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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un 14. 2020

인도를 갔다 와도 몰랐던 아쉬탕가의 매력

하타요린이의 아쉬탕가 수련기


아쉬탕가 요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수련했지만, 순전히 시간대가 맞았고 선생님들이 좋아서였다. 요가하며 세계여행을 할 때도 아쉬탕가 수업은 거르고 봤다.


그러면서도 선생님들이 수련하러 가는 아쉬탕가의 본고장인 인도 마이소르는 호기심에 열흘이나 머물렀다.

물론 몇 달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는 메인 샬라에서의 새벽 수련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오후 늦게하는 수업도 겨우 챙겨 들었다.

요가의 성지 인도를 다녀와도 아쉬탕가의 매력에 빠지지 못했다.



아쉬탕가 수련대신 휴식을 선택했던 인도 마이소르 여행



‘아쉬탕가’야말로 요가는 정적이라는 오해를 깨부수는 수련이다.

선생님이 짜기 나름인 여타 요가 수업과 달리 동작부터 순서, 호흡 카운트까지 정해져 있다. 그냥 매트에 서면 한 시간 반은 정해진 대로 머리 굴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땀은 비 오듯 나고 머리는 산발이 된다. 하타요가는 한 동작에 기본적으로 1분 이상 머무르는 반면, 아쉬탕가는 평균 다섯-열 카운트면 한 동작이 끝난다. (그래서 아쉬탕가가 좋다는 지인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탕가 수련이 힘든 이유는 아사나(동작)를 이어주는 빈야사의 역할이 크다. 예를 들면 파스치마따나아사나(앞으로 숙이는 전굴 자세) A에서 D까지 네 동작을 하는 사이마다 A가 끝나면 몸을 띄워 다운 독으로 갔다 다시 업 독으로 올라와 다운 독으로 온 뒤, B를 진행하는 식이다. 앉아있는 채로 A가 끝나고 바로 B로 넘어가면 참 편하련만 동작 사이엔 빈야사가 빠지면 안 된다. 호흡과 동작의 자연스러운 연결(빈야사)을 통해 계속적인 집중과 몰입을 유도한다는데,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빈야사를 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이 힘든 과정이 모두 명상으로 가기 위함이란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다. 아사나는 거들뿐, 진짜는 한 시간 반 이후에 하는 명상부터다.

빈야사를 할 때마다, 매번 안 되는 동작에서 막힐 때마다 아쉬탕가 수련을 왜 왔을까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사실 제일 처음 하는 수리야 나마스카라A 4번째부터 그 생각을 한다. 이 힘든걸하러 내 발로 왜 왔을까......

하타요가 역시 잘 안 되는 동작에서 1분 이상 머물 때마다 힘들다. 그럼에도 빈야사가 없어 훨씬 할 만하다.



마이소르에서 아쉬탕가대신 들었던 백벤딩&힙오픈 수업






그런데 아쉬탕가를 끊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해진 대로 꾸준히 하며 땀을 흘린 성취감. 빈야사를 하며 기진맥진할수록 부정적인 잡념이 잊힌다. 우트플루티히(파드마를 짠 다리를 들어 올려 두 손으로만 지지하는 자세) 열 카운트로 젖 먹던 힘까지 쓰고 난 후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로 마무리하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것 같다. 땀을 내고 몸을 정화하는 힘든 수련 후 약간은 슬림해진(것 같은) 몸은 덤이다.

한국에 와서도 여행 때처럼 아쉬탕가는 피하고 좋아하는 하타요가 수업만 들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집 근처 요가원에서 수업을 하시길래 시간이 맞은 틈을 타 들으러 갔다. 아쉬탕가를 수련하기는 거의 1년 만이었다. 다행히 에어컨을 켜주신 덕분에 수리야 나마스카라 A까지는 무리 없이 따라 했지만 역시 B 2번째 세트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차투랑가 단다 아사나에서 내려갔다 다시 업 독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나에겐 너무 힘들다. 전거근과 삼두를 써야 하는데 자꾸 이두에 의존했다. 거기에 마스크까지 끼고 하니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차크라사나는 여전히 버둥거리는 뒤집힌 딱정벌레처럼 선생님의 핸즈온 없이는 올라올 수 없었다.  

그럼에도 프라이머리에서도 한 시간밖에 하지 않는 하프 수련이었기에 따라갈 만했다. 그간 해온 하타요가에서 강화되었는지 예전엔 안되던 동작에도 가까이 다가갔다. 자누 시르사 아사나 C는 발목이 끊어질 것 같고 무릎은 바닥에 닿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닿았다. 밧다 파드마 아사나에서도 신기하게 양 손이 발가락을 잡았다. (파드마를 깊게 짜면 된다) 파드마 아사나쯤엔 약간 명상 단계에도 도달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중저음의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 오랜만에 듣는 산스크리트어의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재밌었다. 에캄, 드웨, 트리니- 마이소르에서도 못 느낀 아쉬탕가 요가의 매력을 한국에 돌아와서야 느껴버렸다. 다음 날인 오늘은 햄스트링부터 승모근까지 뻐근하지만 기분 좋은 근육통이다.

몸에 좋고 정신에도 좋은 아쉬탕가. 물론 여전히 매일 새벽 아쉬탕가 수련을 하는 선생님들처럼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들을 존경하며 나는 일주일에 하루정도 수련하는 것에 만족한다. 특히 몸이 부은 것처럼 느껴질 때 아쉬탕가를 보약처럼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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