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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an 18. 2022

깔때기

rev 2

처음 나올 때는 선택이 없었다

좁고 하나뿐인 첫 포털의 문을 통과해야 했다


포털을 지나면 방향들이 열려 있고

택함과 버림의 마찰에 긁힌 후 새살로 부풀어 오른다


돌아가야 할 때,

좁은 두 번째 포털의 문으로 통과하려면,

쌓였던 새살들을 꽃잎처럼 떨궈야 한다


세상은 퍼진 두 깔때기 포털의 중간에 있다

씨앗으로 와서 피어 보는 곳이고

씨앗을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곳이다


사람만이,

피우며 웃고

떨구며 운다


사람만이,

씨앗에 웃고

씨앗에 운다


오직 사람만이 기쁘다


오직 사람만이 슬프다




동네 근처 트레킹에서 꺾어 온 미나리아재비와 백합나무 꽃


산악자전거 길에 피어서,

자전거 바퀴에 밟 것 같은 미나리아재비와,

저절로 떨어져 있던 백합나무 꽃 한 송이를 모셔 왔다

buttercups and chinese tulip from the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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