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을 하면 실패한 인생일까?
입사동기 중 몇 번의 이직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 워낙 성격도 좋고 기본 능력치가 있기에 그는 이곳에서도 사랑받는 사원이었다. 하지만 더 큰 꿈을 위해 홀연히 퇴사한 그는 또 다른 곳들로 이직하여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몇 군데를 더 경험한 그가 내가 다니는 이 회사에 재취업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소식을 전해준 동기의 입을 빌리자면 '많은 곳을 다녀봤더니 여기만한 데 없더라고' 물론 현재는 재취업은 접고 들으면 다 알만한 탄탄한 회사에 들어가서 더 좋은 기회를 잡으며 일하고 있지만.
만약 다시 이 회사에 들어온다면 그간의 시간은 '실패한 시간'일까?
재취업한 사람을 향해 앞에서는 따뜻하게 환영해도 뒤에서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거란 걸 안다.
'그럴거면 뭐하러 나갔냐'
'그것봐라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역시 회사가 아무리 싫어도 밖은 더 지옥이지?'
이렇게 말하며 그 시간동안 한 자리에서 버텨낸 자신을 치하하며 자위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회사를 떠났던 시간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잃어버린 시간'일까?
나와 내 동기들처럼 불만이 있어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않으며 참고 다닌 3년과 본인이 해보고 싶은 일, 가보고 싶던 나라에서 일했던 3년의 무게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오히려 나는 그의 3년 무게가 우리의 것보다 더 나가면 나갔지 절대 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3년동안 얻은 것이라고는 나가면 아무 쓸모 없을 지금 몸담고 있는 산업에 대한 약간의 이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좀 더 편해진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쌓여있는 월급과 퇴직금 정도.
반면 내가 감히 추측하는 그의 3년은 여러 산업을 겪어보며 얻은 인사이트, 해보고 싶은 대로 살아봤다는 주체성에서 오는 자신감, 그리고 퇴직금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한 3년을 보내고 다시 다녔던 회사에 들어온다면 일상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이 배가 되지 않을까?
아무리 여기만한 곳이 없으니 나가지 말라고 해도 그건 겪어보지 전까진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가 아무리 좋다해도 하고싶은 것 다해보고 지쳐 다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나올 거다.
+디데이가 두 자리수로 줄어들면 탱자탱자 놀면서 회사를 다닐 줄 알았는데 왠걸, 극도로 꼼꼼한 보스를 만나 딴짓을 할 시간이 (조금밖에) 없다. 이러다 왠지 나갈 때까지 일하다 갈 것 같은 느낌이다. 자고로 7-8월은 윗 사람들이 휴가도 좀 가주고 숨통을 틔우며 회사는 에어컨쐬러 오는 건데 팔자에도 없는 휴가철 워크샵까지 가게 생겼으니... 얼른 나가고싶다.
재밌는 건 나에게 늘 '여기만한 데 없다'고 주창하는 분이 매일같이 나의 퇴사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 요즘같은 회사분위기에서는 정말 퇴사말고는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