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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사일기

[D-105]다들 회사가기 싫으시죠?

월요병은 과학이다.

by 망샘

일요일 밤입니다. 다들 회사가기 싫으시죠?

퇴사가 세 달 남짓 남은 저도 너무 가기 싫어요.



신기하게 일요일 오후부터 구독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번주 일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소중한 구독자 분들이 생겨났고, 이쯤되면 월요병은 과학이라고 할만합니다.



2주 연속 내리 수요일에 쉬었더니 이제 5일 연속 회사에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옵니다. 심지어 3달 후면 퇴사고, 퇴사하는 걸 아는 사람들도 많은 저도 이런데 다른 직장인들은 어떨지 상상도 안돼요. 물론 저마다의 버티는 이유, 버틸 수 있는 힘이 있겠죠. 저도 한때는 그랬었으니까요.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를 다루는 책을 읽어도 퇴사뽐뿌가 옵니다. 월요병을 넘어 퇴사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더 어렵게 되어버린 셈이었고, 이것이 마지막도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 중 상당수는 돈을 많이 벌어 35세에 은퇴해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유수 회사들에 들어가 힘들게 일한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면 거액의 주택 융자, 학교에 다니는 자녀, 적어도 두 대의 차가 있어야 하는 교외의 집, 정말 좋은 와인과 멋진 해외 휴가가 없다면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들이 뭘 어떻게 할까? 뿌리채소나 캐는 삶으로 돌아갈까?
이들은 노력을 배가해서 노예 같은 노동을 계속한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p135





내일은 거의 세 달을 함께할 인턴이 옵니다. 지금은 제가 벌려놓은 일들 위주로 하고 웬만하면 급하게 꼭 해야할 일들 위주로 편하게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가르치고 챙겨야한다는 건 꽤나 귀찮은 일입니다. 열정에 가득찬 인턴에게 퇴사예정자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대학원끝나면 취업하지말고 그냥 박사를......."


그래도 새로운 사람을 보면 리프레시도 되고 새록새록 저의 신입시절도 생각나고 좋겠죠. 얼마나 상큼할지, 우리 아저씨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안봐도 눈에 선하네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저보다 어린 여자동생들 보면 이유없이 기분좋아지고 그렇더라구요. 예전엔 뭐든 꼬투리잡고 질투했을 것 같은데.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히든 싱어'가 다시 하는 날이에요. 일요일 밤 10시 반에.

직장인이 된 후로 일요일 10시 30분이면 오지않는 잠을 청하는 시간입니다. 책을 읽어도 월요병에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데 이 시간 예능을 본다는 건 거의 월요일의 피곤함을 필연적으로 안고 가겠다는 심보죠.


얼마남지않은 월요일 출근이니 일탈 한 번 해보려구요.

월요병은 과학이지만 항상 과학이 들어맞는 건 아니니까요! 내일은 상쾌한 월요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인 동지 여러분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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