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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D-90]일이 끝나더라도 사람은 남는다

측은지심이라는 것이 들기 시작했다.

by 망샘
이미 회사로부터 마음이 떠났을 법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그때부터 시작된다.

얼마 후면 곧 '예전 직장'이 되어버릴 그곳을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싶지만, 할 수 있는 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뒤 나와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지난 시간과 열정에 대한 예의의기 때문이고, 회사를 벗어나고 업무가 끝나더라도 사람은 남기 때문이다.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보기 싫은 사람은 보기 싫다. 9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휴가와 공휴일을 제하면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을텐데도 싫은 건 여전하다.


비즈니스가 빙하기에 돌입한 요즘, 설상가상으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의 끝인 상사까지 합세하였다.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만 밑에서 보기에는 일을 위한 일처럼 보이는 업무지시들이 융단 폭격으로 내려오고있다. 물론 나에겐 업무지시가 한두다리 거쳐 내려오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만한데 바로 지시를 받는 사람들은 슬슬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물론 곧 자유인이 될 나는 한 귀로 한 귀로 흘려버리는 이너피스 신공을 발휘중이다)


***총량 불변의 법칙은 여기서도 적용된다. 새로운 악인이 등장하자 기존의 굳건하던 악인에게 측은지심이 들기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감정들을 배설하기 시작한다. 특히 거슬렸던 건 바로 혼잣말을 가장한 넋두리. 이게 정말 난감하다. 여기까진 아직 한 귀로 흘리기 신공이 안 먹힌다. 리액션을 바라는 혼잣말이지만 아무 대꾸도 해주고 싶지 않다. 제발 혼자말은 혼자 해주면 안될까...


혼잣말은 혼자서 읊조리지 왜 날 보면서 넋두리를 하는지... 어쩌라고.......

이 혼잣말넋두리는 아직도 짜증난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사회'는 정말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 달도 안남았기 때문에 그냥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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