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만나는 건, 결국에 인연이란 뜻일지도 몰라. 수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몇 개의 옷깃을 스쳤고, 나름의 도전과 좌절, 그리고 성공을 겪은 뒤 첫사랑과 다시 만나게 된 건 결국 인연인 건가.
대학에 입학한 해 겨울부터 오랜 시간을 지루하게도 짝사랑했던 첫사랑을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5년에 그와 그만 보는 게 좋겠다 판단한 이후로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났고, 그중엔 100일 당일 헤어진 사람도, 정말 잘생긴 사람도, 사람 자체가 참 좋아 3년이 넘게 만난 사람도, 두 번이나 만난 사람도, 한 달을 채 못 만난 사람도 있었다. 29년의 삶에서 5명의 남자와 6번의 연애를 하고, 이 중 3명을 사랑했다.(짝사랑이었던 첫사랑을 뺀다면,) 이 정도면 사랑을 좀 아는 사람의 대열에 나도 낄 수 있을까. 연애를 한 횟수가 아니라 내 마음을 한 사람에게 무모히 내던지는 용기를 냈던 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난 분명 사랑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했던 세 번의 사랑은 그 형태가 전부 달랐으며, 내 사랑이 그랬듯 세상 모든 연인들의 사랑은 그 모습이 제각각일 터. 그중에서도 내게 맞는 사랑은 고작 일부일 것이다. 보편의 말처럼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랑이 실패한 거라면, 결국 난 세 번의 사랑에서 전부 실패했지만 이젠 적어도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어느 정도는 알겠다.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시원한 웃음이 멋진 사람이었다. 그 또한 나름의 근심과 걱정을 지나왔겠지만 예전의 순수함이 여전히 그의 눈과 입에 묻어나는 걸 보니 그동안 꽤 행복하게 살았을 그의 과거에 고마워졌다. 그에게 연락해, 어찌 사느냐 물었을 순간엔, 정말 그와 연인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은 의도도, 마음도, 기대도 없었다. 우연한 날에 갑자기 밀려든 용기와 아쉬움에 두 번은 없을 일탈을 감행하고, 이로써 첫사랑을 다시 만나 또다시 그에게 빠지는 건 얼마나 어려운 확률일까. 치를 떨며 이전의 연애를 끝낸 후 사랑을 불신하고 환멸감을 느끼던 나를 그가 달래줬다. 이미 사랑은 시작됐고, 나는 이제 그를 온 마음껏 사랑할 것이다.
나는 너를 이렇게 사랑하겠다. (1) 네 장점은 장점 그대로, 단점은 단점 그대로 이해하는 사랑을 할 것이다. 나와 너를 포함해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사소한 단점으로 너의 전체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됐든 그깟 단점 따위는 상냥한 널, 똑똑한 널, 멋진 외모의 널, 날 이렇게나 좋아해 주는 널 사랑하는 마음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테니. (2) 오늘의 너뿐 아니라, 네가 밟아온 과거를, 네가 밟아갈 미래를 궁금해하고, 이 모든 것을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사랑할 것이다. 지금의 네 태도와 가치관을 만들어준 생각과 추억들을 묻고, 이들을 가치판단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네 취향과 성격을 베베 꼬아 이해하지 않고, 네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를 아낄 것이다. (3) 화려한 포장지로 서로를 감싸지 않아도, 대단한 변화가 없더라도, 가벼운 일상을 나누는 게 행복한 사랑을 할 것이다. 대단한 contents가 없는 날에도 지금 이대로 충분히 행복하니, 오늘의 건강한 연애가 계속되게 할 것이다.
정말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본인의 행복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의 행복을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