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보기 싫은 사람 볼 날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던 디데이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회사를 나가기 전에 챙겨야할 것들에 마음은 조급한데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와중에 출근과 퇴근 시간은 엄수하며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수인계를하고 비는 시간에는 산책도 하고, 은행업무도 보러 가며 (놀고)있다. 놀다보니 노는 사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저런 사람들을 내보내지않는 이 회사는 참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는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니 그간의 미움이 눈녹듯 사라지려고 하는데 또 다시 눈이 내려 녹던 눈 위를 덮어버린다. 더럽고 치사하고 존경할 만한 구석이 없는 리더들을 보며 좋은 기억으로 미화되던 게 멈췄다. 물론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모두 막역한 분들이 전해준 뒷담화로 그들에 대한 기억이 재구성되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회사에서 해고당하고도 남을 만한 에피소드들이다.
좋은 리더를 보면 '나도 나중에 저렇게 돼야지'라는 마음을 가지며 롤모델로 삼아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 단 한 명이지만 이 회사에서 좋은 리더와 4년이 넘게 지내기도했다. 반면 어떤 사람을 보면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싶다. 그런 게 하루에도 몇 번씩 보이는 좋은 리더보다 안 좋은 리더만 많이 보고가는 나의 첫 회사.
아무리 자기가 리더여도 부하 직원들한테는 말을 좀 가려서 예쁘게 했으면 좋겠고,
회의실에서 거의 눕다시피 의자를 뒤로 젖혀 앉아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지어 빈 의자에 신발에서 나온 발을 턱 올리고 앉아있을 때가 더 많다. 나도 내 자리에서 혹은 사람들이 없을 때는 그렇게도 한다지만 다같이 모여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그러는 건 정말이지 극혐.
그러면서 온갖 고급진 척은 다하면서 이 식당 데려가면 '이건 이래서 맛이없네' (그래놓고 왜 싹싹 비워먹는거죠?)라고 불평하고, 특급호텔의 코스요리를 먹고도 '실망스럽다'는 평을 날린다. 불평불만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병이 있는 게 틀림없다.
회사 비용으로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쟁취하는 건 기본인데 거짓말까지 하는 것도 참 꼴 보기 싫다. 집도 부자던데 왜 그렇게 물욕, 식욕이 많은지. 게다가 뒷담화로 들려오는 걸 들으면 성욕까지... 유흥탐정한테 걸리면 큰 일 날 분. 어쨌든 뭐 다 내가 알 바 아니고 나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없으니까 내가 조치를 취할 이유는 없다.
자기 밑에 있는 직원들이 다른 회사에 합병되어 떠나게 된 상황에서 '나보고 어쩌라는거냐'라는 태도.
쓰다보니 성토회가 된 것 같은데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어쨌든 저 사람들도 이제 열 흘만 보면 다시는 볼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동료들이 좋고, 근무환경이 좋다고해도 이 회사를 나가기로 한 결심은 나의 삼십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