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과학이다

노트를 보며 요가를 가르치면 어떤가요

by 망샘








요가 수업 한 시간 안에 적게는 열댓 가지부터 많게는 거의 서른 개 남짓의 동작을 한다. 중요한 건 동작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가, 무리하지 않고 몸을 요리조리 균형 있게 쓰는 지다. 즉, 자연스럽게 동작을 잇는다는 건 순서까지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수업을 준비하고 동작은 물론 순서까지 숙지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발표를 할 때 준비했던 말을 의례 잊어먹는 것처럼 요가 수업을 하다 보면 꼭 한두 개씩 동작을 빼먹곤 한다. 그래서 노트를 보며 커닝을 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트를 보면서 하면 초보 같아 보일까 봐, 수강생들이 초보 선생님이라고 생각할까 봐 커닝을 할 수 없었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요가 선생님은 굉장히 당당하게 노트를 보며 수업을 진행했다. 심지어 그 모습은 체계적이다 못해 과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세계여행 첫 여행지였던 방콕. 이곳에서 두 번을 갔던 요가 스튜디오가 있다. 현지인도 아닌 캐나다인 부부가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얼마나 좋으면 캐나다에서 태국으로 넘어와 요가원을 차렸을까 싶었다. 어디에서 왔니? 한국에서 왔다. 요가 좋아해서 수업을 들으러 왔다, 방콕 다음에는 치앙마이로 가서도 요가를 할 거다. 기타 등등 수다를 떨다 치앙마이에 가거든 이 선생님 수업을 꼭 들어보라며 추천을 받았다. 바로 ‘요가 트리’의 Gernot 선생님.

일주일 후 치앙마이로 넘어와 요가 트리를 찾아갔다. 숙소가 있던 님만해민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올드타운으로 넘어갔다. 올드타운에서도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이곳은 넓은 정원과 수련실에 드리운 나무가 조화로운 공간이었다. 가히 요가 트리라는 이름과 어울릴만했다. 스튜디오 안은 전체적으로 나무 톤이었지만 유리 창문이 있어 나름 모던한 공간이었다. 평범한 금요일 오전이었지만 수련실 안에는 디지털 노매드의 성지답게 노란 머리 외국인들이 열명 가량 있었고 한국인 여성 한 분도 있었다.





곧이어 큰 키의 흡사 스티브 잡스를 닮은, 흔한 요가 선생님의 외모가 아닌 그 유명한 Gernot 선생님이 노트를 들고 등장했다. Yoga Foundations이라는 수업 주제답게 노트 중간을 펼친 그는 빼곡히 적힌 글을 읽으며 수업을 진행했다. 마치 교수님이 책을 들고 와 강의를 하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기본에 충실하며 몸을 천천히 열었다. 어찌나 도구도 다양하게 쓰던지 블록, 스트랩은 물론 볼스터와 모래주머니 나중에는 벽까지 이용했다. 요가 선생님보다는 공자 맹자 노자 같은 학자 같았다. 그런데 시연하는 걸 보면 그 큰 키에 어찌나 유연하던지 놀랄 ‘노’ 자였다. 모든 동작은 미니멈, 맥시멈 에지 즉 근육의 최소 최대 가동범위를 짚어주며 진행됐다. 몸을 앞으로 숙이는 기본자세만 해도 끊임없이 “미니멈 에지- 맥시멈 에지- “를 외쳐주었다. (성대모사를 즐기는 남편은 이 날 이후 몇 달간 홈트를 할 때도 맥시멈 에지를 외쳤다.)

노트 덕분인지 그의 수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이토록 다양한 도구와 자세를 하면서 왼쪽, 오른쪽도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이어나갔다. 벽에 다리를 대고 허리와 골반의 정렬을 맞추는 동작을 할 때는 각자의 폰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센스까지 놓지 않았다. 백미는 사바아사나 때 벽에 다리를 90도로 올린 채 진행했는데 각자의 몸 상태에 맞게 모래주머니를 발바닥 위에 올려주는 것. 이리저리 몸 구석구석을 쓰고 나니 다시 한번 노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노트를 보며 요가 수업을 하면 초보 같아 보이지 않았다. 수업을 준비해온 만큼 알차게 구성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실력에 대한 떳떳한 자부심이지 남의 시선은 아니었던 것이다. 남이 나를 초보 선생이라고 무시하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은 접어둔 채 내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전달하면 그걸로 되는 거다. 한적한 태국 산골 마을 요가원에서 또 하나 배웠다.




태국, 치앙마이 The Yoga Tree

1회 300 batt(7500원)

보통 요가 수업 1회권 시세는 250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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