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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Dec 02. 2019

001. 가끔은 보고 싶은 사람들

스쳐간 옷깃

인연은 노력 없이 맺어질 수도, 쉬이 끊어질 수도 있는 것이니 관심 갖지 않으면 사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때론 손 한 번 뻗는 것조차 어려워 그저 그런대로 가슴속 깊은 곳에 넣어둔 관계도 있는 법. 저마다의 사연으로 헤어진 사람들 중 가끔은 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 가까운 듯 아주 멀어 더욱이 애틋한 사람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하나둘 늘어간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도 어려웠는지, 결론은 모 아니면 도였다. 애매한 건 싫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너를 안 보고 만다.'라고 생각했으니, 결국 나는 누군가의 가치를 딱 그 정도로만 상정해두었던 것이다. 모두를 나와 친구 아니면 남, 애인 아니면 남, 이렇게 무 자르듯 가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어리숙한 생각에 내 삶에서 처참히 희생된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누군가를 안전하게 자신의 영역으로 들이려거든 흑과 백이 아니라 회색지대에 잠깐이라도 두어야 하니, 이 구간이 푹신하게 느껴질 만큼 충분히 넓어야 경계선 안으로 들어올 후보군도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 애매한 지대가 가장 넓어야 할 텐데, 의리 없인 존재하지 않으리라던 그때의 내게 이를 이해하기란 꽤나 버거웠다. 애매함이 싫어 떠나보낸 회색분자들이 몇인가, 이제와 연락하기엔 서로가 어색해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아, 걔도 진짜 좋은 애였는데.' 탄식 얽힌 생각이 스칠 때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고, 내게 있어 상대는 기억을 더듬는 것까지만 허용된 존재로 남는다.


나의 수년전에 머물러 있는 그 친구는 벌써 졸업을 했고, 취업을 했고, 이미 성큼성큼 내게서 멀어지고 있다. 궁금증에 찾아본 SNS 마저 비공개일 땐, 마치 콕 집어 '내'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둘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는 것이다. '가끔은 보고 싶을 수도 있잖아. 어떻게 사는지 좀 보여주고 그래라.' 나눴던 서로의 생각들과 삶들을 되짚어 보면 아직 결말을 듣지 못한 이야기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원히 알 수 없을지 모를 결말을 궁금해하는 것만큼 답답한 것은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즈음의 증거들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때를,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요소들이 문득 내게 들이닥칠 때 가슴속 깊이 처박아두던 너라는 존재가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함께 어울리던 겨울에 바르던 핸드크림과 비슷한 향기가 나면 갑자기, 함께 얘기를 나누던 봄에 유행하던 노래가 들리면 갑자기, 함께 산책하던 여름날에 유난히 뜨겁다 여겨졌던 것과 아주 똑같은 햇살이 느껴질 때면 갑자기.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쉬움 없이 훌훌 떠났다 생각했는데, 왜 이제야 양발목에 미련주머니를 달고 어기적어기적 걷고야 마는 걸까. 아주 끝난 뒤에야 예전의 케케묵은 인물들이 아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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