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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D-145]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신입사원과 6년치 다이어리

by 망샘

옆 팀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신입을 잘 안 뽑는 회사라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건 흔치않은 일인데 요즘같은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신입사원이 들어온 것이다. 물론 내가 있는 팀은 작고 박복하여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나는 6년째 막내다. 인사를 하는데 신입사원 특유의 파릇파릇한 에너지가 참 좋아보여 나도 모르게 "좋겠다"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권태롭고 뭘 해도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때 자연스레 생각해보는 옵션은 다른 팀으로의 이동혹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큰 요인 중 하나는 다시 신입사원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위 또래들과 이야기해봐도 이게 상당히 크다.

'그것도 몇 달이면 다 끝날텐데 뭐 그거 가지고 그러냐'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모든 것에 안테나를 세워두고 귀를 쫑긋하며 웃는 얼굴로 이리저리 따라다녀야하는 신입사원 생활을 다시 떠올려보니 그냥 지겹지만 편한 현재를 보내는 게 낫겠다 싶은 것이다.


그래도 그런 신입 생활은 잠시고, 재미없는 일은 오랫동안 해야하는데도 말이다.





신입사원이 왔을 무렵 자리를 정리하다 입사때부터 매년 써온 다이어리들을 발견했다. 연도별로 2권씩이니 총 12권. 난 아직도 막내인데 12권이면 도대체 저 능구렁이 선배들은 몇 권의 다이어리를 써온것인가.

다이어리를 버릴까하여 훑어봤다.


선배가 하는 말을 거의 토씨까지 받아적을 기세였던 신입사원 시절, 모든 일이 새롭고 재밌어 보였는데 이젠 그런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 그래도 열정이 있다못해 넘쳤을 때의 활자들은 당분간 간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결국 다이어리들은 버리지 못했다.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게 된다면 그 초롱초롱했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오늘도 퇴사를 결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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