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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Jan 06. 2022

프로계획러의 새해다짐

나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루틴과 리추얼





바야흐로 계획을 세우고 설레어하는 1월이다. 

프로 계획러는 새해랍시고 다이어리 첫 장도 빼곡하게 쓰며 최대한 시간을 잘게 쓰려 노력 중이다. 



반복적으로 하는 루틴을 조금 더 나를 위해서 의식적으로 신경 써서 하면 나를 나답게 만드는 리추얼이 된다. 꼭 매일 하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가, 그것을 포착해 계속하는 일도 리추얼이 될 수 있다. 리추얼은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길러준다.
<독립은 여행, 정혜윤>



요즘 부쩍 ‘루틴, 리추얼’이란 단어가 많이 들려온다. 

‘아침 루틴, 나만의 리추얼’ 등의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부지런한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나는 그냥 일어나면 이불속에서 간밤에 SNS, 스토어 주문, 메일함을 하나씩 열어보고 나서 몸을 일으킨다. 

밤새 머리맡에 둔 맹물을 원샷하고 나서 양치를 한다. 

임보 중인 강아지인 수박이를 산책시키고 요가 수련을 가고 

아침 먹고 일하다 쉬고 싶을 때 책 읽고, 자기 전에 꿀잠 자려고 책 읽고. 

이렇게 지내는데 감히 리추얼(의식)이란 단어를 붙일 수 없다 생각했다. 


아침형 인간 수년째 지망생인 나는 올해도 역시 ‘아침 시간 잘 쓰기’를 목표에 넣었다. 

하지만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에 ‘고요의 바다’를 밤새 정주행 하며 무너진 패턴은 새해라고 돌아오지 않았다. 작년 11월부터 약 한 달 반을 애써 가꿔온 새벽 기상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1월이 되면 저절로 군기가 바짝 들겠지, 하고 연말에도 풀어졌더니 일월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돈(money) 기부여’. 


지인이 운영 중인 아침 5시에 일어나 각자 줌(zoom)에 접속해 카메라를 켜 두고 공부하는 ‘미라클 모닝 클럽’에 무려 5만 원이나 내고 참석하게 됐다. 사실 내 의지 하나 조절하지 못해 오만 원이나 써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고민만 하다 신청기간을 놓쳤다. 전 날밤 10시, 지인과 채팅을 나누다 도루묵이 된 아침 기상을 하소연했다. 


“어떻게 하면 아침에 벌떡벌떡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저 신청도 놓쳤어요 하하”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내일부터 모임 들어오세요~”


이 말과 단톡방 링크를 남기고 10시에 꿈나라로 떠나셨다. 


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냉큼 돈을 내버렸다. 

SNS 바다에서 헤엄치던 폰을 내려놓고 엉겁결에 나도 지인을 따라 꿈나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수박이를 산책시키고 돌아오는 길의 저녁 하늘. 서서히 해가 길어지고 있는게 반갑다.




그렇게 6시간 반이 흐르고 새벽 5시. 

이미 십 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생각을 하니 잠이 번쩍 깼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양치하고 따뜻한 차를 내려앉아 줌을 켰다. 

이 시간에 줌이라니 생경했다. 더욱 놀라운 건 아무 배경음악도 없이 고요하게 각자 할 일에 집중하고 있는 열댓 분의 화면이었다. 이런 세상이 있었다니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내가 알람을 끄고 잠에 취해있을 때 일찍 일어나는 새들은 모이를 집어먹고 있었구나!




제주에 온지 일 년이 다됐는데 첫 러닝이라니. 차로 십 분만 가면 바다인데 안 뛰는건 죄다 죄. 기록상관없이 뛰는 것에 의의를 둔 첫 러닝


새해에도 육류를 지양하는건 여전하지만 김치를 빨리 먹어야한다는 핑계로 김치찜을 그만... & 애플워치가 있으니 달릴 맛(?)이 생겼다. 칼로리 소모한 것보다 더 먹었다는 후문



오랜만에 맑은 정신으로 새벽에 깨어있으니 조금의 과장을 보태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오는 것 같이 충만했다. 

새벽 시간의 좋은 점은 딴짓을 덜한다는 것. 깨어있는 사람도 없으니 카톡도 못하고, SNS를 보기에도 겸연쩍다. 이러려고 일찍 일어났나 자괴감이 드니까. 

그래서 8시까지 내리 3시간을 보이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 읽기로 꽉 채웠다. 책을 읽는데도 졸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나만의 리추얼’ 임이 퍼뜩 떠올랐다. 


세어보니 작년에 약 125권의 책을 읽었다. 스무 살 때부터 통학시간에 웬만하면 매년 50권 이상은 읽었고, 직장인일 땐 통근 시간에 백 권 이상 읽은 해도 꽤 됐다. 권수는 중요치 않지만 독서는 나의 정신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주는 리추얼이었던 것이다. 


노을질 때 우연히 뛰어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하타요가 수련까지 더하면 몸과 마음이 단단해진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한 아침에 일어나 보이차 마시기, 

매일 한 두 번씩 수박이와 산책하며 걷기, 

일주일에 한 번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나의 시간과 사랑을 동물들에게 주는 것, 

(요즘 잘 못 가지만) 한주훈 선생님과 요가 수련하기까지. 


생각해보니 근사한 리추얼들이 나를 받들어주고 있었다. 

새해니까 한 가지 더 욕심을 내본다. 바로 달리기! 

제주에 와서 한 번도 안 한 게 마음의 짐이었는데 드디어 1월 이튿날 큰 맘먹고 뛰었다. 부디 지속되는 리추얼로 자리매김하길. 


여러분의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운전석에서 자동세차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직 처음인게 너무나 많구나


누가 버린 튀김우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박이
이런 시골길을 귀여운 개와 산책하며 매일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아침엔 이렇게 큰 닭들이 막 돌아다니는 시골 라이프


물론 차타고 조금만 나가면 이런 멋진 카페도 있습니다. 송당무끈모루 근처에 있는 카페 안도르
알고보니 사진 맛집이었다. 삼각대로 사진찍는 커플들이 많아서 우리 사진찍는건 포기.
미라클모닝 클럽과 함께 한 새벽 시간. 부디 이번엔 습관으로 자리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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