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힘에 대하여
D-115, 보름만 지나면 D-100.
수능을 기다리는 수험생마냥 디데이를 지켜보고있다. 퇴밍아웃(퇴사 커밍아웃)을 하기 전에는 화나는 마음에 디데이를 세었다면, 이제는 자유를 갈망하는 동시에 돈줄이 끊길 두려움도 약간 섞인 채 확인한다.
이제 곧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자유로운 백수로 돌아갈 날도 백일이 채 남지 않게된다. 예전 브런치 글에 썼던 것처럼 갑자기 시간이 휙휙 빨리 지나간다고 했는데 정말 눈깜짝하면 두자리 수가 바뀌어있다. 지긋지긋한 주5일 회사원 생활을 그만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일요일 저녁, 휴일 저녁이면 다음 날 회사가기 싫은 마음은 여전하다.
현충일에 희생한 조상분들에게 감사하며 하루 푹 쉬니 어찌나 좋던지, 너무 좋아서 다음 날 출근하는 것도 싫지 않을 줄 알았다. 이제 회사나갈 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설마 싫겠어?
하지만 여전히 더 놀고 싶어 먹먹한 마음에 밤잠이 오지 않고, 마치 불면증에 시달리는 일요일 밤 같았다. 문득 백여일 후면 탱탱 놀건데도 이렇게 회사가 가기 싫은데, 그동안 도대체 수 년간 일요일 밤을 무엇을 보고 버티며 살아왔던걸까 궁금해졌다.
갚아야 할 돈때문에?
일이 재밌어서?
번 돈으로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서?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유지할 수 있어서?
아마 돈 팔할은 벌어야 할 돈 때문이였을 거다. 매달 들어가는 이자가 있고, 어제의 내가 지른 할부금을 갚아야 하고, 카드값을 내고나면 현금이 없기 때문에 다음 달의 카드 값을 위해 회사에 나가야한다.
그놈의 돈때문에 싫은 사람을 마주하며 감정소모를 하고,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일을 해야한다니.
그게 싫어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안주하던 현실에서 벗어날 용기를 내었다. 컴포트존을 나오는 순간 한 단계 발전한다고 하는데,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떻게든 굶어죽진 않겠지. 중요한 건 월요병없이 일요일 밤도 행복하게 잠들 수 있다는 거 아닐까. 그리고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재미있는 일을 경험할 지 일상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