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고 현타에 빠진 백수부부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3화 글쓴이 남편(파고)
기자였던 남편과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교육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아내.
2013년 부부는 두 아이와 함께 미국 시애틀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시골마을에 허름한 집을 사서 이사를 온다.
남편은 퇴사를 하고, 아내는 교수 임용을 포기한 상태였다. 정규직으로 삶을 그만두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아이가 둘이나 있고, 미국이라는 지리적 환경도 다르지만 우리와 비슷한 삶의 결을 추구하는 부부라는 동질감이 들었기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책 <숲속의 자본주의자>의 주인공들이다.
우리 역시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기소개를 읽자마자
"그 물가 비싼 미국에서 어떻게 둘 다 정기적인 일도 안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 수 있지? 집이 원래 부자인가? 아니면 은퇴하기 전에 평생 쓸 돈을 모았을까?" 궁금해졌다.
저자도 그런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았는지 책의 도입부에 이렇게 설명한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이라면 다들 궁금해졌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 걸까?
우리 부부는 현재 정규 직장이 없다. (중략)
은퇴나 시골생활을 준비했던 것은 아니었다.
쓰기만 하고 살아도 될 만큼 돈을 모아둔 건 절대 아니었고, 그렇다고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 경제를 일궈보자는 거창한 목표도 없었다.
단지 우리는 전과 같은 모습으로 일하기 싫었다.
그래서 우리의 은퇴 생활은 하나의 실험이 됐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면 그때 복귀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 적은 생활비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시골로 온 것이다.
그리고 7년, 아직 괜찮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숲속의 자본주의자> 아내는 자신의 일상을 에세이로 적어 이메일로 보내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일주일에 이틀간 직접 통밀을 갈아 만든 빵을 만들어 이웃주민들에게 판매한다. 글쓰기와 제빵 모두 경제활동이지만 그 목적이 돈에만 있지 않다.
두 활동 모두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선까지만 작업을 한다.
예를 들면 베이커리의 경우 일주일에 이틀만 오픈하고, 빵을 만드는데는 추가적으로 1.5일의 시간만을 투입한다고.
그만큼의 시간이 자신이 재미있게 빵을 만드는 데 배분가능한 최대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의 남편 역시 번역과 글을 기고해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번역을 위해 밤을 샐 때도 있지만 '직장을 다닐 때처럼 힘들어도 버티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밤을 새느라 힘들지만 재밌기 때문에' 번역 및 기고 글을 쓴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먹고 산다고 하면 다들 궁금해한다.
"원래 부자인가? 비트코인투자로 대박이 났나?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는걸까?"
혹은 궁금해하지 않아도 우선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저렇게 시골에서 외식도 못하고 궁상맞게 살 바에는 나라면 그냥 서울에서 직장다니면서 돈 많이 벌래"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거나 신경썼으면 애초에 퇴사를 하지 않았으리라.
인생이란 각자가 자신만의 답을 추구하며 사는 것이다.
인생의 선택에 누구에게나 맞는 정답지는 없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부부는 자신들만의 일과 즐거움, 일과 자본주의,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것일뿐.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삶의 동지를 만난 것 같아 괜히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한 달 생활비로 사용하는 금액을 듣고서는 자아반성도 많이 했다.
귀찮다는 핑계로, 일이 많다는 핑계로 외식을 여의도 직장인일 때보다 더 자주하는 요즘의 우리였기에.
이 책을 읽다 보니 벌이도 시원찮은데 소비만 잔뜩하고 있었구나 현타가 왔다.
이 책을 주말 전에 읽어서 다행이다.
이번 주말에는 집콕하면서 삼시세끼를 해먹어야 겠다.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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