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쌍둥이들이 찾아옵니다!
지난달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연애 2년, 결혼한 지 6년 반 만에 우리는 부모가 된다.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하더니, 홀연히 제주에 가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우리는 딩크족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실제로 친한 친구도 내가 딩크인 줄 알았다고. 사실은 우리 부부는 개와 애 모두 좋아한다.
작년 8월부터 수박이를 임시로 보호하며 개를 키워보니 애도 낳아보고 싶어졌다. 개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애는 얼마나 더 예쁠까!
사실 올해 달력을 넘기며 일 년만 더 놀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노산의 경계에 있는 나이를 생각해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퇴사든, 여행이든, 육아든 할 거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게 나으니까. 마침 이사한 집에 놀러 온 친한 친구 부부가 엽산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바로 아이가 생겼다.
워낙 월경 주기가 정확해 알 수 있었다. 사실 아이폰 앱에서 알려준 ‘생리 가능일’에 피가 보였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처음에 바로 생길 수 있겠냐’면서 그날 저녁엔 치맥도 먹은 참이었다.
하지만 피가 평소와 달랐다. 혹시 몰라 검색해보니 ‘착상혈’ 일 수도 있다고 네이버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다음날 테스트기를 샀고, ‘생리 예측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해봤다. 결과는 빼도 박도 못할 만큼 선명한 두 줄.
다른 테스트기로 한 번 더 해보고, 다음날도 해봤다. 역시나 두 줄이었다. 출산을 경험한 친구에게 보여주니 이 정도면 병원에 가도 초음파가 보일 것 같다고 했다. 그때가 4주 5일 차였다.
하지만 집단 지성에 의하면 너무 일찍 가도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을 기다렸다 병원에 갔다. 코로나로 인해 남편의 출입이 제한돼 혼자 갔다. 평소 산부인과를 잘 안 다녔던 나에게 이곳은 낯설었다.
초음파에서 아기집을 보고 짧은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도 어안이 벙벙했다.
부모님은 뛸 듯이 좋아하셨지만, 감사하게도 바로 생긴 덕분에 우리는 기쁨보다는 얼떨떨함이 컸다.
그렇게 2주가 지나 정기 검진을 갔다. 이번엔 더 놀라운 사실을 들었으니, 바로 아기집에 두 명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처음엔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는데 그새 컸다고 한 집에 1.8cm 남짓한 두 생명체가 있었다. 쌍둥이는 2배, 아니 4배로 힘들다지만 어차피 하나도 힘들 테니 한 번에 몰아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2인 가족에서 어쩌다 4인 가족이 됐다. 올해 계획에 없던 4인 가족이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된다.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여행했듯이 출산과 육아의 세계도 여행해야지. 넷이 배낭 메고 다시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돈도 잘 벌어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