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이란 '나이대'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5화 글쓴이 남편(파고)
며칠 전 치과에 다녀왔다.
딱히 아픈 곳이 있어서 갔다기보다는 아내가 사랑니를 뽑기 위해 몇 주 전 예약해둔 것인데 이왕 제주 시내까지 가는 김에 나도 정기검진이나 받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의사선생님은 시원시원한 분이셨다. 엑스레이 사진과 치과 상태를 보시더니 '나이대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있다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만 잘 받으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말하는 '나이대'는 어떤 나이일까 궁금하던 차에 왼쪽 상단 모니터에 적힌 내 이름과 나이 36(만 34)이 눈에 들어왔다.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조직에 속해있지 않다 보니 사회적 나이에 점점 무뎌졌다.
조직에 있을 때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그 사람의 직급은 곧 그 사람의 나이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게 하기에 내가 몇 살인지, 나와 비슷한 나이대는 어떤 삶을 사는지 자주 접했다.
또한,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물어보게 되기에 내 나이를 자주 말하게 되고, 매년 신입직원들이 들어오면 '올해는 00년생이 들어온대'하는 말을 들으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퇴사를 한 뒤로는 누구도 나에게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내가 퇴사하던 2018년의 나이인 32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그런 내가 삼십 대 중반이라고 느끼는 건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신체적 변화를 통해서다.
먼저 새치가 늘었다. 서른 살 때도 새치는 있었겠지만, 요즘은 눈에 보이는 족족 뽑아도 어느새 또 한가득 자라있다.
아내에게 뽑아달라고 하면 "아까운 머리카락 뽑지 말고 염색해" 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당장 없애야 할 가시 같은 존재다.
새치 못지않게 체력과 근력도 내가 서른 중반임을 자각하게 하는 중요한 변화다.
이십 대 후반과 삼십 대 초반 크로스핏이라는 거친 운동을 열정적으로 해내던 때에는 근력과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내가 저런 운동을 어떻게 했나 싶다.
요즘은 5km만 달려도 왼쪽 다리가 저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신체적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지만,
TV를 보면 삼십 대 중반은 물론이거니와 사십 대, 오십대에도 꾸준한 운동과 자기관리로 삼십 대 못지않은 체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뻔한 결론이지만 평소 운동과 식습관으로 자기관리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제주에 이사 온 뒤 일주일에 세 번은 요가수련을 하는 덕분에 '나이대에 비해' 배가 많이 나온다거나 어깨가 굽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코로나가 심해진 뒤로는 헬스장을 안 찾게 되고, 그나마 차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체육공원도 날이 쌀쌀해지면서 안 가게 되니 근력이 '나이대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서른도 이제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넘어가는 나이, 올해는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한 해를 꽉꽉 채워 보내야겠다.
당장 내일모레 올라갈 한라산 관음사 코스부터 걱정이지만 말이다.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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