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니라면 인도를 가긴 가야 하는데...

인도 리시케시 생존기

by 망샘



인도행을 끝까지 망설이게 한 수많은 부정적인 일화에도 불구하고 인도 여행을 감행한 큰 이유는 요가였다. 요가를 취미 이상으로 하게 되며 인도를 올 수 있음에도 오지 않은 선택을 했다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다. 요가의 성지 발리에서 3주를 꽉 채워 지내고 인도 리시케시에 입성했다. 야간 이동은 가뜩이나 지양하는데 인도에서는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아 델리 공항에서 노숙을 했다. 공항 노숙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우붓으로 가는 2박 3일 동안 했던 화산 투어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인도를 가긴 가지만 몸이 힘들면 언제든 탈출하기 위해 편도 티켓만 사서 인도에 입국했다.

기대보다는 걱정을 안고 도착한 인도의 첫인상은 ‘더럽다’가 아닌 ‘춥다’였다. 2월의 인도는 정말 추웠다. 가지고 있는 가장 두꺼운 옷을 모두 꺼내 입고 공항에서 버티다 드디어 해가 밝고 리시케시로 가는 국내선에 올랐다. (인도하면 연상되는 힘들고 더러운데 모두가 추억하는 기차여행을 우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너무나 수월하게 리시케시에 입성했다. 악명 높은 연착, 호객 행위, 사기꾼도 없었다. 예정대로 도착해버려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리시케시의 호스텔에서 4시간을 죽치고 앉아 컵라면도 먹고 잠도 잤다. 짐을 풀고 드디어 제대로 인도 땅을 밟았다. 예상한 것보다 소 똥은 덜 있었고 맛있는 음식은 많았다. 물론 길가를 활보하는 소만큼 요가와 명상을 하는 아쉬람도 많았다.




막상 인도에 와보니 요가 외에도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차이 티를 마시며 노닥거리기 등 좋은 것이 너무 많다. 요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을 보낼 매력적인 요소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우리는 아쉬람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도시를 여행하듯 깔끔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를 손품 팔아 잡았고 하루에 요가는 한 시간만 했다.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퇴사까지 하고 떠나온 여행인데 굳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엄격한 규율에 맞춰 생활하는 아쉬람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 물가에 비하면 아쉬람 입소 비용은 턱없이 비쌌다. (갈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던 곳은 한 달에 $1000부터 시작했다)







리시케시의 길가엔 마치 대학로에 가면 연극 포스터들이 범람하는 것처럼 요가 수업 리플릿이 휘날린다. 그중 하나였던 숙소 근처 아쉬람에서 인도의 첫 요가 수업을 들었다. 기대 이하의 특이한 수업이었다. 다시 한번 아쉬람은 가지 않기로 했다. 한국인 블로거들이 정보도 남겨준 요가원에 가보기로 했다. 처음 들었던 수업은 아쉬탕가 빈야사. 아쉬탕가 시퀀스는 동일하니까 발리에서 들었던 수업과 비슷했으나 인도 남자 선생님은 경외감이 드는 시연을 보여주었다. 오오 이것이 인도 요기의 포스인가! 그다음 들은 하타요가 수업 역시 기본 하타요가 태양 경배 자세를 시작으로 기본과 숙련 동작을 단단히 다지는 시간이었다. 태국, 발리 모두 수업 시작 전과 후 ‘옴 찬팅’을 했는데 인도는 옴 찬팅의 정수였다. 수업이 끝나고 둥글게 빙 둘러앉아 ‘아오움’으로 발음하는 ‘옴’ 발음부터 잡아주고 나, 가족 그리고 모두의 평화를 염원하는 샨티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렇게 나는 리시케시 생활에 물들어갔다. 보름도 너무 짧게 느껴졌다.



인도에 온 것부터 기적인데 이곳에서 간헐적 단식도 의도치 않게 해 보게 됐다. 아무리 리시케시는 인도에서도 안전한 도시에 속한다지만 해가 지면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저녁을 일찍 먹었고, 잠을 일찍 들다 보니 눈도 빨리 떠졌다. 하지만 요가 수업이 9시였기에 그 전엔 거의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았다. 거의 열 시간을 자고 일어나 부지런히 걸어 나와 아침에 요가를 한다.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노화가 진행된 건지는 몰라도 신기하게 허기가 지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됐다.

마음과 함께 몸까지 가벼워지고 있는 리시케시 생활이 꽤나 마음이 들었다. 당연하게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지고 식탐을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에 어른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요가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단식 타임도 끝났다. 요가원 앞에 있던 노점상 리어카 부부가 내려주는 착즙 석류 주스 한 잔을 시작으로 차이 티, 과일 뮤즐리, 만두 같은 모모까지 맛있는 것 천지라서 살이 빠질 시간은 없었지만. 요가의 도시답게 리시케시는 도시 전체가 육류, 해산물 반입이 금지되는 채식 도시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 굉장히 걱정했다. 과연 보름 동안 고기 없이 버틸 수 있을지. 하지만 풀만 먹고 5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소의 비결을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채식만으로도 맛있는 삼시 세 끼를 먹을 수 있음을 리시케시가 알려주었다.


결국 요가로 시작해 먹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지만, 리시케시 여행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일주일만 있다 떠나려던 인도에서 5주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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