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등바등 벌레가 된 것 같아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하프 두 번째 수련기
아쉬탕가 프라이머리-차크라사나
한국에 와서 다시 시작한 아쉬탕가 두 번째 시간. 사실 아쉬탕가는 나에게 늘 어렵다. 아사나를 이어주는 빈야사, ‘점프 백-차투랑가-업 독-다운 독-점프 쓰루’로 쉴 새 없이 채워지는 시간에 몸이 좋아지기보단 삯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 시간 이상 근육 여기저기를 꼼꼼히 움직이는 시간 이후엔 해냈다는 성취감과 약간 살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좋아 아쉬탕가를 놓지 못한다. 그래 봤자 아직 프라이머리에서도 못하는 동작 태반이지만.
한국에 돌아와 다시 꾸준히 요가를 수련한 지 세 달이 되어가지만 아쉬탕가는 단 두 번밖에 가지 않았다. 그게 몇 일전 화요일이었다. 일산에서 대학로, 대학로에서 강남, 다시 강남에서 일산으로 돌아오며 오랜만에 길 위에서 시간을 뿌렸다. 5시 이전에 버스에 탔으니 괜찮을 줄 알았지만 이미 반포대교 위부터 주차장이었다. 통근을 하지 않는 2년 동안 그새 다른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은 많이 앞당겨진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 없이 퇴근길에 갇히니 멀미가 났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넘어 집에 도착하니 온 몸에 기운이 빠져 흐물흐물해졌다. 요가가 간절한 순간이었다.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는 데는 요가만 한 게 없으니까. 한 술 더 떠 아쉬탕가 수련을 하며 선생님의 산스크리트어 구령을 듣고 잠시 인도에 다녀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보통의 나였다면 이런 강행군 뒤에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그저 집에서 쉬었을 거다. 그런데 멀미 나니까 요가를 하고 와야겠다는 이상한 논리가 자연스러워지다니.
잠시 옥수수, 복숭아, 수박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은 뒤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매트를 들쳐 멘 채 집을 나섰다. 딱 한 대 남은 공유 자전거를 운 좋게 뽑아 늦을까 페달을 불나게 밟아 겨우 5분 전에 도착했다. 언제 봐도 반갑고 익숙한 선생님이 수련 전부터 땀에 절은 제자를 반겨주셨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니던 다른 요가원에서 아쉬탕가와 하타요가를 알려주신 나의 선생님. 지금 머무는 친정 집 근처 요가원에서도 수업을 하신다길래 마음만은 주 2회 아쉬탕가 수련을 하고 싶었지만... 아쉬탕가만 아니었어도 더 자주 뵈었을 텐데, 여하튼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용기 내어 왔다.
그리고 시작된 프라이머리 수련.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련이지만 이미 수리야 나마스카라부터 땀이란 것이 폭발했다. 그래도 꾸준히 하타와 인 요가로 몸을 열어준 덕분인지 오랜만에 하는 아쉬탕가 동작들이 이상하게 잘됐다. 특히 파드마를 짠 후 양 손을 허리 뒤로 돌려 양 발가락을 잡았을 때의 희열이란! 지난번 카운트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떨어진 시르사 아사나에서 다리를 직각으로 내려와 유지하고 다시 시르사 아사나로 올라가는 것도 해냈다. 그런데 여전히 날 굴욕적으로 만드는 건 따로 있다.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뒤로 굴러 다운 독으로 다시 연결하는 차크라사나. 바퀴처럼 굴러야 하는데 그걸 넘기지 못하고 바등댔다. 목이 꺾일 것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넘어가요 선생님...?(아등바등) 저 좀 도와주세요 (바둥바둥) 잘 기어가다 몸이 훽 뒤집혀 다리를 흔들어대는 무당벌레가 된 기분이었다. 선생님의 구원의 손길로 굴러왔을 때의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었다. 그러고보니 작년 2월 인도 마이수루(Mysore)에서 아쉬탕가 수련을 할 때도 똑같은 굴욕감을 느끼고 따로 숙소에 와서 연습했던 때가 있었는데.
차크라사나 연습 좀 해야지. 그리고 앞으로 길가다 바둥거리는 벌레가 있으면 뒤집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