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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Feb 05. 2022

혈연血蓮

겨울에 핀 자목련


시린 칼날,

그 선명한 끊음을 사모했고

둥근 칼등,

그 오롯한 단단함을 믿었지만

날과 등이 뒤집힌 걸 모르고

고만 속살을 비비대었다

쓰라림이 정수리를 뚫고

오그라지는 믿음은 주름으로 얼룩 하다

하얀 아련함에 얼룩진 핏자국

자색의 핏 딱지는 창백한 주름골을 메꿔 버렸다

돌아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 마음

홍련지옥 고목에 자색의 피를 뿌려

연꽃을 피워 낸다





따뜻한 날이 많던 어느 겨울,

일찍이 개화했던 자목련들은 한파에 대부분 버티질 못했다.

초봄에 제철 만나,

사력으로 추위에 오그라진 주름들을 펴보려 지만, 오래 버티진 못한다.

꽃말을 찾아보니, 자목련은 "믿음" 백목련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따뜻한 겨울에 속은 믿음이 이룰 수 없는 슬픔이려니..

마당의 한송이 한송이..

하나하나 노래를 붙여 주고 싶다..

관찰과 분석에 느낌을 담는 작업.. 모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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