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뭐하니, 요가하지

이스탄불 요가 전지훈련

by 망샘



백일 동안 쉴 틈 없이 유럽을 여행하고 나니 여행에도 휴식이 필요했다. 아프리카로 이동하기 전 3주 동안 터키에서 푹 쉬어가기로 했다. 쉬면 뭐하니, 당연히 좋아하는 요가를 했다. 보통은 숙소를 정하고 근처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를 찾아보는데 이번엔 반대였다. 이스탄불에서 다닐만한 (영어로 수업을 하는) 요가 스튜디오를 먼저 찾았고 근처 도보로 다닐만한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았다. 그렇게 3분 거리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했다. 와서 보니 호스트 역시 이 요가원을 다니고 있었다. 하루 종일 요가원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그녀는 하루에 2~4개 수업을 듣고 돌아와서는 넷플릭스를 보며 옥수수와 오이 등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요기 티(tea)도 마실 정도로 요가를 좋아하는 현지인의 생활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한기르’는 요즘 뜨고 있는 이스탄불 동네다. 이태원과 해방촌 사이의 느낌인데 터키 물가가 워낙 저렴한지라 부담 없이 머물 수 있었다. 외국인이 많고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도 참 많았다. 요가를 중심에 두니 생각지 못하게 여행도 수월하게 풀렸다. 작정하고 숙소까지 잡았으니 도착한 다음 날 바로 요가 스튜디오에 갔다. 현지인뿐 아니라 나 같은 외국인들도 많이 다니던 지한기르요가(Cihangir Yoga). 2층으로 규모도 크고 수업 시간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빼곡했다. 휴일 없이 모든 요일에 오후 시간까지 꽉 짜여있어서 유동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시설도 샤워부스 2개, 락커, 정수기까지 필요한 게 다 있었다. 머물던 숙소는 독채가 아닌 개인실이었는데, 같은 요가원을 다니는 호스트가 청소를 잘 안 해서 화장실은 늘 고양이 배설물 냄새가 났다. 청소상태가 별로라 나는 늘 요가 수업을 듣고 여기서 샤워를 했었다. 샤워만 해도 좋았는데 양질의 수업까지 들을 수 있어 더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크게 알아보지 않고 10회권을 결제했다. 뜨거운 터키의 한 여름에 후끈해진 요가원 공기에 땀을 뻘뻘 흘렸지만 오랜만에 남들과 듣는 요가 수업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옴 찬팅’을 하며 오랜만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회사원일 때 퇴근 후 요가 수업을 듣고 나면 하루의 묵은 마음 때가 벗겨졌고 사바사나를 하며 눈물을 훔쳤던 적이 많았다. 일 년 전 서울에서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참 좋았다. 돌고 돌아 터키에서 다시 한번 요가의 목적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임을 느꼈다.





터키에 오기 전 홈페이지를 봤을 때 ‘10회 프로모션’이 팝업창에 뜨길래 나는 운도 참 좋다 생각했다. 그렇게 다른 옵션의 가격도 찾아보지 않은 채 리셉션으로 돌진해 이 프로모션으로 등록하고 싶다고 했다. 10회권이 360리라로, 7만 원 초반 꼴. 회당 7천 원 정도면 훌륭한 수준이라 저렴하게 잘했다, 생각하며 만족하고 9번을 갔다. 요가 수업이 한 번 남은 날 이스탄불에 사는 동생과 수다를 떠는데 갑자기 동생이 말을 꺼냈다.

“언니, 여기 같은 회사 다니는 언니도 등록했는데 한 달에 4만 원이라는데요?”

7만 원 넘는 가격에 10번 갈 수 있다며 좋아했는데 무제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가격이 4만 원이라니...... 잘 안 알아보고 성급하게 돈을 쓴 2주 전의 내 멱살을 잡고 싶었다. 배가 너무 아팠던 나머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수업을 들어가기 전 리셉션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이런 가격이 있는지 모르고 10회 프로모션으로 결제했는데 혹시, 어렵겠지만 혹시 한 달 수강권으로 변경할 수 있을까?”

사장님에게 물어보겠다던 직원은 수업이 끝나자 너무도 쿨하게 차액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한 달 무제한이니까 언제든 오면 된다는 말과 함께. 지한기르 요가는 백수에게 내려온 천사 같았다. 역시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고. ‘지한기르요가 만세’를 외치며 요가원을 나왔다.

이 요가원의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터키어로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생각해보면 서울 어느 동네 요가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할리 없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유일한 단점을 커버하는 수업을 발견했다. 큰 키에 유연함과 근력을 가진 오즈구르 선생님은 외국인인 우리를 특별 관리해줬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인도에서 요가하던 게 생각났을 정도로 좋았다. 다음에 터키에 가게 돼도 또 지한기르에 머물 거고 이 요가원을 다닐 거다.



요가원에서는 이렇게 바다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