하나지만 결국엔 그냥 내 돈으로 내가 하고 가고 싶은 곳을 다니며 뭐가 맞는지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생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멋있어 보이는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백수신분으로 다시 찾은 이번 홍콩에서는 멋있어 보이는 커리어를 쌓고 있는 동년배 친구들이 그저 멋있어보일뿐 크게 부럽지않았다. 억대 연봉을 받고, 비싼 옷과 가방을 들고 좋은 곳에서 밥을 먹는 삶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과 힘든 일은 수두룩할지어니. 이제 그런 고충들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오히려 지금은 그런 멋진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게, 그들에게 얻어먹을 수 있다는게 좋을뿐.

우리가 홍콩에서 이렇게 풍족하게 지낼 수 있는 건 팔할이 좋은 대학, 직장에 갈 수 있게끔 아낌없이 지원하고 도와준 부모님 덕이다. 함께 페리를 타고 다니며 야경을 볼 수 있어 또 한번 부모님들과 지인들에게 감사한 홍콩의 밤이다. 홍콩 정말 좋아.





[그의 시선] 홍콩에서 요가수업 듣기

홍콩여행 2틀차인 오늘은 원데이 요가수업을 듣기로 했다. 사실 어제 쇼핑몰 다니면서 자주 보이던 PURE YOGA가 깔끔하고 좋아보여 알아보니 원데이수업 수강료가 인당 홍콩달러로 $350 (한화로 5만원). 왠지 이런 시설 좋은 곳은 무료체험이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HK Residence만 가능하다고 ㅠㅠ.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언제 홍콩에서 요가를 해보겠냐며, 기왕할거면 View가 좋은 곳에서 하자 싶어 PURE YOGA를 가기로 결정. 그래서 아침에 나올 때 요가복을 미리 챙겨나왔다.

이번 홍콩 여행은 정말 사람복이 많은 여행이랄까. 점심 때 만난 새미친구분이 PURE YOGA에 다니고 계시다고, 회원이 추천해주면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PURE YOGA 지점 중에서도 홍콩에서 가장 좋은 시설과 View를 자랑하는 Penninsyla Office Town 점으로 직접 전화해서 우리가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 분은 천사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도착한 PURE YOGA. 침사추이에 있는 Pure Yoga Penninsyla점은 Central쪽 Harbor를 바라보며 요가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심지어 오후수업이라 야경까지 볼 수 있었다. Pure Yoga에서의 경험은 곧 유튜브에 편집해서 올릴 예정! 수업이 진행되는 Studio로는 폰을 들고 갈 수 없어서 수업장면은 찍지 못했지만, 수업끝나고 후다다닥 폰 가져와서 찍었던 영상이 있으니 기대해주시길!

홍콩에서 일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홍콩에는 원래 Fitness 프랜차이즈가 3군데 정도 있었는데, 2군데가 망하고 하나가 남았는데 그게 바로 PURE 라고 한다. 홀로 남은 PURE Fitness, PURE Yoga는 가격대가 비싸지만 그만큼 좋은 시설과 위치로 인해 홍콩에 있는 고소득자들의 Needs를 충족시켰다고 한다. 정말 우리가 가는 IFC, ICC, PP 등 거의 모든 쇼핑몰에는 PURE YOGA가 있었다.

PURE YOGA와 같이 최신식 설비와 멋진 View를 제공하는 요가원이 한국에 생긴다면 어떨까. 한국에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시설과 멋진 view를 제공하는 요가원이 있었나? 아직 없다면 PURE YOGA가 한국에 들어오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영어로 진행하는 요가수업에 대한 니즈가 많을까? 한국에 관광온 외국인들은 어디가서 요가를 할까? 그들은 만족하고 있을까? 내가 PURE YOGA에 컨택을 해볼까? 내가 컨텍하면, 나의 어떤 능력을 보고 나와 계약을 할까? 아니면 내가 나중에 한국에 들어가서 이런 요가원 컨셉으로 창업을 해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그 생각끝에 떠오르는 옛추억.

PURE YOGA App이 내가 다녔던 Crossfit Centinel App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Crossfit Centinel도 PURE와 같은 전략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것 같다. 여의도 IFC에서 최고의 시설과 멋진 VIEW를 제공해 나도 만족하며 다녔었는데, 왜 내 돈 떼먹고 호주로 날랐을까...왜 망했을까... 크로스핏이라서 안된걸까. 요가라면 가능할까. 왜 나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던 것일까. 거기있던 로잉머신이나 하나 집에 가져올 걸.

내 돈 떼먹은 호주인 아클란 어쩌구 하는 그 나쁜놈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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