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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Nov 30. 2018

[퇴사하고 세계여행]시작이 반이다

(D+1, 태국 방콕) 함께하는 즐거움

퇴사하고 세계여행 D+1

in Bangkok, Thailand


Siam, Bangkok, 2018


[그녀의 시선] 함께하는 즐거움


느즈막히 숙소를 나오니 거리의 적당히 더운 공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후기가 많기도 하고,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Somboon Seafood에 가서 비싼 뿌팟뽕커리를 먹었다. 역시 식당에는 우리처럼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고 방문했을 한국인들이 많았다.

별 다른 계획없이 오게 된 방콕인지라 밥을 먹으며 그 다음엔 뭘 할지 찾아보다 근처에 있는 방콕아트앤컬쳐센터에 가보기로한다. 퇴사하면 해보고싶었던 평일 미술관관람을 방콕에서 하게 되다니. 미술관을 걸어다니며 피곤해진 몸을 근처 마사지샵에 맡긴다. 가이드북에서는 가성비가 좋다고 하지만 배낭여행자에게는 25,000원은 큰 지출이다. 그래도 태국에 와서 늘 피곤하고 바빴던 목요일 오후에 마사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합리화되었다.




Bangkok Asia Culture Center, 2018


마사지를 받고, 망고스무디를 먹으며 또 뭘해야할지 찾아보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은 왓아룬이 보이는 카페에 가서 야경을 즐기기로했다. 가는 길목에 있는 유명한 사원 ‘왓포’에 들리려했지만 왕이 행차해서 1시간 후에나 지나갈 수 있대나 뭐래나.


그냥 카페로 발길을 돌려 2시간동안 하릴없이 앉아 왓아룬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3천원도 하지 않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멍때리는 와중에 ‘이 여행을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퇴사 그리고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 오길 참 잘했구나.





가슴벅찬 야경을 보고 나와 역시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팁싸마이에서 2시간 반을 기다린 후 인생 팟타이를 맛보았다. 팟타이를 먹고 카카오택시같은 그랩을 불러 집까지 편히 돌아왔다. 아직은 월급받는 회사원이 잠시 방콕에 여행온 마냥 씀씀이가 헤프다.


첫째날부터 투닥댔지만 (왜 투닥거렸는지는 이유조차 생각이 안난다. 이래서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니까.) 예민한 나를 바다처럼 품어주는 그의 따뜻한 손을 맞잡고 걸을 수 있음에 오늘도 행복했다. 걷다 마주친 골목과 빼꼼히 비춘 사원까지 잊지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시선] 시작이 반이다.



모든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연애도, 취업도, 그리고 여행도.

시작만하면 그 이후의 일들은 첫 시작만큼 어렵지는 않다. 인생에도 관성의 법칙이 있는거다. 멈춰있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데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이동시키는 건 조그만 힘으로도 가능한 것 처럼.



왓아룬을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카페를 새미친구로부터 소개받아 해지기 전 4시쯤 카페에 도착했다.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동안 바라본 왓아룬야경과 노을은 너무나 완벽했다. 노란색에서 시작해서 보라색, 자주색, 적갈색 그리고 검정색으로 까지 변하는 노을과 그 앞에서 고요히 본인의 자태를 뽐내다 어둠이 다가오자 번쩍 일어서려는 듯 한껏 멋을 부린 조명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왓아룬.


그 모습을 타임랩스로 촬영하고나 카페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노력했는데, 처음에는 각도, 흔들림, 그리고 내 앞을 가로막은 외국인친구에 의해 실패. 하지만 시작이 어렵지 한번 찍어보니 감을 잡고, 첫 도전의 보완점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두번째 찍을때는 훨씬 수월하게 자리를 잡고, 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The Lean Startup by Eric Ries>에도 MVP(Minimum Valuable Product)를 만들어 시장(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체크해서 pivot하는 중요성을 얘기했듯이 무슨 일이든 우선 움직여서 시작을 하고, 그 반응에 대한 Feedback을 얻는게 좋은 시대다. 고민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너무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다 놓치게 될, 혹은 아예 실행하지 못하게 될 기회상실의 비용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연애도, 취업도, 그리고 여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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