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도 실패도 도전해야만 알 수 있다.

공원에서 요가하기(방콕 룸피니공원, 치앙마이공원)

by 망샘


공원에서 요가하기(Bangkok Lumpini, Chiangmai Buak Hat Public Park)



세계여행을 계획할 때 우리 부부는 요가와 운동을 병행하며 여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방콕여행을 어떻게 하든 정답은 없다. 루프탑과 클럽에 가서 밤문화를 즐길 수도 있고, 야시장을 돌며 식도락을 만끽할 수도 있다. 일일투어를 신청해 근교에 있는 아유타야, 깐짜나부리에 갈 수도 있다.


우리의 방콕여행은 룸피니공원에서 요가하기. 룸피니공원은 방콕의 센트럴파크라고 불리는 도심 가운데 있는 공원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매일 아침 7시, 저녁 6시에 공원에서 요가클래스가 있다고해서 우리도 공원으로 향했다. 5시쯤 도착하여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동영상을 토대로 요가수업이 진행되었던 spot을 찾아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저녁 6시가 다되가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내심 불안했는데, 주말이라 그런건지 결국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실패.


그렇지만 우리가 자리를 잡고 있던 장소가 룸피니공원에서 저녁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 명당자리였다. 어설프지만 티칭했던 경험을 살려 자체 요가수업을 시작했다. 시퀀스를 따라 아쉬탕가를 하며 바라보는 룸피니공원에서의 노을은 완벽했다. 비록 요가 수업을 듣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성공을 이룬 셈이다.





나의 최애 영화인 ‘Last Holiday’에서 여주인공 Georgia Byrd(얼굴보면 다들 아실 Queen Latifah가 연기한)는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평범하게 살던 일상을 떠나 자신의 버킷리스트였던 체코를 찾아간다. 체코에서는 평범했던 백화점 주방기기 판매원이 아닌 복스럽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줄 알아 최고급 호텔 셰프와 친구가 되고, 하루에 300만원이 넘는 스위트룸에 머무른다. 카지노에서는 잭팟을 터뜨려 하루에 1억원이 넘는 돈을 벌게된다. 그런 그녀가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중에 명대사가 있다.


Georgia Byrd: Next time... You do things different.
We will laugh more, We will love more;
You see the world. We just won’t be so afraid.

-from <Last Holiday>



죽기 전에야 진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Georgia가 거울을 보며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대사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겁먹지 않는 것.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사랑하는 것.

인종, 성별, 학력 혹은 부와 관계없이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건 열린 마음이 아닐까. 그들의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나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쳐다볼지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겁먹지 않는 것이다.





방콕 룸피니공원에서의 성공적인 요가경험을 되살려 와이프와 함께 치앙마이 올드시티 공원에서 열린 Acro yoga에 참석했다. 전형적인 아일랜드 출신일 것 같은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머리색이 오렌지색이였던 요가 선생님부터, 100kg는 나갈 것 같던 미국인 털보 형, 키가 나보다 15cm는 더 컸던 북유럽 출신으로 추정되는 걸크러쉬 누나, NYC atheletic 자기를 입고있던 마르고 키가 컸던 미국인 친구, 남자친구는 조깅을 하러 가 혼자 아크로요가를 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여자까지. 모두가 범상치않은 포스를 풍기는 이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아크로요가 동작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마냥 편할리만은 없다.


하지만 이른 아침 해가 비치는 공원에서 열린 마음으로 아크로요가를 수련하러 모인 사람들만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을까. 그들과 같이 1시간 반동안 아크로요가를 하면서 내가 수련한 건 어쩌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들만큼 열린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하지 못할지는 모른다. 우리 몸도 하루하루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게 ‘열린 근육’이 붙을 거다. 옴샨티.





또 다른 일요일 오후엔 선셋요가를 들으러 다시 치앙마이 공원을 찾았다. 오늘의 선생님은 유쾌해 보이는 미국 여자 선생님. 공원의 아무 잔디 밭에서 매트라고도 할 수 없는 대나무자리를 펴놓고 시크하게 요가 수련을 시작한다. 독일에서 온 유연하던 빨간 레깅스의 누나와 요가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겨울나라인 핀란드에서 온 키 큰 누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태국 현지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 공원 요가 초보인 우리가 빈야사를 하는 내내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자 독일누나가 본인의 수련도 포기한 채 가방을 뒤져 모기퇴치제도 빌려주셨다. 나였다면 내 수련을 끊어가면서까지 내 물건을 쉽사리 빌려주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온통 초록으로 둘러쌓인 곳에서 한 시간동안 호흡했다. 뭐랄까,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게 초록색으로 녹아드는 수업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재능기부로 진행되는 이 수업을 이끈 선생님은 요가강사가 아닌 뉴욕 출신의 포토그래퍼라는 사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오직 요가 하나로 엮인다는 게 요가여행을 하며 느끼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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