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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Dec 09. 2018

[퇴사하고 세계여행]요가강사 스카우트를 받다

(D+16,치앙마이) 성공의 중요한 요소: 차별화

퇴사하고 세계여행 D+16

태국 치앙마이



[그의 시선] 성공의 중요한 요소 : 차별화


오늘은 치앙마이대학교 정문 앞 Malin Plaza에 위치한 ‘Steak Bar’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작년 배틀트립에 이곳이 방영된 이후 수많은 한국인들의 살아을 받은 가게답게 우리가 먹는동안 이 가게에서 먹는 이는 한국인 뿐이었다. 배틀트립에 ‘5성급 길거리 음식’으로 소개된 이 곳은, 5성급 호텔의 셰프 출신으로 알려진 사장님의 ‘미친 플레이팅’으로 정평이 나있다. 배틀트립에 소개되었을 때보다 가격이 다소 올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5성급 호텔 플레이팅이 가미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맛볼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Malin Plaza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Steak Bar옆에 위치한 가게에는 손님이 없어 민망할 정도였다. 저녁 6시라 시간이 조금 이르기도 했지만, 시장에는 Steak Bar를 찾아온 한국관광객들과 Steak Ba뒤에 위치한 Ninja Shabu(우리나라 돈 6천원에 무제한 고기 샤브샤브 뷔페)에만 사람이 가득찰 뿐이었다. 어떻게 Steak Bar는 파리날리는 옆의 가게들과는 달리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을까. 무심히 옆집 간판을 보다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들은 보통의 길거리 태국음식점들과 비슷한 간판을 사용했고, 음식이나 서비스에 굳이 이 시장을 찾아와서 먹어야만 하는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Steak Bar 음식메뉴, 가게 인테리어 그리고 플레이팅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요소요소에 본인의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 차별화된 요소들이 존재했다. 시장에서 먹는 ‘5성급 길거리 음식’에서부터 이미 남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Steak Bar는 플레이팅을 통해 그 차별성을 배가 시키며, 주변의 가게들과는 다른 혼자만의 세련된 인테리어로 시장 안에서도 돋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 유튜브에 영상도 올리고 인스타그램에 글도 올리고, 네이버 블로그도 (와이프가) 쓰면서 새삼 느끼는 점은 여행을 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것이다. 당장 인스타그램에 해쉬태그로 ‘부부세계여행’만 검색해보아도 약 5만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많은 부부세계여행자들 사이에서 우리를 남들과 다르게 하기 위한 ‘차별점’은 무엇일까.


우리 부부가 여행을 떠나온 이유가 여행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코 아니다. 여행은 우리 부부가 앞으로 인생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휴식기’이자 ‘안식년’이다. ‘차별화’를 원하는 건 성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차별점’을 고민하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남들이 다 하는 여행이 아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함이다.


떠나오기 전부터 생각해왔지만 그 차별점이 우리 부부에게는 ‘요가’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주제이면서도 우리 부부가 공통으로 즐기고,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쭈욱 즐기고 싶은 것.

여행하며 점점 요가의 달인이 되어가는 모습! 아주 멋질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요가수련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 치앙마이에서 요가 강사 스카우트를 받다.


사트바요가로 아침에 요가를 하러 갔더니 때마침 TV조선이 촬영을 한다. 무슨 프로그램에 어떤 내용으로 나갈지도 모른채 요가 수업을 들었다. 유독 한국인이 많은 사트바요가에서 ‘동의없이 촬영하는 것’에 불쾌해하는 한인도 있었다. 웃긴 건 피디들은 한국인들에는 관심도 없고 다른 서양인들 인터뷰만 열심히 따갔다.


그런 정신없던 수업 와중에 ‘박카사나’를 남편에게 알려주다가 요가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나: “남편, 차투랑가하듯이 팔을 굽히고 무게 중심을 앞으로 보내면서 엉덩이를 들어봐”


프레디: “오, 얘가 너 가르치네. (She teaches you)


남편: “우리 마누라 진짜 요가 강사야. (She’s real teacher in Korea)

(누가 들으면 엄청 경력오래된 강사인줄 알겠지만 실전 경험은 5번밖에 되지 않는 초보 강사입니다.)


프레디: “진짜 선생님이라고? 그럼 여기서 가르쳐볼래?”


나: “진짜로 해도 돼?”


때마침 한국인선생님이 예정보다 일찍 그만두게 되면서 공석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치앙마이 생활은 2주 가량만 남아있었고, 길게 맡아주길 원하는 요가원의 니즈를 맞추지 못해 아쉽게도 강의는 못하게 되었다. 사실 2주만 강의를 해도 괜찮다해도 여행에 차질이 생기기에 고사할 생각이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가 넝굴째 굴러들어온 걸 경험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처음 치앙마이에 도착하여 요가원에서 한국인 선생님 수업을 듣고서 ‘이 정도면 나도 외국에서 요가를 가르칠 수 있겠다’라는 무모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수업을 못해서가 아니라, 용기있게 도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여행을 떠나오며 외국에서 요가를 가르치려면 영어를 아주 잘하거나 아사나가 아주 잘되야만 한다고 생각해 아예 나에게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게 아니였다는 걸 여행을 떠나온 지 보름만에 깨달았다. 그것만으로 이 여행은 충분히 내가 원하는 답에 가까워진 것이다. 어쩌면 평범한 대한민국 성인처럼 대학교를 나와 회사에 들어가 돈을 버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살았던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가장 쉬운 길이지 그게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요가원에서 만난 한국인들과 함께 할머니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치앙마이 여행 정보도 나누고, 근처에 있는 아카아마커피도 참 좋았다. 저녁의 스테이크바까지, 오늘은 처음 해보는 게 많았다. 삼시세끼를 먹고 다음 달에 여행 갈 끄라비 숙소를 찾는 것 모두 돈과 직결된다. 가성비와 만족, 두 마리 토끼를 잡아가는 과정도 모두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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