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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Feb 26. 2022

뒷마당의 청국장

끝눈 내리던 어느 겨울

늘 어데가 아프셨다

밥 냄새에 묻은 파스 냄새가 나의 명치를  쓰리게 해도

뚝배기 속에 보글거리던 청국장은 고새 허기를 재촉했다

텃밭에서 갓 뽑은 풋고추와 장독에서 뜬 강된장

아들 오면 주려 담근 갓김치

수북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지천명의 아들

그 모습 바라보던 주름 속 노인의 눈빛

50년 전 당신의 젖을 물고 허기를 채우던 아들

그 자식의 머리를 쓰다듬던 눈빛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손맛과 장맛은 선명하고 맛이 더 좋다

삼키기 전 색목처럼 울컥하는 쓴맛이 밑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젠 짠맛도 이전처럼 못 느끼는 어머니의 청국장이

여전히 내입엔 짜지 않은 이유다


마당 끝 장독 속 장맛과 밥 냄새가

눈 내린 아침의 마당에

만리길과 태평양을 덜커덕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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