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가서 좋은 회사갔더니 행복해?
고등학교 때 걔, 지금 헬스트레이너하는데 돈 엄청 잘 벌잖아. 1년만에 빚 다갚았대.
서른살 언저리의 3~5년차 직장인들(=친구들)을 만나면 '그 때 걔' 얘기가 나온다.
소위 중고등학교 때 공부잘하기로 유명했던 우리에게 공부는 담쌓고 놀기만 했던 그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허무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퇴사하고 싶다는 푸념들을 하며 씁쓸한 속을 비싼 안주와 술로 넘기며 못 볼 꼴 보며 열심히 번 돈을 시원하게 결제하고는 월급 마약을 기다리며 연차가 쌓여가는 일생.
'이러려고 공부했나 우리?'
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중학생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치르고, 그렇게 들어간 외고에서 빡센 3년을 보내고 소위 사람들이 알아주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교를 갔고, 많은 문과생들이 복수학위를 따고 싶어하는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좋은 회사에 가겠다고 대학교 1학년부터 학점, 대외활동, 교환학생 등을 하겠답시고 부모님 등골을 여전히 뽑아먹었다. 세상 다가진 것 같은 입사 합격 통보, 그리고 시간이 흘러 벌써 6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상, 받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월급을 기다리며 한 달을 버티는 월상, 연말이 되면 행여나 인사이동의 대상이 되진 않을까, 고과는 제로섬이니까 안 좋게 받진 않을까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연약한 간에 알콜을 들이붓는다.
우린 그저 밥벌이를 위해 이 지리멸렬한 하루들을 버텨나가는걸까? 이렇게 눈치보며 남의 돈 벌며 살려고 쌔가 빠지게 공부하고 부모님 등골을 뽑아먹었는가 말이다.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 5명의 평균이 내 모습이라던데, 그렇다면 나는 '노잼'을 입에 달고 사는 퇴사꿈나무 대기업 직장인이다.
최근에 SNS에서 회자되는 '2017년 신조어 능력평가'를 보고 '인구론'은 도대체 뭘까 해서 찾아봤다.
'문송합니다'까지는 넘어갔는데 인구론이라니 너무 하지 않는가.
그래도 내가 졸업하고 한두해 정도는 경영학과와 남자들은 무난하게 취업하는 것 았는데 이젠 취업불패였던 경영학과 남학생도 취업의 고배를 마시고, 취업이 되도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발령보낸다고 하니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씁쓸한 건 이렇게 힘들게 취준생 '암흑기'를 거쳐 취업을 했는데 우리는 퇴사를 꿈꾼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를 이젠 나오고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직장인사춘기, 오춘기, 육춘기...
끝나지않을 n춘기를 우리 미생들은 언제까지 버텨내야할까.
오늘도 퇴사를 앞당기고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