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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an 07. 2022

Filter 이야기

선택 그리고 교육

초여름의 동네 뒷길 산책로와 축구장들이 모여 있는 공원을 걸었다. 코로나로 텅 빈 공간에 가득한 빛들이 초여름의 연녹들을 익혀가고 있었다. 눈이 부셔서, 안경에 달려왔던 clip-on 선글라스를 처음 써봤다. 


sunglass filter를 통한 빛은 절제되어 겸손한 풍광으로 눈에  들어온다. 그런 절제가 강렬해 보이는 이유는, 선글라스의 high contrast의 선택적 투과성 때문이다.


선글라스는 빛의 신호 중 고주파 대역을 통과시키고 저주파 대역은 배경에 넣어 버리는 high-pass filter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조도 100 옆의 조도 40의 픽셀들은 50% 차단력을 가진 선글라스를 통과하면 조도 50과 20의 픽셀들이 되어 60에서 30의 조도 차이 gradient를 감소된 빛 속에서 보여 준다. 그런데 조도 100 옆의 조도 90의 픽셀은 통과 후, 50과 45의 픽셀들이 되어 5의 gradient를 감소된 빛 속에서 보여준다. 사람의 눈이 gradient 5 이상을 구별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면, 100 옆의 90은 사라지고, 100 옆의 50은 여전히 지각이 되는 원리다.


애초부터 과하게 선명했던 것들은 살려 두고, 선명하지 않은 부분들은 제거하여 주변의 백그라운드에 묻혀 버리는 효과를 낸다.


디지털 이미지에서는 조도의 gradient에 특정치의 threshold를 주면, 그 차이 이상은 무조건 같은 gradient 값을 설정하고, 그 이하의 gradient 값들은 zero로 만드는 작업을 thresholding이라 한다.  Thresholding filter를 거친 디지털 이미지는 카툰이나 단색의 스케치 그림처럼 사진이 ‘변환’ 된다.


전체주의 획일성이나 자본주의의 이윤동기에 대한 systematic thresholding이 쏟아내는 버려진(truncated or attenuated) 피지배 소외층은 전형적인 thresholding filter의 출력이다. 




분석적 Filter를 인문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현상이나 사상의 특성 중 “선택”을 위한 개념으로 본다면, 관찰하는 source의 특성 중,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선택”을 위한 cybernetic implementation 이 응용과학의 filter인 셈이다.


문학, 음악, 시각 예술 그리고 그 조합의 하이브리드 예술의 창작에서 이 filter의 개념을 비춰보자. 각 개인의 창작은 고유하다. 유사하더라도 고유성은 존재 하기 마련이다. 작가는 자신의 filter로 인문을 사유하고,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모방하며 또한 그 sunglasses로 본 우주를 표현한다.


교육은 각 개인의 filter의 존재와 독창적 가치를 확신시켜 주는 것 까지다. 다른 유명인의 filter들이 standard라는 인식을 심는 교육은 각자의 filter를 찾기 힘들게 만들거나 잊게 만든다. 전인교육도 일종의 high-pass filter의 개념이어야 한다. 각자의 개성(고주파 특성)은 끝에서 남겨주되, filter의 존재와 독창성의 가치만 백그라운드에 남겨두며, example들은 attenuate 해버렸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의 certification process로 그 standardized example들만 달달 외우라고 강조 해왔다. 가장 잘 외운 standardized 된 사람들에게 우리의 지배를 맡겨 버렸다.


나의 filter는 아직 존재하는가?

만일 존재한다면, 얼마큼 표준화로부터 버텨서 남아 있는가?


Photo:

South Germantown Recreational Park

Boyds, Maryland

May 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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