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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ul 19. 2020

날로 먹는 요가

요즘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비결, 인요가

인요가 수련기




세계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일상을 요가로 단단히 지지하고 있다.

일 년 반 동안 한국을 떠나 있으며 로마시대 전차장, 우붓의 멋진 요가 스튜디오, 칸쿤 카리브해 해변에서 그리고 과테말라 화산을 보면서 요가를 원 없이 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공간에 스며들어 요가를 하는 기쁨만큼 그리운 건 일상 수련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씩 꾸준히 집 근처 요가원으로 출석해 부지런히 수련하고 나오는 일상적인 시간. 충만함으로 마음이 가득 차는 감정이 마음 한 켠에서 늘 그리웠다.



1월 발리 우붓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고향에서 일주일에 세네 번씩 요가원에 가 땀을 쏟고 온다. 여행을 가기 전엔 가장 좋아하는 건 플라잉 요가, 지금은 하타와 인 요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약간 서커스 단원으로 빙자해 휙휙 해먹을 돌려가며 아사나를 만들어내는 역동성, 게다가 해먹에 기대면 마법처럼 풀리는 고질적인 승모근까지 플라잉 요가는 퇴근하고 하기에 최고의 운동이었다.

반면 하타요가는 한 자세에서 일 분 이상 머무리며 몸을 지켜보는 사뭇 정적인 수련이다. 거기에 더해 한 자세를 3~5분간 유지하는 인 요가에까지 빠졌다.


여행 이후 취향이 많이 차분해진 셈이다.








하타요가와 아쉬탕가는 대표적인 양 수련법이다. 즉,  해의 기운을 받는 양의 요가다. 끊임없는 전굴과 후굴, 측굴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한다. 물론 정확한 해석이라기보다 내가 삼 년 동안 요가를 하며 내린 결론이다.


반대로 달의 기운을 받는 ‘음’의 요가는 ‘인 요가’가 있다. 3~5분가량 같은 동작을 유지하면서 몸을 이완하고 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음과 양은 균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무더운 요즘 같은 때일수록 음의 기운이 필요하다.



비바람이 몰아쳤던 인요가 수업이 끝나고




그런데 나에게 인요가는 너무나 낯설었다. 처음 접해본 건 발리 요가 여행 중 남편과 들었던 수업.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들어간 수업은 5분 동안 한 동작에서 가만히 머물렀고, 몇 동작 안 하고 그대로 수업이 끝나버렸다. 뭐 했다고 벌써 사바아사나를 해?


수업이 끝나고 남편과 나의 한줄평은 이랬다.

“선생님 너무 수업을 날로 하네”


그 이후 인요가는 무조건 거르고 봤다. 땀을 빼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도전적인 아사나 한 두 개 정도는 해줘야 만족했던 나에게 인요가는 날로 먹는 시간이었다. 단 7~8 동작만 하며 한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런 내가 요즘 인요가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인요가는 근육보다 더 인적인 신체조직들, 가령 관절과 인대, 건 등을 자극하기 위한 수련 방법이다. 움직임이 많은 양요가와 함께 수련하면 서로 보완이 된다. 대표적인 양요가인 하타요가와 아쉬탕가는 앞으로 숙이고 옆을 늘리고 뒤를 젖혀 상체를 열고 거꾸로 서서 뒤집는 등 역동적인 움직임 천지인 수련이다. 끝나고 나서 근육을 쓰고 성취감도 느끼는 것과는 정반대의 감정을 인요가에서 느낄 수 있다.






인요가와 멀어지나 했는데 지금 다니는 요가원에 인요가 수업이 있었다.

역시 거르고 안 듣고 있었는데 쉬울 줄 알았던 테라피 요가 수업이 함께 들었던 엄마에겐 조금 난이도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들으면 좋을까 하여 인요가 수업을 대신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인요가의 매력에 푹-빠져버렸다.



더 알고 싶어서, 좋아하니까 궁금해서 인요가를 찾아보다 얼마 전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왔길래 바로 읽어봤다.

바로 인요가 창시자인 폴 그릴리의 책.




평균이 곧 표준이라는 개념은 아직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표준’ 또는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은 사회 안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 등을 주며 정신적 압박감을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오늘날 요가 수련 안에도 ‘평균’에서 기인한 표준 정렬법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요가는 매우 개인적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수련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폴 그릴리 또한 표준 정렬법에 자신에 몸을 맞춰 가며 열심히 수련하던 진지한 수련자 중 하나였습니다. 뒤로 젖히는 자세를 수련하다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자책감에 빠져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해부학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모두 다른 뼈를 가졌는데 어떻게 동작에 하나의 표준 정렬법을 적용하는 거지?’라는 의문점을 갖게 됩니다. 그가 제안하는 요가의 수련에는 표준 정렬법이 없습니다. 그저 자극을 주고자 하는 몸의 부위를 정확히 얘기해 주고, 여러 가지 대안 자세들을 제안합니다.






인요가와 함께 요즘 명상 수련을 시작했다.

사실 명상은 인요가보다 더 모르겠다ㅎㅎㅎ 자꾸 잡생각이 나거나 아니면 졸음이 몰려오거나 둘 중 하나라서 아직 의식이 명료해지는 단계까진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양 요가를 함께 수련하는 지금 인요가와 명상을 함께 수련하면 명상의 참 효과도 금방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알고 싶은 인요가.


비단 인요가뿐만 아니라 요가 전반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읽는 내내 너무 좋았던 책.

내일도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전 명상을 하고 저녁엔 인요가를 수련해야겠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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