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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28. 2019

[퇴사하고 세계여행] 이질적인 크리스마스 풍경

(D+54, 양곤) 미얀마 여행을 마치며

2018.12.24

퇴사하고 세계여행 Day 55.





[그녀의 시선] 이질적인 크리스마스 풍경


크리스마스이브는 미얀마 인레와 양곤에서 보낸다. 태어나 처음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낸다.

인구의 90퍼센트가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미얀마도 크리스마스장식을 한다. 비행기 앞자리에 앉은 승려 옆에도 크리스마스 종 장식이 되어 있으니 이보다 더 이질적인 크리스마스 풍경이 있을까싶다.


이브 저녁은 근사한 프렌치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며...가 아닌 한식당에서 거나하게 한 상을 먹었다. 우리답게 한식파티를 했고, 귀인 윤규오빠 덕에 맛있는 한식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며 인복에 더욱 더 감사하게 된다. 내가 받은 것처럼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의 시선] 미얀마 여행을 마치며

세계여행 세번째 나라였던 미얀마에서의 마지막날. 미얀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했고, 다채로웠으며, 놀라움을 주는 곳이었다. 도착 첫 날부터 내 예상과 달리 현대적인 시설에 놀랐던 양곤공항을 시작으로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파고다의 도시 바간을 거쳐 호화로운 호캉스를 단돈 10만원에 즐길 수 있었던 평화로운 인레호수, 그리고 체크인부터 탑승까지 모든 것이 우리를 당황케했던 혜호공항까지.

전국민의 90%이상이 불교신자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우리가 머무는 숙소마다 트리장식과 산타할아버지 스티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캐롤송으로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었다. 승려님이 앉아 있는 비행기 좌석 위로 매달려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는 이질감이란.

앞서 여행한 태국과 홍콩이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이었다면, 미얀마에서의 열흘은 조금은 낯선 것들에 도전하는 시간이었다. 여행자를 대상으로 수없이 "Hi, Do you need a taxi?"를 외치며 다가왔던 많은 삐끼들과, 바이크렌탈부터, 세탁, 택시까지 모든 서비스에서 가격협상이 필요했던 미얀마. 인도를 아직 여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낮은 난이도의 인도를 경험한 느낌이었다.

열흘동안 도시를 3차례 (양곤->바간->인레->양곤) 옮기면서 움직인 거리만 1,000km가 훌쩍 넘었고, 그 덕에 짧은 여행이었지만 다채로운 미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행자 물가와 현지인 물가가 차이가 심해서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진 태국보다는 여행경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아직은 다른 동남아국가들에 비해서 여행하는 외국인이 훨씬 적기 때문에 덜 때묻은 미얀마 사람들의 미소를 볼 수 있기도 했다.

미얀마에서 가장 놀란 것은 통신인프라의 구축이었다. 시골 마을까지 LTE가 뜨는 통신환경은 놀라웠다. 세븐일레븐 천국이었던 태국과 달리 편의점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것도 새로웠다. 도로 인프라가 열악해 도시간 이동을 버스로 하게 될 경우 거리에 비해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리는 걸 보면 미얀마는 전국에 도로망을 정비하는 사업만 해도 매년 높을 성장률을 기록할 것 같다. 역시 개발도상국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첫 번째 산업은 건설업이다. 미얀마에도 우리나라의 정주영 회장같은 분이 나타나겠지.

도시 이동을 위해서 짧게만 머물렀던 양곤에서 우리가 두 번이나 방문했던 한식당 더테이블과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바간으로 이동하던 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들렸던 한식당이 더테이블 이었다. 혜자스러운 가격과 한국에서 먹는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맛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곳인데, 여행 마지막날 새미 친구님의 은혜로 한 상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국토대장정을 함께 했던 김윤규님, 잘먹었습니다 :)

미얀마 음식은 태국음식만큼 우리 입맛에 잘 맞지는 않았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 정도였다. JMT의 기근 속에서도 우리의 입맛을 사로 잡은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세꼬랑 꼬치 골목에서 맛보았던 돼지양념꼬치, 낭쉐 마을의 맛집 'Live Dimsum House'에서 맛본 딤섬과 누들, 역시 한국인은 찌개와 밥이지란 생각을 들게해 준 '더테이블'까지.

미얀마에서도 빼놓을 수 없었던 파고와 망샘의 요가원 방문기. Yangon Yoga House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곳이라 가격이 태국에 비해 2배나 비쌌지만(인당 $13), 깨끗한 요가 매트와 샤워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장거리 이동으로 뭉쳤던 근육들을 풀어주었던 Vinyasa Flow가 좋았던 곳이었다. 하이라이트는 Bagan에서 했던 Sunset Yoga.  바간의 아름다운 일몰을 온몸으로 느끼며 했던 명상과 요가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엔 다운독 하며 거꾸로 보았던 달과, 사원들이 선명하다. Inle Novotel에서 체중을 재보고 살이 2kg나 빠진 것에 놀라, 그날부터 다시 매일 운동하는 걸 챙기게 된 것도 좋았다.

미얀마에서는 카페놀이를 하러 최고급 리조트나 호텔을 꽤나 방문했다. 입구에 선 동상부터 눈물나게 멋있었던 진시황의 궁같았던 Aureum Place부터, 나뜨랑의 The Anam Resort가 생각났던 Thiripyitsaya Resort, 그리고 13만원에 룸업그레이드까지 받았던 Novotel까지. 지난 일기에서도 적었지만 동남아에 가는 분이 계시다면, 꼭 이 팁은 전수해 드리고 싶다. "최고급 리조트에 꼭 가세요. 낮에 가서 커피먹고 오세요. 두 번 가세요."

열흘동안 '밍글라바(Hi)'와 "쩨주찐바데(Thank you)' 이 두 말을 얼마나 자주 썼는지 모르겠다. 그럴 때 마다 늘 환한 미소로 답해주던 미얀마 사람들. 이렇게 또 아재의 스토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10년쯔음 뒤에 애기와 함께 미얀마를 방문해서 Jr.파고에게 이야기 해줘야지.

"아빠가 말이야, 10년전에 저기 파고다 올라가서 일출도 보고, 저기 호텔에서 일몰도 보고 그랬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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