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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Oct 29. 2022

커리향 가득 감성 식당

-인도 커리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혹시 당신은 고수파인가, 그렇지 않은가? 여기에서 말하는 '고수'는 어떤 분야에서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 요리에 널리 쓰이는 향채이다.


여행 중국어 책에 "고수 빼 주세요."라는 문장이 들어가 있을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불호가 강한 식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나와 남편은 '극호'에 속한다. 요리 속에 들어간 고수는 물론, 그냥 생고수도 우적우적 씹어먹을 만큼 그 쿰쿰한 특유의 향에 홀릭되어 있는 중.


향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고수극호파이다보니 특유의 향신료 향으로 은근 취향을 타는 인도 커리도 자주 찾는 음식 중 하나인데, 이런 우리 부부에게 제대로 찍힌 인도 커리 전문점이 하나 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애월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넓은 정원과 아기자기한 산책로, 그리고 붉은 벽돌의 별장같은 건물, 외부에 달려있는 예쁜 조명으로 꾸며져 있는데 그 덕분에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말랑말랑한 감성이 찰랑찰랑 올라온다.


식당으로 들어가면 높은 층고와 주변을 둘러싼 넓은 창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에 전체적으로 밝고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데, 테이블 매트와 식기, 작은 소품까지도 오리엔탈 감성을 담고 있어 단순히 음식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까지도 느끼도록 배려한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인다.




내가 들은 소문으로는 이 곳은 네팔인인 남자 사장님과 제주도 토박이인 여자 사장님 부부가 함께 한다고 하는데, 사장님의 가정사까지는 내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므로 백프로 맞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몇몇 이유로 이 곳의 커리는 내가 육지에서 가 보있던 커리 식당들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먼저, 커리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잘 아는 팔락 파니르, 마크니 커리 등은 당연히 있고 전복 커리, 새우 커리, 양고기 커리 등 든든히 먹을 수 있는 커리들과 가든 커리, 달 마크니, 베지터블 커리 등 채식주의자를 위한 커리도 여러 종류 갖추고 있어 입맛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병아리콩, 코티지 치즈 등 건강한 식재료를 메인으로 한 커리들이 대부분이어서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우리 가족의 경우 남편과 딸은 치킨 커리와 인도 라이스를, 나는 시금치 커리와 난을 선호하는데, 이처럼 우리 가족은 입맛이 백프로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각자의 입맛 취향에 진심인터라 다른 식당에서는 종종 메뉴 선정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곳은 선택지가 많은 덕분에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더 자주 찾았던 듯 싶다. 

또한, 다섯 가지가 넘는 난 종류와 라이스, 인도식 볶음면과 쌀요리 등 다른 커리집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메뉴들이 많이 있으니 혹시 이 곳을 간다면 메뉴판 정독은 필수!

그리고 이곳에서는 커리집의 대표 메뉴인 탄두리 치킨도 좋지만 인도식 닭 꼬치 구이를 한 번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탄두리 치킨과의 차이점을 굳이 찾아본다면 닭 꼬치 구이는 조각 조각 나눠져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기에 더 편했고 고기가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딸도 이곳 음식을 좋아해서 인도식 라이스 하나를  아빠랑 사이좋게 싹싹 긁어 나눠 먹고 꼭 망고 라씨로 마무리하곤 했다.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로 남편은 짜이, 나는 설탕 뺀 인도식 홍차를 주로 주문했는데 다소 강한 커리맛을 은은한 홍차가 잡아주어 입가심으로 딱이었다.



여기는 우리 가족끼리도 자주 갔지만 지인들이 제주도에 놀러오면 추천해주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했는데 소개받은 지인들이 모두 좋아해서 뿌듯함까지 느끼게 해 준 곳이었다. 한동안 공사한다고 바닥의 흙이 파헤쳐져 있기도 했는데 우리가 제주도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에는 다시 예쁘게 단장된 모습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정원 곳곳에 예쁜 꽃들도 심어져 있으니 식사 전후 한 바퀴 가볍게 도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좋은 방법.


갈치조림, 신선한 회, 흑돼지, 고기 국수처럼 '제주도'하면 떠올리는 대표 메뉴들을 충분히 즐겼다면  다음으로는 붉은 벽돌에 맛있는 커리향이 가득한 이 곳을 향할 것을 살짝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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