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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zam Jun 26. 2020

Round 3. D day

수술 날 아침, 첫 타임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다. 두 다리 멀쩡한데 침대 위에 누운 상태에서 초록색 면 마스크로 입 주위를 가린 채 실려 갔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보다도 침대가 옮겨지는 속도에 맞춰 천장 무늬가 정신없이 이어지는 게 뭔가 묘했다. 내 옆으로 쫓아오시던 엄마가 결국 우시고 나서야 나도 울컥했다.



대기실에 한 5분 정도 누워있었을까, 의사 선생님들이 수다를 떠는 소리를 들으며(이거 좀 짜증 났음) 수술실로 들어갔다. 듣던 대로 수술실은 너무 추웠으나 마취를 한 뒤로는 기억이 없다.


회복실에서 눈을 떴는데 너무 추워서 온 몸이 덜덜 떨렸다. 따뜻하게 데운 이불을 덮고 나서야 좀 살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회복실에서 병동으로 돌아오는 길의 기억이 없다. 수술 부위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되니 수술 후 하루 동안은 아예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첫날엔 고개를 가누는 것조차도 불가능했고, 물은 티스푼으로 떠 마셔야 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서 몇 마디 하다 보면 입을 다무는 게 낫겠구나 싶어 말을 멈췄다.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도시며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자신감 넘치는 멘트들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걱정들이 입안의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 버렸다.


수술 당일은 확실히 힘들었다. 마취를 하는 동안 폐활동을 잠시 멈춰 놓기 때문에 폐가 쪼그라들어 있으니 4시간 동안 숨쉬기 운동을 하라고 하셨다. 잘못하면 다른 합병증이 생긴다고 하시는 바람에 잔뜩 겁을 먹고 진짜 열심히 했다. 마취 때문인지 코와 목이 따가워서 숨 쉬는 것도 어려웠고, 쌕쌕 소리가 났다. 팔에 수액과 진통제 팩들이 연결된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어 불편했으며, 팔과 다리가 너무 저렸고, 또, 자세를 고칠 수 없으니 꼬리뼈가 너무 아팠다.


이튿날은 첫 날 보다 훨씬 나아졌다. 대부분의 불편함은 비슷했지만 무엇보다도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살만해졌다. 다만, 한 시간만 깨어 있어도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나의 경우 결절이 커서 동일한 수술의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수술시간만 2배 정도 걸렸기 때문에 몸에 확실히 무리가 됐구나 생각했다. 수술 다음 날부터 죽을 조금씩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병문안이 전면 금지되었고, 상주 1인 외에는 가족들의 방문도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오히려 그 점이 내가 환자라는 생각을 잊게 해 줘서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또, 어찌하다 내 브런치 계정이 지인 몇 분께 알려지는 바람에 걱정스러운 연락을 몇몇 받았다. 이런저런 선물들도 받고, 감사하게도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분도 계시는 걸 보면서 새삼 잘못 산 삶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다. 수술 부기만 3개월간 빠진다고 하니, 완전히 회복되려면 멀었지만 마음 써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빨리 나아야겠다 생각한다. 아파보며 느낀 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거란 말은 정말, 정말 사실이다. 아무리 큰 꿈을 갖고 있고,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들, 아프다는 사실로 인한 의욕상실, 비관에 빠지는 순간 정말 빈털터리가 된 것과 다를 바 없다. 건강은 본인이 건강하다고 자만하는 순간 빼앗긴다. 그러니 항상 건강부터 챙겨야겠다.


제가 아파봐서 하는 말인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서 진심으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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