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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Oct 31. 2018

[퇴사하고 세계여행]D-1

퇴사했고, 내일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꽤나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우리 부부의 프로젝트인 '퇴사하고 세계여행'이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절대 오지 않을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벌써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퇴사한지는 딱 한 달이 되었다. 한 달간의 백수 생활은 1분 1초가 꿈만같이 달콤해서 이대로 여행을 가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2년 간 정들었던 신혼집 전세를 정리하며 들었던 아쉬운 마음은 친정에 들어와 잠시 잊었던 가족들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지내다보니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이대로 친정에서 쭈욱 눌러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처가살이하는 남편의 불편함은 당연히 안다)


작년 겨울부터 올해 봄 동안 한국을 강타한 미세먼지와 여름에 들이닥친 기록적인 폭염때문에 얼른 10월 31일에 탈조선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실제로 디데이를 매일매일 세었다) 하지만 9월이 되며 10월까지 선선한 날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이들자 한국에서 계속 생활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물론 미련없이 떠나라고 이번주부터 패딩을 꺼내입을 만큼의 초겨울 추위가 들이닥쳤지만. 아무리 행복한 현재에 미련을 두어도 시간은 흐르고 우리가 그렇게 가고싶어 마지않았던 세계여행을 내일 떠난다.


2년 전 10월의 어느 멋진 날 부부의 연을 맺었고, 2년 후 10월의 마지막 날 두 손 잡고 1년 반가량 세계를 여행하러 떠난다. 쓸쓸한 가을에 시집가더니 세계여행까지 떠난다며 매정하다고 했던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좋아서 가는 여행이니까 홀가분한 마음만 가져갈거다. 그렇게 가고싶다고 해놓고 왜 막상 떠나려하니 아쉬움이 남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기에)하기 때문에 15키로가 넘는 짐을 매고 방콕에 도착해 팟타이를 먹고 Chang비어를 마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좋아할 내일의 내 모습이 그려진다.


한창 일하고 돈 벌 나이에 놀며 탕진하는 삶을 선택했기에 그만큼 더 많이 배우고 채워오고싶다. 기록하는 행위도 게을리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담아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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