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여행 순한 맛: 태국과 발리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하는 요가는 진라면 순한 맛 같았다. 맛있긴 한데 감칠맛이 부족해서 2프로 아쉬운 그런 느낌.
한국의 요가 인구는 어림잡아 백만 명. 그중 적어도 삼분의 일은 해외여행을 가봤을 것이며 한국에서 가까운 태국과 발리를 다녀온 요기니는 감히 몇 만 명이라 추측한다. 평소 요가를 즐긴다면 여행지에서도 요가를 하는 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로컬 트립이 활성화된 (코로나 19 이전의) 시대에는 한 번씩 체험해봤을 것이다. 그곳을 다녀온 친절한 블로거들이 수업료부터 요가 스튜디오 홈페이지 링크도 연결해둔 덕분에 편하게 요가 여행을 했다. 방콕, 치앙마이와 발리가 그랬다.
동남아 요가의 가장 큰 매력은 푸릇푸릇한 환경이다. 발리의 요가 스튜디오는 나무에 덮여있어 말 그대로 초록이다. 방콕의 룸피니 공원, 치앙마이의 이름 없는 공원과 원님만 쇼핑몰 중정에서 요가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시간 동안 내 몸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연중 따뜻한 온도에 숲 안에서 호흡하는 기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가끔 스콜 같은 폭우가 내릴 때도 있는데 그 나름대로 또 좋다. 요가매트 위로 개미가 기어올라오는 건 다반사고, 천장과 벽을 타고 다니는 찐짝(작은 도마뱀)과도 함께 호흡한다. 그래도 이 자연 친화적인 환경은 너무 덥거나 춥고 혹은 날이 좋으면 미세 먼지에 좋은 공기를 마시기 힘든 한국에서 쉬이 만날 수 없다. 그래서 동남아 요가는 기본을 한다.
한국어로 된 정보가 얻기 쉽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이야기지만 전체 요가 인구로 보면 한국인은 극히 일부다. 미국인 요가 인구는 천오백만 명이란다. 그만큼 영어로 된 정보는 더욱 많을 것이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 온 독일인, 네덜란드인, 영국인 등도 많았다. 수요가 많은 만큼 요가 스튜디오는 그만큼 돈을 벌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특히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후 요가의 성지가 된 발리 우붓에는 요가 스튜디오가 기업처럼 잘돼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두 곳, 요가 반(Yoga Barn)과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Radiantly Alive Yoga)는 가히 요가 공동체 같다. 요가 수업과 숙소 그리고 식당까지 운영하는 체계적인 곳이다. 그리고 그만큼 상업화됐다. (오십 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호흡했던 요가 반의 수업은 요가원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은 나시고랭보다 덜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영어로 수업을 하며 선생님도 현지인보다 미국, 호주, 유럽인 위주였다. 영어를 해도 해도 너무 잘한다.
우붓은 <먹고, 요가하고, 사랑하라> 테마로 짜인 도시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룻밤에 2만 원도 하지 않는데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주는 숙소의 조식을 먹는다. 비싸다 해도 한국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물가에 비건 음식조차 맛있게 차려내는 발리다. 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도시는 본인이 뭘 잘하고 내 매력이 뭔지 알며 그에 합당하는 비용을 요구하는 영민한 도시였다. 요가의 성지답게 요가는 상업화된 관광상품 같았다. 먹고 요가하며 지내기 최적화된 도시. 장범준 덕에 바다 명소가 된 여수처럼 줄리아 로버츠 덕분에 요가와 힐링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 이미지로 먹고사는 우붓. 아무리 상업화됐어도 확실한 이미지를 소구하며 좋았던 곳이었다. 여행자 신분으로 지내는 나에겐 이 편한 도시가 딱 알맞았다.
그런데 마음 한 편에는 한국을 떠나오며 기대한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덜 상업화됐지만 나 같은 외국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가 도시가 없을까? 그렇게 요가의 진원지 인도 리시케시에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