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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Oct 29. 2022

에끌레어, 에끌레어, 에끌레어

-에끌레어와 케이크의 달콤한 콜라보

카라멜 에끌레어, 카페 에끌레어, 말차 에끌레어, 쇼콜라 에끌레어, 흑임자 에클레어, 두유 베리 에끌레어, 시그니처 에끌레어. 레몬 타르트, 몽블랑 타르트, 딸기 레어, 얼그레이 케이크, 딸기 생크림 케이크, 시그니처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치즈 케이크.  그 외에도 다양한 타르트와 케이크, 쿠키까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달콤함이 가득한 이곳은 오직 디저트를 위한, 디저트에 진심인 디저트 카페이다.


개인적으로 '디저트 카페'는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커피와 다른 음료를 마시러 갔는데 뭔가 아쉬우니까, 혹은 눈에 뜨여서 디저트를 하나, 둘 정도 주문하는 곳이고(즉, 음료가 주인공이다), 나머지는 디저트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인데 이 곳은 200% 후자에 속한다.


제주도에서 사는 동안 케이크를 밥 대신 먹고 싶은 날은 여기를 찾았다. 작정하고 간 날은 넓은 테이블 가득하게 종류별로 주문했는데, 약간 더 욕심을 낸 날은 먼저 나온 디저트를 다 먹고 접시를 치워야만 그 다음 케이크들이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이런 날은 빵 앞에서는 뻔순이인 나도 조금은 민망했다).  다만 넓은 원형 접시에 디저트가 하나만 담겨 나오니 4개만 놓아도 테이블이 가득 찬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많이 주문한 것은 아닐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애써 정당화해본다).


애월읍의 오르막을 차로 달리다보면 어느새 나타나는 이 곳은 예쁘고 세련된 가정집처럼 보여 휙~지나칠 수도 있다. 키 작은 나무들이 건물을 살짝 가리고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작은 앞마당을 지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른쪽으로 진열되어 있는 쿠키들이 맛있는 인사를 건넨다. 그 유혹의 난이도도 꽤 높지만 그 곳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아보자.  

쇼케이스를 가득 채운 메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종류가 많고 하나같이 예쁘고 먹음직스러워서 디저트에 죽고 사는 빵순이, 빵돌이들은 정신줄을 놓고 닥치는대로 주문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하나하나 찬찬히 살핀 후 신중히 주문하기를 권한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맛보면 좋겠지만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착한 가격이라고 말하기 어렵기도 하고, 과하게 달지는 않아도 디저트는 디저트인지라 여러 개를 계속 먹다보면 잔당감이 입안에 많이 남을 수 있으니 자신만의 일일 당도 한도치 안에서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싶다.  


참고로 이 집의 시그니처인 에끌레어는 자주 솔드 아웃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끌레어보다 케이크를 더 즐겨 주문했는데, 이건 순전히 내 입맛 때문이다.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단맛에는 다소 취약한지라 에끌레어 보다 조금 더 담백한 케이크에게 더 끌렸던 것이다.

이런 나의 원픽은 얼그레이 케이크이다. 어떤 날은 남편이랑 둘이서 주말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아서 얼그레이 케이크랑 아메리카노로 브런치를 대신한 적도 있다.  이 곳을 찾은 어느날, 넓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와 테이블을 가득 채운 햇살과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커피, 새하얀 접시 속 케이크의 모습이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퍼뜨렸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진한 나무 바닥과 빈티지 느낌의 가구들, 그리고 몇몇  테이블이 놓여 있는 뒷마당의 모습은 유럽 숲 속의 작은 티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케이크도 작게 한 입씩 천천히 즐기고 커피도 보다 우아하게 마셔야만 할 것 같다(물론 이렇게 한 적은 없다. 디저트가 나오자마자 먹기에 바빴으니까). 

인테리어, 분위기, 맛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 카페는 밖으로 나와서 보는 뷰도 시원하다. 꽤 높은 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도로 옆으로 탁 트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 근처에 다음 에피소드에서 소개하는 인도 커리 맛집도 있으니 두 곳을 묶어 일정에 넣어도 좋을 듯 싶다.


디저트가 커피의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주연임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곳. 제주도에서 품격있는 달콤함을 맛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발길을 해 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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