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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D-110]세기의 담판

연이은 퇴밍아웃

by 망샘

2018.6.12 두 거인이 만나 세기의 담판을 짓던 날, 남편도 그만의 세기의 담판을 지었다. 바로 공식적으로 회사에 퇴사한다고 의사를 밝힌 것!

보름 전 타의 반 자의 반으로 퇴사통보를 한 내 뒤를 이어 남편도 회사에 말을 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 부부는 명실공히 빼도박도 못하는 백수가 될 예정이다.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훅 들어와 어쩔 수 없이 퇴사계획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말하고 나서 다소 찝찝하긴 했으나 어려운 말을 이미 해버려서 마음이 후련했다. 네 달이나 전에 퇴밍아웃을 해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동료들이 모르는 척해줘서 마치 없던 일처럼 다니고 있긴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급한 일만 하고 여유있게 회사생활을 하고있다. 아무리 퇴사시점을 생각하면 머리칼이 쭈뼛 설 정도로 짜릿하고 신나더라도,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나가겠다'는 건 어려운 말임에는 분명하다.


남편도 예전부터 퇴밍아웃하는 날을 마음 속으로 잡아놨지만 그 부담감이 꽤 컸나보다. 오늘 정식적으로 보고체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퇴사 의지를 밝힌 그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졌다. 세기의 담판을 성공적으로 끝낸 트럼프의 심정같다고나 할까?


나도 한 달후에 정식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면 훨씬 더 후련하겠지? 이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백수가 되어가고있다. 자발적 백수(나름의 자존심) 두 명은 이제 공휴일과 휴가를 붙여 3일간 여행도 다녀올 예정이다. 이렇게 평생 눈치보지않고 자유롭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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