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샘 Jan 17. 2022

07년생을 가르치는 07학번

서른 중반이란 '나이대'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5화 글쓴이 남편(파고)




며칠 전 치과에 다녀왔다.

딱히 아픈 곳이 있어서 갔다기보다는 아내가 사랑니를 뽑기 위해 몇 주 전 예약해둔 것인데 이왕 제주 시내까지 가는 김에 나도 정기검진이나 받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의사선생님은 시원시원한 분이셨다. 엑스레이 사진과 치과 상태를 보시더니 '나이대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있다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만 잘 받으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말하는 '나이대'는 어떤 나이일까 궁금하던 차에 왼쪽 상단 모니터에 적힌 내 이름과 나이 36(만 34)이 눈에 들어왔다.




시원시원한 성격과 과잉진료 없는 깔끔한 진단으로 나와 아내에게 합격점을 받은 치과. 제주도민분들, 연세 알막툼치과 추천합니다.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조직에 속해있지 않다 보니 사회적 나이에 점점 무뎌졌다.

조직에 있을 때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그 사람의 직급은 곧 그 사람의 나이대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게 하기에 내가 몇 살인지, 나와 비슷한 나이대는 어떤 삶을 사는지 자주 접했다.


또한,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물어보게 되기에 내 나이를 자주 말하게 되고, 매년 신입직원들이 들어오면 '올해는 00년생이 들어온대'하는 말을 들으며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퇴사를 한 뒤로는 누구도 나에게 나이를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내가 퇴사하던 2018년의 나이인 32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아내는 사랑니를 뽑기 전에 두둑히 먹어두어야 한다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스시집으로 향했다



그런 내가 삼십 대 중반이라고 느끼는 건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신체적 변화를 통해서다.


먼저 새치가 늘었다. 서른 살 때도 새치는 있었겠지만, 요즘은 눈에 보이는 족족 뽑아도 어느새 또 한가득 자라있다.

아내에게 뽑아달라고 하면 "아까운 머리카락 뽑지 말고 염색해" 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당장 없애야 할 가시 같은 존재다.


새치 못지않게 체력과 근력도 내가 서른 중반임을 자각하게 하는 중요한 변화다.

이십 대 후반과 삼십 대 초반 크로스핏이라는 거친 운동을 열정적으로 해내던 때에는 근력과 체력이 어느 정도 올라와 있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내가 저런 운동을 어떻게 했나 싶다.

요즘은 5km만 달려도 왼쪽 다리가 저린다.



아내 요가 수업에 참여인원이 적은 날에는 나도 수강생인 것처럼 아내의 수업을 듣는다. (사진에서 가장 왼쪽)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신체적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지만,


TV를 보면 삼십 대 중반은 물론이거니와 사십 대, 오십대에도 꾸준한 운동과 자기관리로 삼십 대 못지않은 체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뻔한 결론이지만 평소 운동과 식습관으로 자기관리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제주에 이사 온 뒤 일주일에 세 번은 요가수련을 하는 덕분에 '나이대에 비해' 배가 많이 나온다거나 어깨가 굽었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코로나가 심해진 뒤로는 헬스장을 안 찾게 되고, 그나마 차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체육공원도 날이 쌀쌀해지면서 안 가게 되니 근력이 '나이대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서른도 이제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넘어가는 나이, 올해는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 건강한 한 해를 꽉꽉 채워 보내야겠다.


당장 내일모레 올라갈 한라산 관음사 코스부터 걱정이지만 말이다.




작년 1월 초 이 집에 이사오자 마자 이렇게 눈이 내렸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1월초가 되니 하얀 풍경을 보여준다




이 집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책상위에 있던 유리창으로 작업하다 올려다 본 파란 하늘이었다


요즘들어 부쩍 애교가 많아진 수박이는 산책 후에는 꼭 배를 발랑 뒤짚어 까며 애교를 피운다





친구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여름정원'은 수박이가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매주 금요일은 유기견 봉사를 통해 귀여운 댕댕이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TV에 나오는 음식 중에 한 번 보면 꼭 생각나고 먹고 싶은 음식 1위는 짜장면이 아닐까. 성산일출봉 근처의 맛집인 <유성반점>



백수부부의 글은 월, 목요일 오전 8시에 연재됩니다.

카카오톡으로 받아보고 싶은 분들은 댓글달아주세요! (구독료는 일 년에 만원입니다)


지난 세계여행기 &제주 일년살이의 기록은 아래에서 구입하실 수 있어요 :)

▽

https://smartstore.naver.com/dailybali/products/5429882906



<지난 에피소드 읽기>


시즌7. 4화 글쓴이 망샘(아내)


https://brunch.co.kr/@bellakwak/266


시즌7. 3화 글쓴이 파고(남편)


https://brunch.co.kr/@bellakwak/26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