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아프면 병원을 다니느라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건강에만 오롯이 신경을 쓰는 시간은 중요하지만, 자주 맞이해서는 안 될 시간이다. 행복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저 당연한 상태로 있어주는 것이다. 그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난 며칠 뒤 조직검사를 했다. 마취를 한 혹의 여기저기를 주삿바늘로 찔러 피를 낸 뒤, 추출된 세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웬만한 통증은 잘 참아내는 편이라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다행하게도 양성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수술 여부에 대해 상담받아보라고 조언했다. 내 다음으로 진료를 본 97년생 여자분은 암이었다.
아직 대학병원은 무서워 갑상선결절 전문 병원엘 찾았는데, 혹이 커서 양성 결과임에도 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조금 더 정밀한 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앞선 검사보다 훨씬 굵은 주삿바늘이 수차례에 걸쳐 피부를 뚫을 때의 느낌은 끔찍했다. 그에 더해 조직을 채취할 때마다 시끄럽게 탕탕거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키웠다. 바늘이 굵어 검사가 끝난 후에도 30분간 양 손으로 목을 누르며 지혈을 해야만 했다. 이번 검사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다행하게도 암은 아니지만 혹이 커서 외과적 수술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채혈, 채뇨, CT, X-ray, 심전도 등 바삐 움직여 여러 검사를 하다 보면 진짜 환자가 된 것 같아 좀 울컥하다. 솔직히 지금의 내 상황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어딘가 원망할 곳이 필요했지만 이런 자세는 도움이 될 게 전혀 없으니 구태여 감사할 구석을 찾아보았다. 1) 암이 아니다. 2) 켈로이드성 피부임을 미리 인지하고 있다. 3) 이 분야에서 국내외로 상당히 유명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가까운 날로 수술 날짜를 잡게 되었다. 4) 보편적인 수술의 수배에 달하는 비용을 치르게 되었지만 외관으로 보이는 흉터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다. 5) 의사 선생님이 내 수술에 자신감이 넘치셔서 신뢰할 수 있었다. 6) 건강에 대해 좀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대학병원을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자주, 더구나 나를 위해서 다닌 것은 난생처음이다. 수술을 기다리기 위해 누워있는 지금, 새벽 5시에 간호사님이 이런저런 것들을 점검하기 위해 깨우셨다. 앞으로 2시간쯤 뒤면 수술실로 내려갈 것 같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걸 알고 있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가슴이 약간 묵직할 정도로 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